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자율주행 산업/상, 도로 위에 멈춘 자율주행차
흔들리는 자율주행 산업/하, 기술·경제성·규모 3박자 갖춰야
[디지털투데이 추현우 기자] 카네기 멜론 대학 로봇공학과 라지 라지쿠마 교수는 "자율주행차량 산업이 너무 오랫동안 많은 것을 약속했지만, 투자자에게 가져다준 것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즉, 자율주행차 산업은 아직 초기 시장조차 만들지 못한 단계라는 설명이다.
자율주행시장에서 아직 돈을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웨이모 로보택시가 유일하다. 그마저도 제한적인 수준인 현재 로보택시 사업으로는 수익성 확보는 요원한 상황이다. 투자자의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생각보다 높은 비용, 낮은 수익성
웨이모 초창기부터 회사를 이끌었던 존 크프라칙 CEO는 올해 웨이모를 떠났다. 구글의 자율주행차 사업부에서 독립 법인으로 분리해 야심한 사업 확장을 꿈꿨던 그는 지지부진한 사업 진행과 수익모델 약화로 결국 자리를 내놓았다.
![존 크라프칙(John Krafcik) 웨이모 최고경영자(CEO) [사진: 웨이모]](https://cdn.digitaltoday.co.kr/news/photo/202106/407398_404081_585.jpg)
웨이모가 높은 기술을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로보택시만으로 회사가 충분한 이익을 얻을 만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사실이 최근 드러난 것.
대당 수억원에 호가하는 웨이모 로보택시가 한 달간 벌이들이는 운행 수입은 수천달러 수준에 그친다. 차량 가격뿐만 아니라 운영에 필요한 인력, 개발, 긴급 출동팀까지 웨이모는 일반적인 도심 택시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치르고 있다. 웨이모 로보택시는 여전히 시범 서비스 수준이며, 아직 수익성을 논할 단계는 아니다.
모건 스탠리가 산정한 웨이모의 기업 가치는 2018년 1750억달러(약 200조원)에 달했지만, 1년 후 1050억달러(약 118조)로 뚝 떨어졌고, 현재는 300억달러(약 33조원) 수준으로 크게 쪼그라들었다. 금액적으로는 여전히 높은 기업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회사가 벌어다 줄 이익에 대한 기대는 크게 줄었다.
로보택시가 기존 택시와 버스를 대체하고 대중교통의 새로운 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자율주행기술이 구글이나 인공지능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출발한 것도 한계점을 드러내는 원인이다. 복잡하고 변수가 많은 도로 주행 환경을 너무 기술적인 관점으로 접근해 해결하려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로에서의 운전은 자동차 성능과 상태, 운전자의 성향, 기분, 그리고 지자체나 정부의 정책, 건설 현황 등 다양한 변수가 영향을 끼친다.
![자율주행 규모의 경제 확보에 가장 가까이 가 있는 기업 테슬라 [사진: 셔터스톡]](https://cdn.digitaltoday.co.kr/news/photo/202106/407398_404083_1454.jpg)
'규모의 경제' 절실한 자율주행 산업
IT 매체 더 버지의 자동차 전문 기자인 앤드류 호킨스는 자율주행은 IT 산업이 아닌 융합 산업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완전한 자율주행은 웨이모나 테슬라 같은 한두 개 기업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GM이나 토요타 같은 자동차 제조사는 물론 5G 통신기업과 내비게이션 업체, 도로교통국과 경찰 등 교통 당국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조화와 협조가 필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자율주행 산업이 보잘것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웨이모는 물론 크루즈, 아르고, 바이두 같은 주요 기업들과 포니에이아이, 메이 모빌리티, 옵티머스 라이드 같은 소규모 스타트업들은 여전히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 열기는 확실히 식은 상황이다.
벤처투자사 트럭스의 라일리 브레넌 이사는 "사실 최초의 로보택시 출현은 2017년 무렵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현재는 2021년이고 로보택시 사업은 아직 출발을 못 했다"면서 "자율주행 산업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지만, 상용화 시기는 애초 예상보다 훨씬 더 먼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우버와 리프트가 자율주행 사업부문을 매각한 것이 단순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영 악화 때문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최근 들어 자율주행 전문 스타트업보다 포드나 GM, 폭스바겐 같은 기존 자동차 회사에 거는 기대가 커졌다.
브레넌 이사는 "충분한 투자 여력을 가진 이들 전통 기업들이 자율주행 스타트업을 인수하거나 관련 기술을 내재화하는 등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 기업 간의 합종연횡, 비즈니스 연대 같은 융합 현상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자율주행 산업 발전을 위해 사회적 합의와 규제 타파가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사진: 셔터스톡]](https://cdn.digitaltoday.co.kr/news/photo/202106/407398_404085_2255.jpg)
잠재된 복병, 사회적 합의와 규제
규제 문제도 장기적으로 자율주행 산업을 가로 막는 걸림돌로 꼽힌다. 올해 출범한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전기차와 자율주행 산업 진흥 계획을 밝혀 업계의 환영을 받았지만, 실제로 자율주행차량이 미국 전역의 도로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난 6월 17일(현지시간) 공화당 상원의원 존 툰(John Thune)이 제안한 자율주행차 규제 해제 법안이 상원에서 거부된 바 있다. 운송 노조와 각종 협단체 등 이해 세력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힌 것.
관련해 미국 최대의 노조인 미국노동연맹 산별노조협의회(AFL-CIO)는 별도의 성명을 통해 "자율주행차가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위험에 빠뜨리며, 상업 차량에 자율주행기술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법안 폐기로 780억달러(약 87조원)에 달하는 화물운송업계에 대한 지원 예산에 자율주행 산업 진흥에 배정된 예산은 한 푼도 없다.
존 툰 의원은 "미국 경제와 미국민의 이익에 반하는 각종 단체의 압력에 동료 의원들이 굴복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진정 미국민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지난 24일 헌법재판소의 '타다 금지법' 합헌 결정 사례가 비슷한 맥락이다. 기존 관행이 혁신을 가로막은 사례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자율주행차량이 단순히 인공지능과 자동차, 안전성의 결합으로 해석하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 경제성 확보는 물론 사람들의 불안한 인식과 법률, 규제에 맞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범용 자율주행차량 개발에서 최근 광산, 건설 현장을 위한 산업용 자율주행 분야로 사업을 전환한 세이프에이아이(SafeAI)의 비드라지트 할더 CEO는 "기술이 더는 중요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그는 "기술보다 사람들의 관심과 안전, 그리고 규제가 자율주행 산업 발전에 더 큰 영향일 미칠 것"이라며 "지금처럼 좋은 차, 도로, 교통망을 구축하는데도 100년이 걸렸다. 자율주행 산업에 대해 인내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