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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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서버·스토리지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재지정을 둘러싸고 국내 일부 업체들이 제도에 적용되는 서버와 스토리지 사양을 이전보다 끌어올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안을 제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해외 IT업체 등은 이번 안이 글로벌 기업 제품을 국내에 공급하는 IT유통 업체들에 과도한 역차별이 될 수 있고 수요자로서  공공기관들이 누려야할 선택폭이 지나치게 좁아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중기간 경쟁 제품) 제도는 소기업이 생산하는 제품 중 판로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품목에 대해 대기업 공공 조달시장 참여를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국내에서 직접 생산하는 중소기업이 10개 이상이고, 공공기관 연간 구매실적이 10억원 이상 제품에 대해 3년간 공공시장에서 대기업 참여를 배제한다.

서버 및 스토리지는 2016년 처음으로 중기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됐다. 올해 재지정을 앞두고  국내 업체들은 사양을 지금보다 끌어올린 안을 제출했고 이에 대해 해외 업체 등은 과도하다며 강하게 반박하고 있는 것이 현재 논란의 골자다.

국내 서버 및 스토리지 업체들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컴퓨팅산업협회는 10여개 업체들을 대표해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중기간 경쟁제품) 제도를 담당하는 중소기업중앙회에 서버는 2소켓 CPU 전체, 스토리지는 실용량 200TB 또는 물리적용량 400TB까지 포함하도록 스펙을 상향 조정하는 안을 제출했다.

지금은 서버는 CPU 1소켓 전체 및 2소켓 중 클록 속도 2.6GHz 이하, 스토리지는 실용량 100TB 및 캐시메모리는 32GB 이하 또는 물리적 용량 기준 200TB 및 캐시메모리 32GB 이하 제품들이 중기간 경쟁 제품 제도 적용을 받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 IDC에 따르면 국내 공공 x86 서버 시장에서 2소켓(CPU 두개 탑재) 이하 서버가 차지하는 비중은 판매 대수 기준으로 99% 수준에 이르고 있다. 한국컴퓨팅산업협회 안이 받아들여 질 경우 해외 업체 제품들이 공공 시장에서 파고들 공간은 크게 축소될 수 있다.  특히 공공기관 클라우드 사업의 경우 2소켓이라고 해도 상대적으로 고사양 서버가 많이 투입되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28일 오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기경쟁 제품 재지정 관련 조정 회의에서해외 업체 관계자들은 한국컴퓨팅산업협회 안을 반박했다. 이날 회의에는 한국컴퓨팅산업협회 외에 HPE, 델테크놀로지스, 시스코 IBM, 연무기술, 정원시스템, 암참(AMCHAM) 관계자 등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 참석한 업체 한 관계자는 "서버는 최신 기술이 가장 먼저 반영되는 분야 중 하나"라며 "공공기관 입장에선 대국민 서비스 등에 가장 적합한 제품을 쓰는 것도 중요하다. 국산이냐 외산이냐가 구매의 첫 기준이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텔 CPU나 엔비디아 GPU에 해외에서 수입한 마더보드에 기반한 국내 업체들 서버를 국산으로 볼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하드웨어 업체 등은 현행 중기 경쟁간 제품 제도 아래서도 로우엔드(보급형) 서버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 점유율은 3년전보다 늘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도 적용을 받는 제품 사양을 끌어올리는 것은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중기간 경쟁 제품 제도 아래  특정 국내 서버 업체 점유율이 공공 시장에서 과도하게 높다는 점도 부각하는 모습이다.

한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중기간 경쟁 제품에 서버와 스토리지는 포함되지 않아야  한다는게 입장"이라면서도 "빼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지금보다 사양이 올라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컴퓨팅산업협회 측은 외산들이 장악한 서버 및 스토리지 시장 환경에서 국내 업체들이 지속 가능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협회 관계자는 "현재 중기간 경쟁제품 제도 아래에선 회색 지대가 많다.  2소켓 서버의 경우 클록 속도를 갖고 제도를 우회하는 경우도 많다. 2소켓 서버 전체로 확장하는 안을 제출한 것은 이같은 회색 지대를 제거해 국내 업체들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컴퓨팅산업협회는 28일 조정회의에서 논의됐던 내용들을 검토한 뒤 수정안을 중소기업중앙회에 다시 제출할 예정이다.

중기간 경쟁제품 지정은 공공 시장에서 대기업들 참여를 제한해 국내 중소기업들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취지다. 

2016년 이후 서버와 스토리지도 중기간 경쟁 제품에 포함됐는데, 제도 시행 후 국내 업체들은 아직까지  대부분 정부 조달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 시장에만 의존해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해 한국컴퓨팅산업협회 측은 제도의 빈틈을 노린 회색지대를 제거해야 질적인 경쟁력 강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반대 진영에선 부작용을 부각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인텔이나 엔비디아 프로세서에 기반하는 만큼 국내 업체 서버도 수준이 많이 향상됐다"면서도 "트렌드 변화에 맞게 소프트웨어 및 클라우드와 맞물려 가야 하는데 국내 업체들은 아직까지 하드웨어 중심적이고 조달 시장에만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기간 경쟁 제품 지정과 관련한 최종안을 연말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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