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코로나19가 2020년 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바꾼 것처럼 금융권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금융정책의 가장 우선 순위가 코로나19 대응에 맞춰졌다. 올해 상반기 금융당국은 금융안전, 코로나19 금융지원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펼쳤다.
금융권이 지금까지 추구해왔던 디지털 혁신도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활동의 관점에서 다뤄졌다. 하반기 최대 화두가 된 뉴딜금융도 결국 본질은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된 경제의 성장동력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불거진 라임, 옵티머스 펀드 사태는 비리, 불완전판매 등 금융권의 고질적인 문제를 드러냈다.
코로나19가 모든 금융정책 집어삼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2020년 신년사에서 “국민들이 ’금융의 변신’을 체감하도록 대한민국 금융의 변화된 모습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은 위원장은 원활한 금융지원을 통한 경제의 체질개선과 활력 제고, 금융 혁신의 가속화, 금융권의 생산적 경쟁 환경 조성과 금융안정 유지 등을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경제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핀테크 등 디지털 혁신을 추구하면서 금융권 안정을 유지하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올해 초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을 비롯한 정책금융기관, 국채은행 등은 1월부터 코로나19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당시에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수출 기업, 전 세계 경제 침체 등을 우려한 대책이 논의됐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한국에도 유입되면서 며칠 간격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2월 7일 코로나19 여파에 대한 금융당국의 회의를 시작으로 수시로 금융시장 현황을 파악하고 안정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또 같은 달 11일에는 코로나19 관련 루머, 테마주 등으로 인한 증권, 자본시장 안정 대책이 논의됐고 17일에는 코로나19 등을 악용한 보이스피싱, 스미싱 대책이 논의됐다.
2월부터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금융당국은 물론 거의 전 금융권이 코로나19 대응에 매진해야 했다. 금융회사 직원들의 재택근무 방안을 만들고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막기 위한 금융대책도 논의됐다. 3월 2일에는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KB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 NH농협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만나 비장한 각오로 코로나19에 대응한다는 협의 내용이 발표됐다.
3월 12일 금융당국은 24시간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코로나19로 피해를 받고 있는 기업, 소상공인 등에 자금 지원에 매진했다.
3월 24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비상경제회의에서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어들에게 100조원의 금융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다음날인 25일에는 정세균 국무총리와 은성수 금융위원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저축은행중앙회, 신용보증재단중앙회, 새마을금고중앙회, 농협중앙회, 수협중앙회, 신협중앙회, 산림조합중앙회 관계자들을 만나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금융협약을 맺었다. 금융권이 기업들에 대한 여신회수를 자제하고 코로나19 금융을 지원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금융당국은 이례적으로 코로나19 금융지원과 관련해 다소 잘못이 발생해도 문제 삼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당시 상황이 그만큼 급박하고 엄중했던 것이다.
금융당국의 코로나19 대응은 2020년 상반기 다른 모든 이슈를 집어삼켰다. 하반기에도 코로나19 대응은 여전히 중요한 금융당국의 화두였다.
코로나19는 금융당국의 다른 정책에도 큰 영향을 줬다. 2020년 디지털 금융혁신은 활발히 추진됐지만 방향성은 코로나19로 달라졌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산업, 서비스 활성화 측면에서 핀테크 등 금융혁신을 유도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양상이 달라졌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화두가 되면서 디지털 금융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 것이다. 더구나 금융권에서 생각도 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디지털 전환이 강요됐다.
올해 초부터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전 사회적으로 재택근무, 원격근무 등이 이뤄졌다. 금융권도 이같은 요구에 직면했지만 망분리가 문제였다. 망분리는 금융회사 핵심 시스템에 접근하는 컴퓨터망과 인터넷 등을 사용하는 컴퓨터망을 분리하는 것을 뜻한다. 이는 외부로부터 해킹이나 악성코드 유입을 막기 위해 것으로 금융권 전반에 걸쳐 적용됐다. 그런데 망분리로 인해 재택근무, 원격근무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급기야 올해초 금융당국은 비조치 의견서를 통한 예외조치로 일부 망분리 완화를 허용했다. 당시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될 때 까지라고 단서를 달았다.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금융권 망분리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결국 올해 9월 망분리 완화 조치를 상시화했다.
