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크립토키티와 함께 화제가 됐다가 언제부터인가 관심이 시들해진 대체불가토큰(Non-fungible tokens: NFT)이 다시 블록체인판을 흔드는 이슈메이커로 부상하고 있다. 탈중앙화 금융(디파이)과 함께 잠재력 있는 블록체인 응용사례로 NFT를 주목하는 이들이 늘었다.

NFT 분석 플랫폼 논펀지블닷컴(Nonfungible.com)이 발표한 2020년 NFT 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NFT 시장 총 거래액은 약 6200만달러를 기록했고 2020년에는 2억5000만달러 수준으로 늘었다.

NFT 구매, 판매, 보유 등 NFT를 거래하는 총 활성화 지갑 수도 2019년 11만2731개에서 2020년 22만2179개로 약 2배 증가했다. 현재 발행된 NFT 총 자산가치는 약 3억3800만 달러이며 2019년 대비 약 2.5배 확대됐다.

NFT는 ERC-721과 같은 토큰 기술 등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며, 다른 이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기존 암호화폐와 비슷하다. 그러나 NFT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같은 가치로 대체될 수 없다. 각각의 NFT가 저마다 고유한 식별자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NFT는 크립토키티 처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수집을 할 수 있는 유형의 게임에 사용돼왔지만 요즘은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NFT를 관심있게 보는 모습이다.

크리스 딕슨(Chris Dixon)
크리스 딕슨(Chris Dixon)

실리콘밸리에서 중량감 있는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creators economy) 생태계에서 NFT가 갖는 전략적 가치도 커졌다. 실리콘밸리 유력 벤처투자사 중 하나인 안드레센 호로위츠의 총괄 파트너인 크리스 딕슨도 최근 회사 블로그에 쓴 글에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관점에서 NFT를 주목해 눈길을 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중앙화된 대형 소셜 플랫폼들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뒷받침하기에는 여러모로 한계가 많다. 이들 플랫폼은 크리에이터들과 사용자들 사이에서 중개자 역할을 하며 광고와 알고리즘 추천을 끼워넣고 매출의 대부분을 가져간다. 중앙이 갖는 힘이 매우 크다. NFT는 이같은 구도를 크리에이터들과 사용자들이 중심이 되는 분산 환경으로 바꾸는데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게 크리스 딕슨의 생각이다.

그는 NFT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궁합이 좋은 이유로 3가지를 제시했다.

첫번째는 지대 추구형 중개자들을 제거할 수 있다는 점이다. 크리스 딕슨은 "블록체인 기반으로 돌아가는 NFT는 실제 세상에서 책이나 스니커즈를 사는 것과 마찬가지로 누군가 일단 구입하면 소유권을 자신의 통제 아래 둘 수 있다"면서 "NFT 플랫폼들과 마켓플레이스들이 나와 있고 계속 그럴 것이지만 이들이 부과할 수 있는 것은 제한될 것이다. 블록체인 기반 소유권은 힘을 크리에이터들과 사용자들로 돌려주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두번째는 NFT를 활용해 크리에이터들은 보다 세분화된 가격 체계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광고 기반 모델에선 매출은 팬들의 열정 수준과 상관 없이 거의 균일하게 발생하지만 NFT를 활용하면  보다 열성적인 팬들에게 특화된 아이템을 좀더 비싸게 제공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그는 "NFT는 암호화폐가 아닌 제품보다 가격을 쉽게 쪼개고 나눌 수 있다. (대표적인 NFT 상품인) NBA 톱샷 카드 가격대도 10만달러 이상부터 몇달러까지 다양하다"면서 "암호화폐의 정교한 가격 세분화 역량은 크리에이터들이 수요 곡선 아래에서 보다 많은 영역들을 잡을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세번째 특징은 NFT가 사용자를 오너로 만들어 준다는 점이다. 이같은 특성은 NFT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바꿀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란게 크리스 딕슨의 설명. 

그는 "NFT를 통해 고객 획득 비용을 거의 제로까지 줄일 수 있다. 테크기업들 상장 보고서를 보면 거대한 사용자 및 고객 획득 비용을 보게 될 것이다. 이들 비용은 통상 온라인 광고와 세일즈 인력들에게 들어간다"면서 "암호화폐는 반대로 총 시장 가치가 1조원이 넘지만 거의 어떤 마케팅 비용도 없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마케팅 예산은 말할 것도 없고 담당 조직도 없다. 그런데도 수많은 이들에 의해 사용되고 소유되고 사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NFT 프로젝트 중 최근까지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것은 NBA 톱샷이다. NBA톱샷은 지난 6개월간 2억달러 가량의 매출을 일으켰지만 마케팅 예산은 거의 들어가지 않았다. 그는 "사용자들이 오너라고 느끼기 때문에 NBA톱샷은 매우 효율적으로 성장했다. P2P 마케팅이다. 커뮤니티, 흥분, 소유권에 의해 성장이 가속화된다"고 말했다.

관심이 커지고는 있지만 NFT는 여전히 초기 단계다. 그럼에도 크리스 딕슨은 "마켓플레이스, 소셜네트워크, 쇼케이스, 게임, 가상세계 등에 걸쳐  NFT 관련 디지털 경험들이 개발되면서 활용 분야가 앞으로 계속 진화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NFT는 전 와이어드 편집장이자 테크 미래학자인 케빈 켈리가 2008년 화두로 던진 진정한 1000명의 팬(Thousand True Fans)이라는 구호와도 연결되는 지점들이 많다.

1000명의 진정한 팬 이론에 따르면 성공적인 크리에이터가 되려면 수백만명에 달하는 팬이 필요 없다. 진정한 팬 1000명만 있으면 사진작가든, 음악가든 크리에이터들은 먹고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 1000명이 좋아하는 음악가가 노래하는 것을 듣기 위해 200km를 운전해서 올 것이고, 열성적으로 따르는 작가가 쓴 책과 오디오 버전을 구입하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크리스 딕슨은 "좋은 소식은 인터넷은 점점 케빈 켈리가 말한 비전이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뉴스레터 플랫폼) 서브스택에서 많은 톱 작가들은 그들이 월급을 받을 때보다 많은 돈을 벌고 있다"면서 "낮은 수수료와 열광적인 팬덤의 경제학은 놀라운 일을 한다. 한달에 10달러를 내는 1000명의 뉴스레터 구독자들은 해당 작가에게 1년에 10만달러를 지불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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