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금융감독원의 옵티머스 펀드 계약 취소 결정과 관련해 NH투자증권과 시민단체·피해자들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NH투자증권은 다자배상안을 주장하는 가운데 시민단체와 피해자들은 NH투자증권이 계약 취소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NH농협금융그룹을 대상으로 책임을 따지겠다는 입장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5일 오후 금융감독원은 옵티머스 펀드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를 개최했다.
지난해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운용하던 펀드들이 환매 중단되면서 파문이 일었다. 특히 조사 과정에서 옵티머스자산운용은 존재하지 않은 공공기관 채권 투자를 명목으로 펀드를 설계하고 소비자들에게 펀드를 판매한 것으로 알려져 사기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달 25일 금감원은 옵티머스 펀드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 등에 대해 제재를 결정했다. 금감원은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에게는 ‘문책경고’ 제재를 했다. 또 NH투자증권에는 부당권유 금지의무 위반(자본시장법 49조),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지배구조법 24조), 설명내용 확인의무 위반(자본시장법 47조), 투자광고 절차 위반(자본시장법 57조) 등으로 업무일부정지와 과태료 부과 제재를 부과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이며 옵티머스 펀드의 전체 환매 중단 금액 5107억원의 약 84%인 4327억원을 판매했다.
이날 금감원 분조위는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착오에 의한 계약 최소가 결정되면 펀드 판매 계약을 무효화 돼 원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 금감원은 분조위 결정을 6일 오전에 발표할 예정이다.
그런데 옵티머스 펀드의 ‘계약취소’ 여부를 놓고 NH투자증권과 시민단체, 피해자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 펀드 피해 해결방안으로 지난달 말 다자배상안을 제시했다. NH투자증권은 수탁사인 하나은행, 사무관리회사인 예탁결제원 등과 연대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는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위원장 금융투자업권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계약취소로 가게 되면 법리적인 이슈도 있고 또 같이 책임을 져야할 모든 서비스 업자들에 면책을 주는 효과가 발생한다”며 “분조위 결정이 금융회사 간 다툼을 왜곡시키는 것만 없애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종 결정권이 결국 이사회에서 갖게 돼 있다. 이사회를 어떤 방법으로 설득하면 유리할까 판단해보면 다자간배상을 하면서 우리가 먼저 처리하고 이사회를 설득하는 게 쉬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과 피해자들은 NH투자증권이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금융정의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와 옵티머스펀드피해자모임 등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감원 앞에서 NH투자증권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민단체들은 NH투자증권이 금감원 분조위가 계약취소를 결정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다자배상안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같은 NH투자증권이 계약취소 결정이 내려질 경우 수용하지 않고 다자배상안을 내세워 법정으로 사건을 가져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참석자는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이 피해자들에게 우선 보상하고 수탁자, 관리사 등에 문제가 있다면 이후 문제를 따지면 되는 것 아니냐”며 “갑자기 다자배상안을 꺼낸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와 피해자들은 NH농협금융그룹의 책임도 거론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옵티머스 사태 피해가 커진 것에 대해 “피해자들은 NH농협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돈을 맡긴 것이다”라며 “NH농협금융에서 판매한 상품이라서 신뢰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NH농협금융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NH투자증권이 다자배상안을 주장하며 계약취소 결정을 거부할 경우 NH농협금융그룹을 상대로 투쟁이 나서겠다”고 말했다. 또 이날 회견에 나선 피해자 대표는 “NH투자금융이 다자배상안을 내세우며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2차 가해를 하고 있다”며 “NH농협금융그룹은 물론 NH농협을 상대로도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만약 6일 금감원 분조위가 계약취소를 발표하고 이를 NH투자증권이 수용하지 않을 경우 피해자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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