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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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박종헌 기자]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제약·바이오 업계 최대 화두는 단연 ‘코로나19 백신·치료제’였다. 

글로벌 제약사 미국 화이자와 머크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받고, 각국 허가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에 국내 제약사들 역시 경구용 치료제 개발에 동참했다.

팬데믹 2년차를 맞이하며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에 대한 염원은 커졌고, 이를 위해서는 자가 치료에 용이한 경구용 치료제가 필수요소로 꼽혔기 때문이다.

올해는 기술수출의 해이기도 하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기술수출 규모가 11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개발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 매출도 주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의약품 품질관리 사태, 보톡스 이슈가 불거지며 악재들이 업계를 뒤흔들기도 했다.

◆ SK바사 첫 국산 백신 출시 임박…2호 치료제 개발은 언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GBP510’에 대해 우수한 임상 1·2상 결과를 확보하면서 국산 1호 백신 개발에 성큼 다가섰다. 내년 상반기 허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GBP510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미국 워싱턴대학 항원디자인연구소와 공동으로 개발하고 GSK 팬데믹 면역증강제(Adjuvant) 기술을 활용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이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최근 GBP510 효능평가(중화항체 분석)를 시작하면서 본격적 시험대에 올랐다.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백신 개발을 위해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 SK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백신 개발을 위해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 SK바이오사이언스]

현재는 국제백신연구소(IVI)와 함께 유럽과 동남아 등에서 다국가 임상 3상을 위한 국가별 승인 과정을 진행 중이다. 이미 임상에 진입한 베트남에 이어 이르면 이달 내 모든 대상 국가에서 임상을 개시할 예정이다.

화이자와 머크 코로나19 먹는 치료제가 FDA 승인이 결정되면서 셀트리온에 이어 국산 2호 치료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셀트리온은 국내 최초로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 개발에 성공, 2월 식약처로부터 3상 임상시험 결과 제출을 조건으로 국내 허가를 획득했다.

10월엔 유럽의약품청(EMA)에 ‘정식 품목허가 신청(MAA)’을 제출했다. 이후 제출 한 달여 만에 정식 품목허가를 최종 획득했다. 

글로벌 공급도 본격화되고 있다. 렉키로나 글로벌 공급을 담당하고 있는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달 유럽 내 9개국과 15만 바이알 공급계약을 체결해 최근 출하를 완료했다. 현재까지 70여 개국과 렉키로나 수출 협의를 진행했으며, 연내 약 1500억원 규모 공급이 예상된다.

임상승인을 받아 개발 중인 국산 코로나 치료제는 총 17개품목이다. 특히 종근당, 제넨셀 등이 3상 혹은 2·3상을 진행 중이다.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도 고삐를 죄고 있다.

신풍제약은 ‘피라맥스’ 첫 번째 임상 3상 환자 등록을 완료했다. 현재 국내에서 대규모 환자 모집 개시 외에도 임상이 진행 중인 필리핀과 유럽 및 남미에서도 글로벌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일동제약은 최근 열린 ‘2021 대한민국 바이오 투자 콘퍼런스’에서 내년 1월 말 ‘S-217622’ 임상을 마치고 내년 4월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동제약은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해당 물질을 경구용 코로나 치료제로 공동 개발키로 했다. 

반면 치료제 개발을 포기한 회사들도 있다. GC녹십자, 부광약품, 일양약품 등은 임상 2상에서 유효성 입증에 실패하며 치료제 개발 포기를 선언했다.

◆ 코로나 속에서도 빛난 K-바이오 ‘기술수출’ 성과

올 한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기술수출(License Out)이 11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비공개 계약을 포함하면 처음으로 기술수출 규모가 12조원, 10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올해 가장 큰 기술수출 성과를 거둔 곳은 지난 1월 GC셀(당시 GC녹십자랩셀)과 아티바 테라퓨틱스다.

