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본점. [사진: 각 사]

[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주요 금융지주들이 하반기 인사와 조직체계를 속속 발표하고 있다. 주요 계열사 수장들은 자리를 지켰지만 조직체계는 이전보다 간소화되는 모양새다. 코로나19 사태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안정 경영을 택하되, 그동안 추진했던 디지털 전환과 혁신 차원은 유지하려는 속내로 풀이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 중 신한·KB·우리금융이 계열사 CEO 및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대부분의 계열사 CEO들이 자리를 지켰다는 점이 특징이다.

신한금융은 주요 계열사인 신한은행장으로 기존 진옥동 행장의 연임을 지난 17일 확정했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진 행장은 이번 연임으로 2022년 말까지 임기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코로나19 상황과 저금리 등 악조건 속에서도 은행을 안정적으로 이끈 점이 높게 평가됐다. 

진 행장은 1961년생으로 1980년 중소기업은행에 입행 후 1986년 신한은행으로 자리를 옮겼다. 신한은행 재직 당시 국제업무팀장, 오사카지점장, 일본법인인 SBGJ은행 부사장, 사장을 역임했다. 일본에서 근무한 경력만 18년차로, 일본통 또는 국제통이라고 불린다. 이외에도 신한금융은 신한캐피탈, 신한저축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 CEO들이 연임에 성공했다. 

KB금융도 연임에 방점을 뒀다. 지난달 임시 주주총회에서 예고한대로 허인 KB국민은행장이 3연임에 성공했다. 임기는 내년 말까지다. 허 행장은 1961년생으로 1988년 장기신용은행에 입행했다. 이후 외환위기 당시 국민은행과 장기신용은행이 합병하면서 국민은행에 합류했다. 영업그룹대표(부행장), 경영기획그룹대표(CFO) 역임 등 다양한 업무 경험이 강점으로 꼽힌다. 

또 이달 말 임기가 만료되는 KB금융의 10개 계열사 중 7개 수장이 임기를 부여받았다. 이중에는 라임 사태로 중징계가 예고된 박정림 KB증권 사장도 포함됐다. 아직 중징계가 확정되지 않았고 그간 성과를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아직 인사발표가 나지 않은 하나금융도 보수적인 인사가 전망된다. 대부분의 계열사들이 코로나19 사태에도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특히 하나은행은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 1조6668억원을 기록하며 선방했다는 평가다. 2019년 3월 첫 임기를 시작한 지성규 행장의 연임 여부는 내년 2월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권광석 우리은행장 역시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내년 3월에 임기가 종료되는 권 행장은 취임 이후 빠르게 조직 안정을 도모하고 디지털 전환 관련 조직을 맡는 등 능력을 인정받았다. 다만 우리금융의 경우 다른 계열사 인사에서는 초강수를 뒀다. 이번에 임기가 만료된 4개 계열사 CEO 가운데 1명을 제외하고는 전부 교체했다. 이번 인사 변화를 통해 재도약을 노리겠다는 의도로 파악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은행들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비교적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이미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조직의 변화를 추구하기보다는 안정적, 지속 가능한 경영으로 가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지주들은 주요 수장들의 인사에는 보수적인 가운데, 조직은 간소화하는 방향으로 기존의 틀을 깼다. 

신한금융은 지주사 경영관리부문을 신설하고 경영진의 직위 체계를 간소화했다. 기존 부사장-부사장보-상무 3단계로 운영되던 경영진 직급이 부사장과 상무 2단계로 축소된다.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사업 추진 실행력 강화를 염두해둔 행보다. 경영관리부문은 늘어난 계열사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새로 신설됐다. 

우리금융도 부서 통폐합을 통해 조직을 간소화했다. 기존 7부문-2단-5총괄 체제에서 8부문-2단으로 부서가 통폐합되면서 조직을 슬림화했다.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 조직에서는 3개 사업그룹과 임원수가 감축된다. 올 한해 금융지주 중 우리금융만이 유일하게 역성장을 보였는데, 이번 조직개편을 이를 만회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KB금융은 10년만에 지주 부회장직을 부활시켰다. 그룹 계열사를 관리함과 동시에 차기 회장 양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주 부회장으로는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이 내정됐다. 양 사장은 윤종규 회장과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오며 오른팔이라고 불릴 정도로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연임이 확정된 허인 행장과 2인자 구도를 놓고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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