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금융 규제·제도 개선방안' [사진: 금융위원회]

[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쇼핑이나 음식 주문 등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은행의 플랫폼 비즈니스 확대가 예상된다.

10일 금융위원회는 도규상 부위원장 주재로 ‘제5차 디지털금융 협의회’를 열고 금융회사와 핀테크·빅테크간 규제차익 해소와 금융산업의 디지털화 촉진을 위한 '디지털금융 규제·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금융권에서는 빅테크와 ‘동일기능 동일규제’ 등 공정한 경쟁 환경이 구축돼야 한다는 주장해왔다. 빅테크들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비해 은행은 부수업무 범위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규제 개선방안은 이같은 주장을 상당부분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은행 플랫폼 비즈니스 진출 확대, 빅테크는 규제 강화 

먼저 은행의 플랫폼 비즈니스 진출 허용이 확대된다. 앞으로 소비자는 은행 앱으로 맛집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포인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소상공인의 경우 공공 앱 수준 이하의 수수료로 매출 증대뿐 아니라 신속한 대금 정산, 매출채권, 담보대출 등 매출데이터 기반 특화 금융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은행은 이를 기반으로 신용평가 모델을 고도화하고 새로운 고객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는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은행 플랫폼 비즈니스 영위 범위와 방식 등 규제개선 방안을 검토하기 위한 영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적극 활용해 제도개선 전이라도 혁신 서비스가 출시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빅테크는 규제가 강화된다. 금융위는 빅테크에 관해 영업 규율체계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빅테크 플랫폼이 기존 금융사와 제휴를 통해 금융업에 활발히 진출하면서 시장지배력남용, 이용자 피해 등의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통해 금융플랫폼이 공정하게 운영되도록 필요한 행위 규제를 마련하기로 했다. 

내년 3월부터 빅테크기업들도 온라인 대출비교 플랫폼 영업을 할 경우 금융소비자법을 적용받을 전망이다.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형벌을 받을 경우 등록불허·등록취소를 하고, 과도한 중개수수료 부과가 없도록 '수수료 부과 범위'를 정의한다. 또 대리·중개업자가 직접판매업자에 자신이나 특정업자에만 판매를 위탁하도록 요구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보험 모집·판매는 별도 규율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또한 전자금융업자에 소액후불결제 업무가 제한적으로 허용됨에 따라, 리스크 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용자 예탁금의 외부예치, 이자수취 금지 등 추가적인 규제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개선안에 대해 은행은 금융업무와 배달, 부동산, 쇼핑 등을 자사 앱에서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서 환영한다는 분위기다. 반대로 빅테크는 영업 규제가 현실화되면서 위험 요인 관리가 한층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문제를 제기한 부분들이 많이 반영된 것 같다. 이번 개선안으로 ‘동일기능 동일규제’가 실현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생활금융 서비스 확대로 금융소비자의 편익이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보제공범위 논란 일단락, 보험 비대면 부분은 강화 

이날 금융위는 빅테크를 포함한 이커머스 업계가 보유하고 있는 주문내역정보도 정보주체의 요구에 따라 마이데이터 사업자 등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사생활 침해 우려를 막기 위해 개별상품명이 아닌 범주화된 주문내역정보 제공을 추진한다. 예컨대 한 고객의 쇼핑정보를 여성복 상의 정도로 카테고리화 제공하는 방식이다. 

정보제공 범위를 어느정도 수준으로 제공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합의가 진행 중이다. 앞서 4차 디지털금융협의회 이후 일부 이머커스 업체는 이와 관련해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범주화된 주문내역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합일이 이뤄진 상태다. 

금융위는 마이데이터 사업으로 청년, 주부 등 금융이력부족자(씬파일러)도 주문내역정보 등을 통해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금융사는 금융정보, 주문내역정보 등을 결합해 마이데이터 취지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 제공과 여신심사 고도화 등을 진행 할 수 있게 된다. 

다만 금융위는 금융지주와 빅테크간 계열사 정보제공 규제 형평성을 맞추는 방안은 중장기검토 과제로 추진할 방침이다. 빅테크처럼 금융지주 계열사간에도 고객 동의없이 영업목적으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외에도 금융위는 보험설계사의 계약자 대면의무를 완화할 예정이다. 비대면 거래가 확산으로 인해 1회 이상 대면의무를 완화하고, 채널간 하이브리드 영업방식을 허용하는 등 다양한 비대면 모집규제 개선방안을 추진한다. 

앞으로 모바일을 통한 보험상품 청약시 일괄 서명방식이 도입된다.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통해 제도개선 전이라도 불완전판매 소지를 줄일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허용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가 휴대폰에서 여러번 서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데이터 3법 개정으로 가명정보 활용의 법적근거 마련으로 건강정보를 활용한 보험상품 개발 활성화도 추진된다. 이를통해 보험료 할인, 만성질환 보장 등 다양한 상품이 제공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과 지속 협의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도규상 부위원장은 “규제의 상향 평준화를 목표로 기울어진 규제는 평평하게, 좁은 제도는 넓혀나가는 방향으로 방안을 마련했다”며 “금융사와 빅테크가 경쟁과 상생을 통해 서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디지털금융 규제·제도 개선방안' [사진: 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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