[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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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밀려 오래 전부터 한물 갔다고 평가받아온 데스크톱 PC 시장 분위기가 지난해 급반전됐다.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데스크톱 PC 출하량이 감소세에서 증가세로 돌아서는 장면이 연출됐다. 코로나19 위기 첫해인 2020년만 해도 데스크톱 출하량은 줄었는데, 지난해 상황은 반대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많은 기업들이 직원들 사무실 복귀에 대비해 신규 데스크톱 주문을 늘렸고 재택 근무를 하는 이들 사이에서도 데스크톱 수요가 늘면서 데스크톱 성장이라는 이변(?)으로 이어진 것 같다.

시장 조사 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데스크톱 출하량은 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의 경우 데스크톱 출하량은 크게 줄었는데, 2021년 시장은 확 달라졌다. 델과 HP, 레노버 등 주요 PC업체들 대부분이 글로벌 출하량이 상승했다고 전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 전에만 해도 데스크톱은 미래는 많이 어두웠다. 노트북과 스마트폰, 태블릿의 부상 속에 데스크톱이 파고들 공간은 줄어드는 흐름이 두드러졌다.

코로나19 상황이 터졌을 때만 해도 데스크톱에는 불리한 추세가 이어질듯 보였다. 코로나19 상황 초기 사람들은 재택 근무를 위해 노트북을 구매했고 데스크톱 판매는 크게 줄었다고 WSJ은 전했다.

하지만 지난해 들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데스크톱 수요가 다시 살아났다. 직원들이 복귀함에 따라 사무실에서 쓰는 데스크톱 판매가 증가했고 집에서 일하는 이들 사이에서도 노트북에 갈증을 느끼면서 데스크톱으로 바꾸는 이들이 늘었다. 처음에는 노트북이면  재택근무에 충분해 보였을지 몰라도 재택 근무 기간이 길어지는 과정에서 데스크톱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알렉스 조 HP 퍼스널 시스템 담당 사장은 "재택 근무자들은 보다 생산성이 있는 커다란 디스플레이와 키보드, 마우스, 듀얼 디스플레이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데스크톱 수요가 늘었다고 해도 노트북 수요가 줄어든 건 아니다. 노트북 수요는 여전히 뜨겁다. IDC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노트북 출하량은 15% 성장할 전망이다. 2020년 29% 성장에는 못미치지만 여전히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노트북 시장은 2009년 이미 전체 PC 시장에서 데스크톱을 추월했다. 이런 가운데 스마트폰에 애플 아이패드 같은 태블릿도 확산되면서 데스크톱이 갖는 지위는 점점 약해질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이와 관련해 WSJ은 업계 경영진들을 인용해 일반적으로 데스크톱은 유사한 가격대 노트북보다 보다 빠른 속도, 우수한 메모리, 커다란 화면, 향상된 카메라를 제공하는 만큼, 사라지기 어렵다고 전했다.

IDC에서 글로벌 모바일 기기 부문을 담당하는 자테시 우브라나 리서치 매니저는 "데스크톱은 우수한 가치를 제공한다. 성능도 낫다. 이들은 여전히 중요한 요소들이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고 말했다. 노트북으로 원격 근무를 시작했던 이들 중 일부가 데스크톱으로 바꾸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인텔 펫 겔싱어 CEO도 노트북에서 데스크톱으로 원격 근무 환경을 바꾼 케이스다. WSJ에 따르면 겔싱어 CEO는 코로나19 상황에서 2대 노트북으로 재택 근무를 하다가 데스크톱 1대로 바꿨다. 그는 "데스크톱이 보다 나은 기기인 활용 사례들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출하량 기준으로 글로벌 PC 시장 2위로 평가되는 델테크놀로지스도  데스크톱 PC 수요가 늘었다는 입장이다. 회사측은 특히 커머셜 고객들 사이에서 데스크톱 수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직원들이 업무 현장에 복귀하면서 새 컴퓨터를 주문하는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IDC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델 데스크톱 출하량은 전년대비 41% 성장했다. 최근 분기에는 18% 성장했다.

7가지 색상을 선택할 수 있는 아이맥 [사진: 애플]
7가지 색상을 선택할 수 있는 아이맥 [사진: 애플]

애플도 데스크톱 판매가 증가했다. 지난해 4월 애플은 자체 개발한 M1칩에 24인치 스크린을 탑재한 아이맥 신제품을 공개했다.

IDC에 띠르면 아이맥 신제품이 판매에 들어간 분기, 애플 데스크톱 출하량은 23% 증가했다. 다음 분기에는 60%까지 상승했다. 애플은 집에서 일하는 이들은 보다 큰 스크린과 최대 성능을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칩 공급 부족 현상도 데스크톱 출하량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도 있다.

IDC의 우브라니 리서치 매니저는 "일부 노트북은 재고가 바닥이 났고 컴퓨터 제조사들은 보다 비싸고 수익성이 좋은 제품을 출하하는데 우선순위를 두면서 데스크톱이 보다 매력적이고 저렴한 대안이 됐다"고 말했다.

데스크톱이 앞으로도 계속 성장하기는 만만치 않아 보인다. IDC는 글로벌 데스크톱 출하량이 2025년까지 10%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노트북이나 태블릿이 좋아진다고 해도 데스크톱 시장 자체가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코로나19 상황 속에 확산되는 양상이다.  겔싱어 인텔 CEO는 "데스크톱은 영원히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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