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IT판에서 PC는 언제부터인가 한물간 시장이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10여년 전부터 PC는 시대를 상징하는 디바이스가 아니었다. 주인공은 스마트폰이었고 태블릿이었다. PC는 잠재력이 사라진 '구시대의 유물'처럼 여겨졌다.
그런데 지난해 예상치 못한 '이변'이 연출됐다. 시장조사 업체들 데이터를 보니 지난해 PC 시장은 10년만에 최대 호황이었다. 역대급 성장을 구가했다.
시장조사 업체 커낼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PC 출하량은 전년대비 11% 성장한 2억9700만대 규모에 달했다. IDC의 경우 지난해 PC 출하량이 13.1% 성장한 3억200만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가트너는 지난해 PC 시장에 대해 "2010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인 한 해"라는 평가를 내렸다.
원인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코로나19으로 재택 근무와 원격 교육이 확산된데 따른 환경적인 변화가 수요 확대로 이어졌다. 공급망 제한으로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노트북 신제품을 사기 힘들었고 하반기에도 수요 강세는 계속됐다. 라이언 레이스 IDC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PC 수요는 여전히 강세다.
하지만 채택 근무와 원격 교육 확산이 PC의 부활을 이끈 주역은 아니다. PC와 노트북을 엔터테인먼트 용으로 쓰려는 사람들이 늘어난 게 'PC의 명예 회복'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쳤다. 라이언 레이스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성장에서 분명한 동력은 재택 근무와 원격 학습에서 나왔지만 소비자 시장 강세도 간과되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계속해서 게임PC와 모니터 판매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것을 보고 있고 크롬 기반 기기들도 교육을 넘어 소비자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 업체 애널리스트들 의견을 종합하면 PC는 지난해 사양산업에서 부활한 수준을 넘어 코로나19가 요구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현실화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루샤브 도시(Rushabh Doshi) 커낼리스 애널리스트는 "일부가 몇년 전 했던 것처럼 PC를 포기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면서 "오랫동안 포스트 PC 시대 같은 일들은 없다고 주장해 왔으나 2020년은 확실히 노트북과 PC가 얼마나 가치 있는지 입증했다"고 말했다.
존재감이 커지면서 PC에 대한 기업들 스탠스도 확 달라졌다. 마이크로소프트는 "PC가 돌아왔다"고 외치기 시작했고 애플은 PC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 반열에 올라섰다. 점유율은 레노버, HP, 델에 밀리지만 성장율만 놓고 보면 애플의 공세가 인상적이다. 지난해 애플 PC 출하량은 커낼리스 기준으로 17%, IDC 데이터로는 29% 늘었다.
애플이 ARM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프로세서인 M1 칩도 PC 시장 흥행파워를 끌어 올리는 엔진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말 출시된 M1 칩 기반 애플 맥북은 성능과 에너지 효율성에서 인텔 칩 기반 PC를 크게 앞선다는 평가 속에 인텔 CPU가 틀어쥔 PC 시장 판세를 어느 정도 뒤흔들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국내 PC 시장도 최근 들어 볼거리가 늘었다. 특히 국내 양대 인터넷 빅테크 플랫폼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직간접적으로 PC를 포함한 개인용 하드웨어 기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어 주목된다. 네이버의 경우 살짝 건드려 보는 수준이 아니라서 특히 그렇다. 플랫폼 영향력 확대 차원에서 노트북과 태블릿 사업에 뛰어들었다.
네이버는 LG전자와 협력해 교육 시장을 겨냥한 플랫폼 '웨일 스페이스'에 최적화된 노트북 웨일북을 조만간 출시한다.
회사측에 따르면 웨일북은 '웨일 OS'로 구동하는 클라우드 기반 개인용 노트북형 컴퓨터로 네이버가 만든 웹브라우저인 웨일에 최적화돼 있다. 네이버 계정 또는 웨일 스페이스 계정을 통한 서비스 환경을 지원하며, 웨일북 사용자는 각종 서비스를 웹 앱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아우르는 네이버의 행보는 크롬 브라우저에 최적화된 노트북인 크롬북으로 미국 교육 시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구글과 비슷하다. 크롬북의 경우 구글 외에 삼성전자 등 여러 업체도 만들고 있지만 웨일북은 네이버 브랜드로만 제공될 예정이다.
카카오의 경우 직접 PC판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 카카오 인베스트먼트로부터 투자를 받으면서 카카오 계열사로 편입된 스테이지파이브가 교육 시장을 겨냥한 하드웨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스테이지파이브는 이를 위해 구글과 손을 잡아 눈길을 끈다. 크롬북을 만드는 건 아니다. 스테이지파이브는 스마트폰에 많이 쓰이는 안드로이드 OS 기반 기기를 교육 시장을 겨냥해 상반기 선보일 예정이다. 어떤 제품을 내놓을지는 아직은 베일 속이지만 안드로이드 기반 노트북도 포함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 네이버-LG전자, 교육용 노트북 동맹...클라우드 기반 웨일북 곧 출시
- [데일리픽] 네이버 노트북 나오나…애플, 더 빠른 M1X 프로세서 개발 중
- 네이버, 특화 전략으로 웹브라우저 승부수...웨일 기반 노트북 임박
- 올해 전 세계 노트북PC 출하량 2억1680만대 전망
- 줌·파이어폭스·오피스 등 주요 앱, M1 프로세서 지원 줄이어
- "MS도 ARM 기반 자체 서버칩 개발"...인텔 대체 PC칩도 주목
-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M1 맥용 오피스 정식 지원
- "애플, 이르면 내년초 고성능 PC 겨냥한 M1칩 공개"
- 애플이어 AWS도 ARM칩 공세..."인텔 기반 클라우드보다 가성비 40%↑"
- 나무기술, 클라우드 기반 기업 디지털 전환 플랫폼 발표
- [테크인사이드] 판 커지는 빅테크發 구독경제...미디어 생태계 흔드나
- "구형 윈도PC를 크롬북으로"...넷킬러, 크롬북 전환 SW 출시
- 네이버, 매직에코와 웨일 브라우저 기반 교육 서비스 동맹
- AI·엣지컴퓨팅도 정조준...ARM, 서버로 영토 확장 관심집중
- 원격과 출퇴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환경 만족도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