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사람으로 치면 44세인 오라클은 최근 몇 년 간 주특기인 데이터베이스와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을 넘어 퍼블릭 클라우드 회사로 변신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해왔다.
아직은 아마존웹서비스(AWS)나 마이크로소프트급 클라우드 DNA를 갖추지는 못했다는 평가도 적지 않지만, 클라우드 플랫폼 기업이 되기 위한 오라클의 공세는 계속되고 있다.
이같은 변신 행보가 연착륙할지는 좀더 두고봐야 겠지만 주가가 놓고 보면 분위기는 나름 괜찮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지난해 회계연도 4분기 실적 발표전 오라클 주가는 한해 동안 27% 상승했다. 오라클 회계연도는 6월부터 시작한다.
주가 상승에는 여러 요인들이 있겠지만 많은 투자자들이 클라우드 서비스 회사가 되기 위한 오랜 변신 노력이 결실을 거두기 시작했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도 있다고 WSJ은 전했다.
오라클은 4분기 실적 집계 결과 매출이 전년대비 7.5% 늘어난 112억달러를 기록했다. 월가 예상을 깬 수치다. 또 2012년 이후 최고 성과다. 지난해 전체 매출도 4% 늘어 처음으로 400억달러를 넘어섰다.
하지만 오라클이 내놓은 이번 분기 전망은 월가 예상을 밑돌았다. 그럼에도 오라클은 올해 자본 지출을 2배 늘어난 40억달러 규모로 확대할 것이라며 공격 모드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사프라 카츠 오라클 CEO는 "클라우드 비즈니스에서 보상이 늘어난다는 것은 투자 확대를 정당화하는 것 이상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마진이 확대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번 분기 전망치가 월가 예상에 못미치는 상황에서 투자를 확대한다는 메시지는 주가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실적 발표 후 오라클 주가는 6% 하락했다.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판매에 뿌리를 두고 있는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과정은 만만치 않다. 경쟁력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구축하고 고객들에게 어필하는 것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투입될 수 밖에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클라우드 서비스 구독 사용료로 되돌려 받지만 단기적으로는 영업 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마이크로소프트도 클라우드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운영 마진이 30%까지 하락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수익성은 지금은 다시 회복됐다. 2020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1년간 운영 마진은 40%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현재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서 AWS에 이어 2위에 랭크돼 있다. 오피스360, 다이내믹스, 링크드인 같은 소프트웨어들까지 포함하는 커머셜 클라우드 사업 영역은 이제 연간 매출 600억달러 이상으로 성장했다.
오라클은 여기에는 한참 못미친다. 번스타인의 마크 모어들러 애널리스트는 오라클은 서비스형 플랫폼(PaaS) 시장에서 4%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4% 수준이다.
오라클 입장에서 투자를 계속해서 추격에 속도를 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오라클이 자본 지출을 확대한다고 해서 AWS나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격차를 많이 좁힐 수 있을지는 아직은 낙관하기 어렵다. AWS,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클라우드의 경우 연간 기준으로 오라클보다 몇배를 쏟아붓고 있는 상황이다. 나름 긍정적인 평가가 있지만 오라클이 클라우드 판에서 지속 가능성을 갖췄는지를 판단하기까지는 시간이 좀더 필요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