금융위원회 등이 매년 개최하던 코리아 핀테크 위크 행사도 온라인 방식으로 열렸다. 금융당국은 다양한 회의, 세미나, 박람회 등을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해야 했다. 만약 코로나19가 확산되지 않았다면 온라인으로 진행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로 은행, 금융회사 방문이 줄어들고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면서 핀테크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리고 네이버, 카카오 등 대형 IT기업들이 금융 부문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디지털 금융서비스로 전환이 필연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금융당국도 이에 대응해야 했다. 빅테크 기업들의 금융 분야 진출에 금융당국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여부도 관건이었다.
9월 10일 금융위, 금감원은 금융권, 빅테크 기업,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디지털 금융 협의회를 출범시켰다. 디지털 금융 확산에 따른 규제개선을 위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을 마련하겠다는 뜻이었다. 디지털 금융 협의회는 12월 10일까지 5차례 열렸고 디지털 금융 확산을 위한 규제 개선 방안도 일부 발표됐다.
라임·옵티머스 펀드, 뉴딜금융 등 이슈 불거져
올해 하반기 금융권에 주요 이슈는 뉴딜금융이었다. 9월 3일 정부는 코로나19 등으로 조성된 경제 난국을 타파하기 위해 정부, 금융기관, 국민이 참여하는 170조원+알파(α) 규모의 뉴딜금융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신성장 동력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드는데 막대한 금융지원을 하겠다는 의미였다.
![정부는 3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를 열고 뉴딜금융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주요 금융그룹 회장들이 참석했으며 회의가 끝난 후 각 그룹별로 뉴딜금융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 청와대]](https://cdn.digitaltoday.co.kr/news/photo/202012/257314_219123_5914.jpg)
정책금융 100조원과 별개로 5대 금융그룹들이 뉴딜금융 지원 방안을 내놨다. KB금융그룹이 10조원, 하나금융그룹이 10조원, NH농협금융그룹이 13조8000억원, 우리금융그룹이 10조원, 신한금융그룹이 28조5000억원 등 총 72조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뉴딜금융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과거 정부 주도의 녹색금융, 창조금융처럼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였다.
부동산 문제는 금융권도 강타했다.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각종 대책을 내놨지만 오히려 집값은 계속 상승했다. 급기야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이 각종 대출 규제를 진행했다. 집 구매를 위한 대출 뿐 아니라 전용의 가능성이 있다며 신용대출까지 규제 대상이 됐다. 이로 인해 진짜 돈이 필요한 사람들까지 어려움을 경험해야 했다.
올해 금융당국의 인적 변화는 크지 않았다. 올해 상반기 윤석헌 금감원장 교체설이 대두됐지만 결국 사실이 아니었고 내년 5월까지 임기를 채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정부 개각 때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거론됐지만 역시 자리를 지켰다. 다만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이 사임 후 올해 12월 거래소 이장장에 취임했고 앞서 11월 도규상 신임 부위원장이 취임했다.
올해 4월 21대 총선이 치러지면서 금융부문을 담당하는 국회 정무위원회 의원들이 새롭게 구성됐다. 21대 국회 정무위원장으로 2012년 문재인 대통령 캠프 대변인 출신인 윤관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선임됐다. 또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출신인 이용우 의원(더불어민주당), 미래에셋대우 대표 출신인 홍성국 의원(더불어민주당), 금융연구원 원장 출신인 윤창현 의원(국민의힘) 등이 정무위로 배정됐다. 재벌 개혁을 강조해 온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과 경찰출신으로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댓글 수사 조작을 폭로했던 권은희 의원(국민의당)도 정무위에서 활동하고 있다.
