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파이 시장이 커지면서 국내 금융연구소들도 이를 주목하고 금융권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사진: 셔터스톡]
디파이 시장이 커지면서 국내 금융연구소들도 이를 주목하고 금융권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문정은 기자] 국내 주요 금융연구소들이 탈중앙화 금융(디파이) 현황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디파이 시장이 커지고 규제 기관과 글로벌 금융사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국내 금융연구소들도 관련 분석을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디파이는 스마트 계약과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활용해 금융기관의 중개 없이 P2P(개인간거래) 방식의 금융서비스를 말한다. 스마트 계약은 계약 조항들이 전산으로 프로그래밍 돼 있어, 이 조건이 충족됐을 때 자동으로 계약이 이행되는 '디지털 계약 방식'이다. 

이에 은행 등 전통적 기관의 중개 없이 당사자 간 거래 지원이 가능하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디파이를 다룬 최근 '디지털 화폐, 디지털 자산과 금융의 미래' 컨퍼런스에서 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기존에는 고객이 은행에 가서 대출 신청을 하면, 은행 직원이 대출한도를 조회하고 이자율을 산정한 뒤 대출금을 계좌로 입금 시켜준다. 반면 디파이 대출 서비스에서는 스마트 계약에 담긴 알고리즘에 따라 사용자 대출 가능 여부와 대출 한도를 산정한다는 것이다. 

최근 디파이 시장이 새로운 성장 국면에 진입하면서 국내 금융연구소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지난 6일 디파이펄스에 따르면 디파이에 예치돼 있는 글로벌 자산 규모는 109조원 수준이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를 국내은행의 원화 저축성예금(1504조원)과 비교했을 때 7%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또 10여개 주요 디파이 토큰 가치총액은 33조원 수준인데, 이는 국내 주요 은행 9개사의 시가총액 합계(106조원)의 3분의 1이다. 디파이 토큰은 주로 디파이 서비스 참여자들이 유동성을 부여하고 보상으로 받는 가상자산이다. 

권민경 연구위원은 "전체 금융시스템에서 디파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미비한 수준일지라도 '성장세'는 주목할 만하다"며 "디파이 예치 자산 규모는 2019년 말 대비 11배가량 증가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메타버스 및 대체불가토큰(NFT)와 연계돼 신규 디파이 서비스가 등장한 점에 주목했다. 신석영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지난 25일 보고서 '디파이의 재부상과 금융권 영향'에서 "디파이 시장은 신규 디파이 영역이 나타나는 등 새로운 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며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 등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형성된 디지털 자산이 NFT로 발행되고, 이를 담보로 디파이 대출이 이뤄지는 등 디파이 외연도 확장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NFT를 활용한 디파이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사진: NFT파이(NFtfi)]
NFT를 활용한 디파이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사진: NFT파이(NFtfi)]

금융연구소들은 디파이도 예금, 대출 등의 서비스를 지원하는데, 기존 금융 서비스와의 차별점은 비용 절감과 쉬운 접근성 등을 들었다. 신석영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디파이는 은행 등 중앙집권적 중개자 없이 유연한 거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금융 수수료 등 정보 비대칭에 의한 거래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했다. 디파이 서비스는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수행하기에 기존 금융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인건비나 전기, 내부통제 체계 등의 비용 부담이 확 준다는 것이다. 

또 이용자 입장에서 디파이는 인터넷만 접속할 수 있다면 365일 24시간 누구나 접속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서비스 생산자 입장에서 보면, 다른 디파이 서비스 프로그래밍 코드를 응용해 새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도 기존 금융 서비스와 구별된다. 기존 금융에서는 금융회사 간 이해관계 문제로 상호 협력이 일어나기 쉽지 않다는 점이 있었다. 

다만 현재 이같은 서비스들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블록체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이다. 국내만 보더라도 카카오의 블록체인 기술 계열사 그라운드X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을 기반한 디파이 서비스가 확장되고 있다. 초기 클레이튼 디파이 서비스였던 '클레이스왑' 이용자는 10만명이 넘었으며 예치 자산만 2조원에 달한다. 

이처럼 디파이 시장이 커지면서 글로벌 금융사들도 관련 사업 직·간접 진출을 모색하고 있으며 글로벌 차원에서 디파이 규제가 논의되고 있다. 지난 7월 골드만삭스는 디파이 서비스 및 블록체인 관련 상장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준비 중이다. 

또 FATF(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는 가상자산 관련 개정 지침서를 오는 28일 발표하고, 디파이와 NFT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과정에서 디파이에 대한 해킹이나 보안 사고 등의 한계점이 드러날 수 있다. 일례로 디파이 서비스의 경우 프로그래밍 코드가 공개돼 있어, 취약한 부분이 포착되면 이에 대한 해킹 공격이 쉽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해킹 사고 발생 시 디파이에 예치된 가상자산이 대거 탈취당할 수 있다. 또 민원을 전달할 상대방이 없고 이전 거래를 무효화하는 것이 불가능해 사용자 보호 측면에서 취약한 점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권민경 연구위원은 디파이가 기존 금융시스템을 급격히 대체하기보다는 공존하면서 일부 차별성을 지닌 영역에서 제한적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디파이는) 특히 가상자산의 예금 및 담보대출 분야에서부터 시작해 향후 디지털화된 실물자산으로 저변을 확장하고 점차 자산운용 서비스로도 영역을 넓힐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신석영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도 일부 한계에도 현 규제 움직임 등을 고려했을 때 중장기적으로 디파이가 제도권으로 편입될 수 있다고 봤다. 이에 그도 "디파이는 현 금융기관의 핵심 기능을 상당 부분 대체할 가능성이 있어, (금융권은) 직간접적 디파이 진출 방안과 더불어 디파이 제도화가 금융권에 미칠 영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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