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일본 도쿄가 올해 글로벌 금융허브 기능을 더욱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는 금융당국의 분석이 나왔다. 한국의 서울과 부산이 시장 부재와 보궐선거 등으로 주춤한 사이 도쿄가 홍콩 금융허브 기능을 흡수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금융감독원 도쿄사무소는 ‘일본 도쿄도의 국제금융도시 추진 현황’ 보고서를 발표했다.
금감원 도쿄사무소는 도쿄가 지난 2017년 아시아 제1의 국제금융도시가 되기 위한 ‘국제금융도시 도쿄’ 구상을 마련했는데 2021년 이를 개선한 새로운 구상을 발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쿄는 이미 세계적인 금융허브 중 하나다. 2020년 9월 영국 컨설팅 기업이 발표한 '국제금융센터지수(GFCI)'에서 도쿄는 세계 4위를 차지했다. 1위는 미국 뉴욕, 2위는 영국 런던, 3위는 중국 상하이, 5위는 홍콩, 6위는 싱가포르였다. 이 조사에서 한국의 국제금융중심지인 서울은 25위, 부산은 40위를 기록했다.
일본은 이미 세계적 수준의 글로벌 금융도시임에도 이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이는 중국 상하이 등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도쿄사무소에 따르면 도쿄는 2017년부터 국제금융도시 강화를 위해 파격적인 방안을 추진했다. 도쿄에 진출하는 외국계 금융회사를 위해 세금우대 정책을 시행했다. 특히 일본 정부와 여당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1년도 세제 개정 계획에서 외국인 상속세 경감 조치 등을 포함시켰다. 또 도쿄는 2017년 금융원스톱지원서비스를 마련해 일본에 진출하는 금융회사의 법인설립, 금융업등록을 도왔고 국제학교, 아파트 마련 등 생활 환경 정비도 진행했다고 한다. 도쿄는 2017~2019년 35개 해외 금융회사를 유치했다.
도쿄는 핀테크 분야와 관련해서도 지난해 혁신 금융 환경 조성을 위한 컨소시엄을 설립했으며 핀테크 비즈니스 캠프도 운영하고 있다.
도쿄사무소에 따르면 도쿄는 2020년 10월 홍콩에 사업 안내창구를 개선했다. 홍콩은 지난해 5월 국가보안법이 통과되면서 국제금융도시로써의 위상이 약화될 것으로 우려됐다. 이에 싱가포르, 도쿄, 상하이 등이 홍콩의 금융허브 기능을 흡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도쿄는 이를 염두에 두고 홍콩 금융회사들이 도쿄로 이전하는 것을 상담하고 도와주는 창구를 개설한 것이다.
도쿄사무소는 일본 도쿄가 올해 가을 새로운 국제금융도시 추진 구상을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일본 금융청과 도쿄 지자체의 정보를 분석한 내용이다.
도쿄사무소는 일본 정부가 새 구상과 관련해 영국이 EU에서 탈퇴한 브렉시트,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코로나19 확산,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브렉시트로 런던의 금융허브 기능이 약해지는 상황, 코로나19 확산으로 뉴욕의 금융허브 기능이 약화되는 상황까지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쿄사무소는 이런 움직임을 한국의 국제금융허브 추진과 국제 금융 업무 등에 참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도쿄가 글로벌 금융허브를 강화하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지만 한국의 서울, 부산은 상황이 여의치 않다. 두 도시의 시장이 공석이고 보궐선거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부산의 경우 글로벌 금융허브에 관여했던 유재수 경제부시장이 2019년 11월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또 2020년 4월에는 오거돈 부산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사퇴했다.
서울시의 경우 적극적으로 글로벌 금융허브 정책을 추진했던 박원순 시장이 지난해 7월 사망했다. 시장 부재에도 서울, 부산은 계속 글로벌 금융허브 조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큰 방향성은 잡지 못하고 있다. 오는 4월 7일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열리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장이 부임해야 두 도시의 글로벌 금융허브 조성 사업은 다시 방향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써는 여야 누가 시장이 될지 모르기 때문에 글로벌 금융허브 조성 방향을 가늠할 수 없다.
관계자들은 선거가 진행되고, 시장이 취임하고 또 업무를 파악하는 기간을 고려하면 올해 상반기 중 글로벌 금융허브 강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해 도쿄, 상하이, 싱가포르 등 아시아 금융허브와 서울, 부산 간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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