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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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얼마전 마이크로소프트가 기업들이 블록체인을 서비스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애저 블록체인 서비스를 중단한다는 소식이 관심을 끌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서비스를 접는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의미있는 사업으로 키우기가 만만치 않아서 그런 것임을 파악하기는 크게 어렵지 않다.

몇년 전만 해도 마이크로소프트는 블록체인을 애저 클라우드에서 중요한 애플리케이션으로 강조하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 같다.

기업 대상으로 기술을 파는 거물급 테크기업들 중 블록체인에 대한 스탠스가 예전 같지 않은 건 마이크로소프트 뿐만이 아니다.

한때 블록체인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던 IBM도 요즘은 아주 많이 조용해졌다. 얼마전 외신에선 IBM이 블록체인 사업을 사실상 접었다는 얘기까지 나왔을 정도. 이에 대해 IBM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지만 IBM이 요즘 블록체인 얘기를 많이 하지 않는 건 사실이다.

IBM은 2018년에만 해도 월마트와 제휴를 맺고 블록체인 기반 SCM 프로젝트인 푸드 트러스트도 시작하는 등 기업용 블록체인 시장 공략에 공을 들였지만 지금은 클라우드나 AI가 블록체인보단 확실하게 먼저다.

3~4년 전과 비교하면 180%도 달라진 풍경이다. 2017년 암호화폐 가격이 급등할 당시만 해도 분위기는 지금과 많이 달랐다.

암호화폐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이 기업들 IT인프라와 비즈니스 용도로도 많이 쓰일 것이란 기대가 고조됐고 이를 겨냥한 프로젝트들도 쏟아졌다.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 시장의 탄생이었다.

하지만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의 현재는 높았던 당시 기대에는 한참 못미친다. 이런저런 시도들은 참 많았는데, 지속 가능성을 확보했다고 볼 만한 성과는 많지 않다. 해외나 국내나 마찬가지다. 

신기술에 어느정도 거품이 끼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블록체인의 존재감은 '너무 너무' 크지 않다. 역시나 신기술로 분류되는 컨테이너나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PA)가 엔터프프라이즈 시장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고, 대규모로 쓰이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때 블록체인 사업 강화에 나섰던 기업들 사이에선 의미 있는 블록체인 비즈니스를 만드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리뷰'도 나오고 있다. 공공 블록체인 사업에도 적극 참여했던 모 업체 한 임원은 "블록체인으로 사업화를 할 만한 사례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면서 "지금은 블록체인 사업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나중에 다시 강화할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사업적으로 할게 별로 없다는 얘기다.

블록체인 판을 보면 블록체인은 탈중앙화된 암호화폐를 만드는데만 의미를 갖는 기술이라는 시각과 암호화폐 없이 블록체인만으로도 의미 있는 활용 사례를 만들 수 있다는 시각이 공존해왔다.

현재까지 결과만 놓고 보면 블록체인 보다 암호화폐가 먼저라는 진영의 말이 먹혀들고 있는 상황이다. 탈중앙화된 암호화폐를 만드는 것 말고 블록체인이 규모 있게 쓰이는 사례는 많지 않다.

하지만 지금 그렇다는 것이 앞으로도 그럴 거란 뜻은 아니다. 블록체인을 비즈니스에 의미있게 활용하려는 시도는 국내외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   

대형 투자 회사인 크레딧 스위스와 인스티넷이 블록체인 인프라 전문 업체 팍소스와 제휴를 맺고 미국 증권예탁결제원(Depository Trust & Clearing Corporation: DTCC)을 거치지 않고 블록체인을 활용해 주식을 거래하는 파일럿 프로젝트도 그중 하나다. [관련기사]블록체인, 월가 자본 거래 흔드나?...크레딧스위스 실험 주목

블록체인 공유 디지털 원장을 활용한 크레딧 스위스와 인스티넷 간 거래는 몇시간 만에 이뤄졌다. DTCC를 이용하면 이틀이 걸리는데, 블록체인을 활용해 이보다 훨씬 더 빨리 거래를 끝냈다는 얘기다.

블록체인이 비즈니스 측면에서 좀더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블록체인이라는 기술보다는 블록체인으로 풀 수 있는 문제를 찾는 것이 먼저라는 주문도 많이 나오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 업체인 아톰릭스랩의 장중혁 이사는 "비트코인이 해결하려고 했던 문제가 있기에 블록체인이 의미를 갖는 것이다"면서 "그동안 블록체인을 기업 비즈니스에 활용하려고 했던 시도들 중 많은 것들은 문제보다는 기술에 초점이 맞춰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블록체인을 도입하는데 따르는 진입 장벽을 낮춰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박재현 람다256 대표는 "블록체인은 불가역적인 데이터를 신뢰 기반으로 만들어주는 저장 시스템이다. 하지만 블록체인을 쓰려고 하면 어디에, 어떻게 쓸지 남감해 하는 기업들이 많다"면서 "블록체인 플러스 알파를 같이 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를 고려해  블록체인 기반 포인트 서비스, 탈중앙화 신원(DID), 블록체인 정보 저장 및 조회 서비스 '트레이스' 등 블록체인을 활용한 구체적인 유스케이스와 도구들을 API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으로 킬러앱을 찾기 위한 관련 업계의 시행착오는 계속 되고 있고, 앞으로 킬러앱을 찾을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지만  큰틀에서 보면 디지털 생태계에서 탈중앙화 컴퓨팅이 갖는 중량감은 점점 커지는 흐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형 퍼블릭 클라우드로 대표되는 중앙화된 컴퓨팅이 전성기를 구가하는 가운데서도 엣지컴퓨팅과 사물인터넷(IoT),  디바이스 AI 등  탈중앙화에 초점이 맞춰진 컴퓨팅 개념이 지분을 확대해 나가고 있어, 블록체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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