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전자금융업자의 약관 작성·보고 매뉴얼’을 마련해 전자금융 서비스 약관에 들어가서는 안 될 내용을 제시했다. [사진: 셔터스톡]](https://cdn.digitaltoday.co.kr/news/photo/202109/417230_409210_2748.jpg)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금융감독원이 전자금융 서비스 이용 약관에 포괄적이고 모호한 표현으로 이용자들에게 불리한 내용을 포함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금감원은 예시를 통해 전자금융 서비스 약관에 들어가서는 안 될 내용을 공개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전자금융업자의 약관 작성·보고 매뉴얼’을 작성해 배포했다.
금감원은 디지털 금융서비스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전자금융업자들이 자율적으로 법규를 준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매뉴얼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뉴얼은 전자금융 서비스 약관 작성 방법, 보고 방법, 심사 사례 등을 소개하고 있다.
금감원은 매뉴얼을 통해 전자금융 서비스 약관이 이용자에게 불리하게 작성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약관에 불공정하거나 부당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고 이용자의 이익을 해할 우려가 없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의 이런 방침은 원론적인 것이 아니라 세부적인 ‘문구’, ‘단어’까지 유의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를 위해 금감원은 약관 예시와 그것을 시정한 사례들을 자세히 소개했다.
한 전자금융업자는 약관에 ‘회원은 PIN 등 본인 인증수단의 관리 소홀이나 누설에 따른 모든 책임을 부담한다’는 내용을 넣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회사의 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포괄적 표현을 근거로 이용자의 귀책사유가 아닌 손해까지 책임을 부담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모든’, ‘일체의’ 등 포괄적 표현을 사용해 소비자에게 부당한 책임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해당 약관 내용은 포괄적 표현을 빼고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시정됐다.
또 다른 약관의 경우 분쟁이 발생할 경우 회사 본점 소재지 지방법원을 관할법원으로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금감원은 이 조항이 회사의 편의만 고려한 것으로 이용자에게 불편을 줄 수 있다며 시정하도록 했다.
금감원은 ‘기타 회사가 정한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을 경우 회사가 이용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약관에 대해서는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고 삭제하도록 했다.
면책조항도 금감원은 문제 삼았다. 한 약관에는 ‘천재지변, 전쟁, 테러 또는 회사의 귀책사유 없이 발생한 정전 등 불가항력으로 인한 사고의 경우 이용자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었다. 그러나 금감원은 이것이 법령상 면책사유가 아닌 조항이라며 삭제하도록 요구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금융상품 중개서비스에 대해서도 금감원은 약관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금감원은 ‘회사는 거래 중개서비스를 제공하며 이용자 상호간에 이루어지는 거래와 관련된 일체의 위험과 책임은 이용자가 부담하고 회사는 어떠한 책임도 부담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일체의’, ‘어떠한’ 등의 단어로 이용자에게 전적인 책임을 부담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해당 조항은 시정됐다고 한다.
이는 일부 핀테크, 빅테크 기업들이 단순 중개를 하고 있다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는 것에 대한 금감원의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
매뉴얼에는 빅테크와 금융회사 제휴 서비스를 겨냥한 내용도 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금융상품과 연계된 전자금융 서비스의 명칭에 전자금융업자명만 명시하는 것은 안 된다고 밝혔다. 이용자들이 오해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네이버파이낸셜은 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통장’을 선보였다. 그런데 출시 후 명칭이 문제가 되면서 ‘미래에셋대우CMA네이버통장’으로 상품명이 바뀐 사례가 있다. 금감원은 이 문제를 지적한 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감원은 전자금융업자들의 약관 작성을 돕기 위한 매뉴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내용은 매뉴얼을 넘어 지침에 가깝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예시를 통해 특정 단어와 조항들이 심사를 통과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예시로 든 내용을 약관에 넣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