![옵티머스자산운용. [사진:연합뉴스]](https://cdn.digitaltoday.co.kr/news/photo/202012/257314_219124_017.jpg)
올해 금융권에 가장 큰 오점을 남겼던 사건은 라임, 옵티머스 펀드 사태였다. 이들 사태는 지난해부터 촉발됐지만 올해 그 여파가 더 확산됐다. 지난해 10월 라임자산운용은 1조7000억원 규모의 펀드 환매를 중단했다. 라임자산운용 관계자들은 불법행위가 드러나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관계자들은 검찰, 정치권 등에 대한 로비 의혹을 제기해 파장이 일었다.
또 라임 펀드를 판매한 우리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대신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에 대한 책임 논란도 불거졌다. 올해 6월에는 옵티머스자산운용이 5000억원 규모의 펀드 환매를 중단했다. 옵티머스 펀드와 관련해서도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채동욱 전 검찰총장, 양호 전 나라은행장 등의 연루설이 불거졌다. 피해자들은 판매사인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그리고 수탁사인 하나은행, 사무관리사인 예탁결제원 등에 책임을 거론하고 있다.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와 관련해 올해 10월 국정감사에서는 의원들이 녹취록을 공개하며 금융위, 금감원 관계자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야당에서는 특별검사 도입법까지 발의했다. 그러나 사태가 정치 논쟁으로 변질되면서 논란만 증폭되고 있다.
2021년 금융권 전망은?...코로나19 여파 지속, 스몰라이선스, 고령층 금융 이슈 전망
금융권은 내년에도 코로나19 여파가 최소한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악의 경우 내년 하반기 또는 내후년까지 계속될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이에 따라 내년에도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은 코로나19 대응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내년에 도산, 폐업하는 기업, 소상공인들이 늘어나고 대출 미상환이 발생해 금융권 부실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또 실직, 폐업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에 대한 금융지원이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금융당국이 금융안정에 초점을 맞춰 금융회사들에 부실 관리 강화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는 대출회수, 대출심사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급전이 필요한 국민, 기업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따라서 금융회사들의 고민이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운영했던 디지털 금융 협의회 결과가 2021년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디지털 금융에 대한 규제는 더욱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기회를 노리고 금융시장에 진입하는 IT기업들이 더 늘어날 것이고 이를 어떻게 규제할지 여부가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는 금융연구원을 통해 지난 8월부터 올해 12월까지 금융 스몰라이선스 도입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금융업의 사업허가권인 라이선스를 작게 나눠서 심사함으로써 핀테크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IT기업의 금융진출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내년에 스몰라이선스 방안이 마련돼 논의될 전망이다.
금융위는 고령층 친화적 디지털 금융환경 조선 가이드라인 연구를 올해 12월까지, 노인금융피해방지법 제정안 연구는 내년 1월까지 진행한다. 고령층에 대한 금융서비스 차별이 금지되고 맞춤형 디지털 서비스도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금융권 내년 고령층 지원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9년 9월 19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왼쪽)이 취임 후 처음으로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을 방문해 윤석헌 금감원장을 만난 회동했다. [사진: 금융위원회] ](https://cdn.digitaltoday.co.kr/news/photo/202012/257314_219125_039.jpg)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감원장의 거취도 주목된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내년 5월 임기가 끝나는 만큼 그때 새로운 금감원장이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임기가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 책임론이 계속 불거지고 있다. 금융권에서 누군가 사태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은 위원장이 이런 논란을 극복하고 계속 직을 유지할 수 있을지 새로운 금융위원장이 부임할지 주목된다.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에 대한 재수사가 사실상 무산됐지만 재판이 진행되면서 폭로성 발언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내년에 이에 따른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가 부동산 정책 기조를 내년에도 바꾸지 않는다면 현재와 같은 대출 규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부동산 정책 변동에 따라 대출 규제도 완화되거나 더 강화될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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