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 등 금융사 지점 폐쇄 전 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신설·폐쇄 정보를 매년 공시토록 하면서 은행권 일각에서 볼멘 소리가 나온다. 금융당국은 규제가 아니라고 하지만 사실상 지점을 폐쇄하지 말라는 규제에 가깝다는 것이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2021년 금융산업 관련 업무계획을 통해 은행 등 금융사를 대상으로 지점 폐쇄 결정 이전 영향평가를 의무화했다. 또 지점 신설·폐쇄 정보를 매년 공시하도록 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은행 등 금융사의 지점 폐쇄에 대해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 왔다. 이에 금융위, 금감원, 금융업협회, 은행, 상호금융 등은 지난해 11월 '금융권 지점합리화 태스크포스(TF)'를 운영했다. 그 결과물로 이번 방안이 나온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디지털 전환으로 비효율 지점이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에서 금융사 경영 내실은 고려하지 않은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그동안 자체적으로 시행해온 사전영향평가에 외부전문가 참여를 의무화하는 것은 과도한 개입이라는 비판도 있다.
사전영향평가란 지점이 폐쇄될 경우 그 지역에 미칠 영향들을 분석하는 것을 뜻한다. 은행들은 지난 2019년부터 ‘은행 지점폐쇄 관련 공동절차’를 도입해 자율적으로 지점 폐쇄를 결정해왔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영향평가를 진행한 후 평가결과를 공개하지 않아 실효성이 없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은행이 형식적인 절차만 거쳐 자신들에게 유리한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감독업무 시행세칙 개정을 통해 은행들이 분기마다 제출하는 업무보고서에 지점 폐쇄 관련 사전영향평가 결과 보고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지점 폐쇄와 관련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들의 지점 폐쇄 결정이 얼마나 공정성을 확보하고 있는지 모니터링하기 위한 조치”라며 “무조건적으로 지점 폐쇄를 하지 말라는 규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은행권은 이번 금융당국의 조치가 사실상 지점 폐쇄를 규제하기 위한 준비단계로 보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각종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금융당국에 지점 폐쇄 계획을 보고하는 자체가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 "지점을 운영하며 드는 비용은 고스란히 은행이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과도한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며 "사전영향평가도 어디까지나 은행이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만큼 외부 전문가를 그 비용 역시 고스란히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