양사는 미국 제약사 머크(MSD)에 2조원대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전체 거래 규모는 2조원으로 계약에 따라 GC셀이 받는 금액은 총 1조1000억원이다. 

대웅제약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신약 ‘펙수프라잔’으로만 올해 총 4건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키며 9931억원의 성과를 거뒀다. 펙수프라잔을 중국과 미국에 이어 중남미·중동 국가들에 기술수출했다.

한미약품은 급성골수성 백혈병(AML) 치료 혁신신약으로 개발 중인 FLT3억제제를 앱토즈 바이오사이언스에 기술수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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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인 지난 23일 SK바이오팜은 뇌전증 혁신 신약 '세노바메이트' 캐나다 내 상업화를 위해 엔도그룹에 기술수출했다고 밝혔다.

세노바메이트는 2019년 11월 FDA 허가를 받아 이듬해 5월 현지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를 통해 미국 판매를 시작했다. SK바이오팜은 이번에 엔도그룹과 파트너십을 맺음으로써 캐나다 지역까지 공략하며 북미 시장 진출을 완료했다.

첫 기술료 수익이 기대되는 기업도 있다. JW중외제약은 덴마크 레오파마가 아토피피부염 치료신약물질 ‘JW1601’ 임상 2상에 진입하며 첫 마일스톤을 받게됐다. 

지난 2018년 2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지 3년 만이다. JW중외제약은 임상 2상, 3상 개발과 임상 완료 후 허가, 상업화 등 개발 단계에 따라 4580억원 규모 기술료를 레오파마로부터 수령할 예정이다.

◆ 의약품 품질관리 위반 잇따라…문제는 무엇?

제약업계의 의약품 허가자료 조작 및 허위작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제일약품 고혈압치료제 ‘텔미듀오정’은 지난달 식약처로부터 잠정 제조·판매 중지 처분을 받았다. 품목 허가를 받기 위해 제출한 잔류용매 시험 자료가 허위로 작성됐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이 품목에 대한 품목 허가 취소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약사법에 따라 식약처는 제약사가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를 받은 의약품의 품목허가 취소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잠정 판매 중지 조치 대상 의약품 목록 [자료: 식약처]
잠정 판매 중지 조치 대상 의약품 목록 [자료: 식약처]

올해 들어 품질관리가 문제가 돼 약사법 위반으로 적발된 제약사는 총 8곳이다.

식약처는 지난 3월 국내 제약사 바이넥스가 의약품을 임의제조 했다는 문제가 불거지자 GMP 특별 기획점검단을 구성해 제약사를 대상으로 불시 점검을 진행했다.

최근까지 바이넥스, 비보존 제약, 종근당, 동인당제약, 한솔신약, 삼성제약, 한올바이오파마 등이 점검단에 의해 적발됐다.

고의로 시험자료를 조작한 제일약품, 한올바이오파마를 제외하고 나머지 제약사들의 약사법 위반 사항은 제조법이 변경됐음에도 신고를 하지 않았다거나, 원료 사용량을 임의로 바꾸거나 첨가제를 임의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제약사들의 품질관리 위반 적발이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사항을 문제 삼지 않는 것이 오랜 관행으로 여겨져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식약처는 텔미듀오와 동일한 허가자료로 허가받은 14개사 14개 제품 41종도 처분 대상에 포함시켰다.

텔미듀오는 제일약품 용인 제1공장에서 생산되는데, 제일약품에 전 공정 생산을 맡긴 위탁 제품들도 같은 자료로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동일한 처분을 받는다는 얘기다.

제일약품에 위탁한 14개사 중 현재 식약처가 발표한 품목을 제조해 판매하는 제약사는 LG화학과 에이치엘비제약, 일성신약, 명문제약, 영진약품, 테라젠이텍스 등 최소 6개 제약사로 파악된다. 

이들 제약사는 향후 품목허가 취소에 대비해 자사의 동일성분 고혈압 복합제로 처방 변경을 추진하거나 또 다른 대책을 세워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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