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에 출마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왼쪽)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의 모습 [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4월 7일 서울, 부산 시장 보궐 선거를 앞두고 여야 주요 후보들이 금융 관련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선거 열기가 과열되면서 후보들이 지자체 차원에서 수행할 수 없는 내용을 발표하거나 논란의 여지가 있는 내용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어 선거 후 금융권에 후유증이 우려되고 있다.

25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등이 다양한 금융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이달 10일 오세훈 후보는 국민의힘 지도부와 서울 명동을 방문해 4무(無) 대출 공약을 발표했다. 오 후보는 “시장이 되면 서울시 서울신용보증재단이라는 금융기관이 있는데 중소상공인께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보증재단이 되도록 하겠다"며 ”4무 대출 공약으로 보증료 전액 면제, 담보 없이, 서류도 최소한으로 줄여서 빠르게 충분한 대출을 보증하겠다. 또 1년 동안 무이자로 최대한도 1억원까지 대출해 소상공인께 긴급 수혈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세훈 후보와 별개로 국민의힘은 당 차원에서 이번 보궐선거와 관련해 신혼부부, 청년층 등 생애 첫 주택 구입시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고 공약했다. 또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을 완화하겠다며 1만원 이하 소액카드 결제 시 가맹점 수수료를 면제하겠다고 밝혔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3일 서울 종로구 안국빌딩에서 열린 정책발표회에서 금융 공약으로 서울형 디지털화폐 ‘KS 코인’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박영선 후보는 “서울시민이 디지털 화폐 KS 코인을 서울 어디서나 온·오프라인 상점에서 사용하고 지방세 등 세금납부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결제·송금 수수료가 무료화 돼 결제 시스템의 대전환이 일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박 후보는 서울시민들에게 1인당 10만원 상당의 KS 코인을 주겠다고 공약했다.

박 후보는 국내 시중은행과 협업해 서울시민들이 거래할 때 코인을 활용하게 되면 결제 수수료가 무료에 가깝고 송금 수수료도 거의 필요가 없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박영선 후보는 서울시와 산하기관을 통한 5000억원과 민간자금을 더해 1조원 규모의 모태펀드를 조성해 혁신 클러스터 입주업체, 스타트업을 지원한다는 구상도 밝혔다.

여야 모두 부산 가상자산 거래소 설립 공약

부산에서도 금융 공약 경쟁이 뜨겁다.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는 23일 부산시의회에서 윤관석 의원과 부산 금융중심지 비전을 발표했다. 윤관석 의원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책은행 등을 관할하는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이다. 이날 윤관석 의원은 자신이 금융위 등 금융기관을 관장하는 정무위원장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김영춘 후보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오른쪽 두번째)와 윤관석 국회 정무위원장(첫 번째) 등이 금융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윤관석 의원실]

김영춘 후보는 부산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거래소를 설립한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김영춘 후보는 블록체인 규제자유 특구인 부산 문현 혁신지구와 북항 경제자유구역 등이 가상자산 거래의 허브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매일 100조원의 가상자산이 전 세계적으로 거래되고 있다”며 “그러나 규모에 비해 안정성이 취약하다. 비트코인 등 메이저 가상자산, 포인트 등이 거래되는 전 세계 최초의 공영거래소를 부산에 설립해 새로운 질서를 형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가상자산 거래소의 거래 대상으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과 포인트·마일리지 등 스테이블 코인 등이 제시됐다. 또 부산 디지털 인덱스(지수)를 개발해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의 표준수치로 정착시킨다느 구상도 나왔다.

한마디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을 거래하는 빗썸, 업비트 같은 거래소는 부산시가 만든다는 것이다.

김영춘 후보는 인터넷 전문은행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서민들에게 무담보로 최대 1000만원을 대출해주는 인터넷 은행 동백뱅크를 설립한다고 공약했다.

그는 “높은 대출 문턱으로 생계형 대출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부산판 공공 카카오뱅크인 동백뱅크를 설립해 인터넷으로 쉽고 편리한 소액대출로 소상공인 서민을 위한 긴요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도 블록체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박형준 후보는 이달 10일 발표한 9차 정책 공약에서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활성화를 위해 어르신 스마트 헬스케어, 소상공인 핀테크 경제 환원 시스템, 블록체인을 활용한 디지털 부산시민증과 동백전 발행 등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박 후보는 디지털 자산 거래소를 추진하고 금융혁신 선도 범시민 거버넌스 구성 등 디지털 자산 신금융 글로벌 허브를 조성하며 블록체인 특화 클러스터 조성도 공약했다. 박형준 후보 역시 김영춘 후보처럼 부산 가상자산 거래소 설립을 약속한 것이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박형준, 김영춘 두 후보가 부산시장으로 유력하다. 둘 중 누가 당선이 되도 부산 가상자산 거래소 설립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책 고려 없이 너도나도 지자체 공약 발표

이처럼 서울, 부산시장 후보들이 금융 공약을 선보이고 있지만 보여주기식, 포퓰리즘 공약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우선 공약들이 지자체 차원에서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이냐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주장한 LTV, DTI 규제 완화는 정부의 부동산, 금융 정책과 관련 있기 때문에 지자체장의 힘만으로 추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국민의힘의 의석수는 국회 의석의 절반 이하로 법안 처리도 쉽지 않다.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가 제시한 인터넷 은행은 금융정책의 문제다. 금융당국은 인터넷 전문은행으로 케이뱅크, 카카오뱅크를 승인했고 토스뱅크가 준비 중이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전체 금융정책 차원에서 추진된 만큼 특정 지자체에 혜택을 주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부산시의 인터넷 은행 설립을 금융당국이 허가할 경우 전국 지자체들이 형평성을 제기하며 인터넷 은행 설립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의 여야 후보가 모두 공약한 부산 가상자산 거래소 설립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여전히 가상자산 거래로 인한 자금세탁, 탈세, 투기과열 등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가상자산 거래소를 강력히 규제하고 있다. 그런데 부산시가 가상자산 거래소를 설립하게 되면 정부의 기조와 정책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제기한 디지털 화폐 KS 코인에 대해서는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제로페이 등 기존 결제 시스템이 있고 지역화폐, 상품권도 있는데 새로운 결제시스템과 코인을 만들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오세훈 후보의 무담보, 무이자 1억원 대출 공약에 대해서도 향후 손실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서울과 부산을 글로벌 금융허브로 육성하려는 내실있는 공약은 보이지 않고 있다. 서울, 부산에서 활동하는 금융회사들의 사업 환경을 개선해주거나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유치할 당근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금융권은 물론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공약들에 대해 우려하고 있지만 여당은 물론 국회 정무위원장까지 나선 상황에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보궐선거 후보들의 금융 공약을 보고 대체 왜 그걸 해야 하는지 의아한 것들도 있었다”며 “문제는 여야 유력 후보들이 이런 공약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거 이후 후유증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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