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코로나19로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보이스피싱, 불법사금융, 보험사기 등이 확산되며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이 강력한 대응을 천명하고 있지만 금융권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미 5년 전 금융당국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금융 범죄 대부분을 5대 금융악으로 규정하고 척결에 나섰으나 '용두사미(龍頭蛇尾)'에 그쳤기 때문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2015년 금융감독원이 척결을 선언했던 5대 금융악이 척결은커녕 오히려 더 창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5년 4월 8일 금감원은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불법사금융, 불법채권추심, 꺾기 등 우월적 지위 남용행위, 보험사기 등 5가지 범죄를 금융악으로 규정하고 특별 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당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회 4대 악 근절을 표방했을 때로 금융권에서도 5대 금융악을 지정해 대응하기로 했다. 당시 진웅섭 전 금감원장 재임 시절이었다.
금감원은 수석부원장을 단장으로 관련 부서장이 참여하는 민생침해 5대 금융악 척결 특별대책단을 구성하고 다양한 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5대 금융악으로 피해를 입은 국민 누구나가 쉽고 빠르게 신고할 수 있도록 5대 금융악 신문고를 설치·운영하고 수사당국과 협력해 5대 금융악 척결을 추진한다는 것이었다.
금감원은 그해 7월 은행연합회, 여신금융협회, 금융투자협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저축은행중앙회, 농협중앙회, 수협중앙회, 신협중앙회, 새마을금고중앙회, 대부금융협회, 신용정보협회, 금융결제원, 보험개발원, 금융보안원 등이 참여하는 민생침해 5대 금융악 척결 범 금융권 협의체를 구성했다.
또 9월에는 5대 금융악 척결 성과로 민생보호, 금융질서 확립 및 금융개혁의 ‘첫 단추’라는 공감대가 사회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금감원은 주장했다.
금감원은 2016년 4월 기존 5대 금융악 특별대책을 ‘5대 금융악 및 3유·3불 추방 특별대책’으로 확대 개편하고, 총력 대응에 나선다고 밝혔다. 여기서 3유는 유사수신, 유사대부, 유사투자자문이며 3불은 불완전판매, 불공정거래, 불법행태 등이었다. 금감원이 5대 금융악 언급은 2017년 4월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5대 금융악 특별대책을 박근혜 정부의 정책으로 인식했다는 후문이다.
금감원은 만 2년 동안 5대 금융악을 척결하겠다고 정책을 추진했지만 결과적으로 금융적폐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금감원이 지적한 문제들이 더 확산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이 올해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대 금융악 중 하나인 보험사기의 경우 2019년 중 보험사기 적발금액이 8809억원으로 2018년 7982억원 대비 827억원(10.4%) 증가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금감원이 올해 8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또 다른 금융악인 보이스피싱도 늘어나고 있다. 2017년 3만420건이었던 보이스피싱 신고는 2018년 4만8116건으로 늘었고 2019년 4만9597건으로 늘어났다. 금융권은 올해 코로나19로 보이스피싱 범죄가 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5만건을 넘어설 수 있다고 우려한다.
불법사금용도 증거하고 있다. 올해 10월 금감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 서민금융상담 및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 건수가 5만1456건이었다. 그런데 2020년 상반기에는 6만3949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24%나 급증한 것이다.
수치가 아니더라도 유사투자자문, 불완전판매, 불공정거래 등 금감원이 척결하겠다고 밝힌 문제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불완전판매는 논란은 2019년에도 불거졌다. 2019년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독일 국채금리와 연동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를 판매했다. 그런데 독일 등 선진국 국채 금리를 기초 자산으로 한 DLF가 국채 금리 하락으로 큰 손실이 발생했다. 이 상품에는 3600여명이 73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금액이 반토막이 나면서 투자자들의 항의가 이어졌고 불완전판매가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라임 펀드, 옵티머스 펀드 문제도 불완전판매와 관련돼 있다. 피해자들은 위험에 대한 내용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5대 금융악 중 불법채권수심 신고 건수는 2018년 569건에서 402건으로 29% 줄었다. 꺾기 등 우월적 지위 남용행위도 금융현장에서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과거보다는 줄어들었다는 지적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다시 금융권의 부조리 척결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5대 금융악 사례처럼 정책이 지속성을 갖지 못하면서 미봉책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보이스피싱, 불완전판매, 보험사기 등에 강력히 대응해 뿌리를 뽑겠다고 이야기한다”며 “그런데 매번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은 결국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는 뜻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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