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청와대]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만들어진 청와대 국민청원에 금융 관련 내용들이 상당수 올라오고 있다. 그중 일부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에 제기해야할 내용도 있어 국민청원이 금융민원 게시판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청와대 국민청원에 지금까지 수천건의 금융청원이 올라왔다.

실제로 ‘금융’을 키워드로 국민청원 검색을 해보니 1만건, ‘은행’을 키워드로 한 검색은 9200건, ‘보험’을 키워드로 한 검색은 1만5000건의 결과가 나왔다.

국민청원 중에는 금융정책이나 금융과 관련된 주장,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사례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인 금융민원을 국민청원으로 올리는 경우도 많다.

최근 A씨는 국민청원을 통해 자신이 투자를 하면 원금을 보장하면서 100% 수익을 내준다는 온라인 사이트에 사기를 당했다고 하소연했다. B씨는 지난달 자녀의 보험금 수령과 관련된 내용을 국민청원에 제시했다. B씨는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보험사의 부당함을 바로 잡아달라고 주장했다. 

C씨도 지난달 자신의 부모가 은행에서 불완전판매로 펀드에 가입했다고 국민청원을 올렸다. C씨는 불완전판매 피해 사실을 알리고 원금이라도 돌려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달 D씨는 주가 조작이 의심된다며 조사를 요구하는 글을 국민청원에 게시했다. 그는 자신이 제약회사 주주인데 해당 회사에서 주가를 조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D씨는 금융감독원에 신고 요건이 되지 않아서 국민청원에 글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5월 말 E씨는 자신의 부모가 보이스피싱을 당해 수천만원의 피해를 당했다고 하소연했다. 보이스피싱 피해를 인지한 후 금융권에 대응에 대해 설명한 E씨는 보이스피싱 대응에 대한 정확한 매뉴얼과 피해자구제법이 강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이같은 내용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의 소관 업무이며 금융당국이 안내하고 처리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한다.

국민들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이유는 금융당국의 민원 수렴이 그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금융위, 금감원이 운영하고 있는 e금융민원센터 메뉴는 일반 국민들이 사용하기에 쉽지 않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운영하고 있는 금융민원 사이트 모습. 금융민원을 어느 메뉴에서 신청해야할지 복잡하게 구성돼 있다. [사진: e금융민원 사이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운영하고 있는 금융민원 사이트 모습. 금융민원을 어느 메뉴에서 신청해야할지 복잡하게 구성돼 있다. [사진: e금융민원 사이트]

금융민원신청 하기에 들어가면 “금융소비자와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회사 간의 분쟁 또는 조정이 필요한 사항을 신청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보험금 문제, 보이스피싱, 투자사기 등을 문의하기 위해 방문한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구가 없다.

또 금융민원 메뉴에는 금융위와 금융정보분석원 소관 법령 및 업무 등에 관한 민원은 국민신문고에 신청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또 금융회사를 사칭한 대출사기는 경찰청 민원포털에, 우체국 금융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새마을금고 관련 내용은 새마을금고중앙회에 민원을 넣으라고 설명돼 있다.

이밖에도 개인 워크아웃과 신용회복 관련 민원은 신용회복위원회에 다단계 피해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하라고 금융당국은 설명했다.

즉 국민들이 어디에 금융민원을 신청해야 하는지 알기 어려운 것이다. 

다시 금융민원 신청에 들어가면 유사사례 검색을 먼저 하도록 금융당국은 안내하고 있다. 이를 통과해서 다음단계로 넘어가면 민원 신청과 관련된 각종 법령 설명과 개인정보제공 동의에 관한 복잡한 설명이 나온다. 다음단계는 민원자율조정 및 민원이첩 제도 안내를 봐야하고 과거에 비슷한 민원을 제기했는지도 체크해야 한다. 이것을 통과하면 자세한 개인정보를 작성해야 한다. 이 과정을 마쳐야 금융민원신청이 가능하다.

반면 청와대 국민청원은 간단한 본인인증과 동의로 게시판 형식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작성할 수 있다.

민원인들은 금융당국에 민원을 제기해도 대응이 미흡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청와대 국민청원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청원에 게재하면 청와대에서도 보고 국민들도 모두 보기 때문에 담당자들의 대응이 빨라진다는 주장이다. 

결국 금융당국이 제대로 대응을 못해서 국민들이 국민청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들이 금융위, 금감원에 제기해야 할 민원을 왜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리겠느냐"며 "그 이유를 생각해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2017년 8월 시작됐다. 그 취지는 국민들로부터 정책, 아이디어 등 의견을 수렴하고 비판을 받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청원이 금융민원 창구가 되면서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역량이 분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금융당국의 민원 대응 문제가 국정 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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