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국가정보원이 경제·금융 범죄 대응까지 영역을 확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0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된 새로운 국가정보원법에 ‘해외 연계 경제질서 교란’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존 국정원법에는 국정원의 업무로 국외 및 대북 정보 수집, 방첩, 대테러, 국제범죄 대응, 사이버보안 등이 명시돼 있었다. 해외 연계 경제질서 교란이라는 내용은 이번에 처음으로 포함됐다.
정부와 여당은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 업무를 제한하고 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내용의 국정원법 개정을 추진했고 지난 12월 개정안이 통과됐다. 국정원은 국내 정보, 수사 등에 대한 업무를 축소하는 대신 해외 연계 경제질서 교란 대응, 우주보안 등을 넣었다.
국정원은 그동안 국제 범죄 대응을 명분으로 위조지폐, 국제 금융사기 등으로 업무를 확장해왔다. 이번에 경제질서 교란을 법에 명시함으로써 국정원이 금융 범죄 대응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실제 국정원은 지난달 15일 국정원법이 국회를 통과한 후 4개의 카드 뉴스를 올렸는데 그중 2개가 금융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지난해 12월 16일 국정원은 기업, 개인 등을 노리는 스피어피싱 금융사기를 경고하는 카드뉴스를 홈페이지 등에 게재했다. 또 올해 1월 15일에는 보이스피싱 최신수법에 관한 카드뉴스를 공개했다. 국정원은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보이스피싱을 경고한다고 설명했지만 내용은 사실상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들이다. 내용만 보면 카드뉴스를 국정원이 만든 것인지 금융감독원이나 경찰청이 만든 것인지 모를 정도다.
그렇다면 해외 연계 경제질서 교란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국정원은 이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국정원 관계자는 “국정원 홈페이지에 게재된 공식적 내용을 참고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국정원 홈페이지는 해외 연계 경제질서 교란 행위가 “외국과 연계된 투기자본 등에 의한 경제안보 침해행위와 인수합병(M&A)을 가장한 기술유출 등”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해외 연계 경제질서 교란의 범위가 넓게 해석될 수 있다고 본다. 국정원이 밝힌 외국과 연계된 투기자본은 자본시장 관련 사안이며 인수합병(M&A)은 국내외 주식시장까지로 볼 수 있다. 보이스피싱, 금융사기도 많은 경우 중국, 동남아 등 해외와 연계돼 있는 만큼 이에 포함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해외와 연관성이 높은 자금세탁, 가상자산 등도 해석에 따라 포함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제질서 교란을 어떻게 볼 것이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며 “해외 연계라고 제한하고 있지만 글로벌 시대에 금융권에서 해외와 연계되지 않는 부분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국정원이 축소된 업무의 반작용으로 새로운 영역을 확장해야 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경제·금융 범죄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국정원은 금융당국, 금융회사 등과 접점을 넓혀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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