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1일 취임한 고승범 금융위원장 모습 [사진: 금융위원회]](https://cdn.digitaltoday.co.kr/news/photo/202109/416766_408959_268.jpg)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부임한 후 금융위원회가 강력한 규제에 나섰다. 대출 규제를 시작으로 가상자산 거래소 신고, 온라인 금융플랫폼 금융소비자보호법 적용까지 원칙을 내세우며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고승범 위원장과 금융위가 앞으로 계속 이같은 기조를 유지할지 긴장하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온라인 금융소비자보호 관련 핀테크 업계 간담회를 개최하고 빅테크, 핀테크 기업에 예외가 없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 7일 금융당국은 온라인 금융플랫폼 서비스 사례에 대해 금융소비자보호법 적용대상 해당여부를 검토한 결과를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온라인 금융플랫폼 업체들이 단순 광고대행이라며 금소법상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영업을 해왔지만 미등록 중개행위로 판단된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금소법은 3월 25일부터 시행됐는데 9월 24일까지 계도기간으로 제재를 하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은 온라인 금융플랫폼 업체들에게 9월 24일 이전까지 위법 사항을 해소할 것으로 요구했다. 금융당국이 지적한 것은 카카오페이, 토스 등의 서비스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방침이 알려지면서 핀테크 기업들 사이에서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왔고 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에는 금융위 금융소비자정책과장, 금감원 소비자보호제도팀장,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사무처장과 네이버파이낸셜, 마이뱅크, 뱅크샐러드, 비바리퍼블리카(토스), SK플래닛, NHN페이코, 팀윙크, 핀다, 핀마트, 핀크, 카카오페이, 한국금융솔루션, 해빗팩토리 등의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간담회에서 금융위는 강경한 방침을 재확인했다. 혁신을 추구하더라도 금융규제와 감독으로부터 예외를 적용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위법소지가 있음에도 자체적인 시정노력이 없는 경우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해나갈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금융권은 이달 24일까지 시한이 촉박한 만큼 온라인 금융플랫폼 서비스가 중지될 수 있다고 예상한다.
빅테크에 대한 규제는 이미 예고됐다. 고승범 위원장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빅테크 정책과 관련해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에 따라 빅테크 업체가 금융관련 업무를 영위할 때에는 금융회사와 동일한 규제체계가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지적은 기존 금융회사들이 주장하는 내용과 맥을 같이 한다. 기존 금융회사들은 빅테크 기업이 금융 사업을 하면서 금융 규제를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빅테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금융회사들의 입장이다. 고승범 위원장은 이런 원칙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수차례 강조했으며 금융위가 현실화에 나선 것이다.
고승범 위원장의 강경책은 이뿐만이 아니다. 고 위원장은 8월 5일 내정된 후 금융위 관계자들과 회의를 하면서 강력한 가계부채 대응 의지를 피력했다. 이후 금융권이 대출 규제에 나섰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이 신규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모두 5000만원 이하로 축소했다. 은행들은 신용대출 규모도 줄이고 있다.
카카오뱅크도 지난 8일부터 신용대출 한도는 최대 7000만원에서 최대 5000만원으로, 마이너스 통장 대출은 최대 5000만원에서 최대 3000만원으로 줄였다. NH농협은행은 8월 24일부터 11월 30일까지 신용대출을 제외한 가계 담보대출의 취급을 중단했다. 이는 금융위의 뜻에 은행들이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고 위원장은 인사청문회를 거쳐 8월 31일 공식 취임했지만 이미 8월 중순부터 금융정책 방향을 금융위 관계자들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은 빠르고 강력한 조치에 놀라는 분위기다.
원칙 강조하며 강력한 규제, 통제 나서
가상자산 거래소 신고와 관련해서도 금융위는 강경한 입장이다. 특정금융거래법 시행으로 가상자산 사업자들은 오는 9월 24일까지 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해야 한다.
그런데 거래소로 신고하기 위해서는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과 고객 실명 은행계좌를 발급받아야 한다.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한 곳은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4곳뿐이다. ISMS만은 받은 곳은 21곳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추가로 고객 실명 계좌를 발급받는 거래소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9월 24일 신고기한을 연장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승범 위원장이 부임하면서 금융위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연장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며 금융당국의 강경한 방침에 은행들은 고객 실명 계좌 발급을 꺼리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판단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금융당국의 입장 변화가 없으면 실명 계좌 발급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조만간 상당수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폐업하거나 원화 거래를 중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 위원장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가상자산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국제기구와 상당수 전문가들은 현재로서는 가상자산을 금융자산으로 보기 어렵고 화폐로서도 기능하기 곤란하다고 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가상자산 거래소 신고기한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고 위원장은 가상자산 거래소와 관련해 “신뢰할 수 없는 가상자산 사업자 영업과정에서 국민들의 재산권이 침해되거나 자금세탁 등 불법행위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위험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권은 고 위원장이 내정된 이후 불과 한 달 사이에 분명한 색깔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한다. 앞으로도 빠르고 강력한 금융 규제 정책들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만 강경책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대출 규제로 인해 은행 고객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 온라인 금융플랫폼 규제로 카카오, 네이버 등 빅테크 관련 주식이 폭락했다. 9일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는 각각 2.56%, 7.22% 하락했다. 지난 4일 동안 네이버와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약 20조원이 줄어들었다. 이에 주식 투자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9월 24일 신고일을 앞두고 중소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폐업과 원화거래 중지도 예상된다. 관련 업계는 이로 인해 수백 만 명의 거래소 사용자들이 영향을 받을 것이며 피해 규모는 약 3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계속 불만이 고조될 경우 금융위가 계속 강경책을 펼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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