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연말 배당 시즌을 앞두고 금융당국과 금융지주 간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금융감독원이 코로나19 재확산을 이유로 연말 배당 축소 권고에 나섰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해 수준을 유지할 방침이었던 금융지주사들은 스스로 배당 규모를 결정해야할 상황에 놓였다. 양측의 눈치싸움은 연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과 금융지주사들이 배당 축소 방안을 두고 협상에 돌입했다. 아직 구체적인 배당 규모나 방안에 대해서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금감원이 금융지주들의 연말 배당을 제한할 법적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경우 ‘관치금융’이라는 비판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금감원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그동안 금감원은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은행권이 손실흡수능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올 한해 금융지주사들이 호실적을 거뒀지만, 실상은 정부 지원과 대출상환 유예 등의 의한 착시효과일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하고 있다.
현재 금감원은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을 은행들이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는지 점검하는 스트레스 테스트 진행을 검토 중이다. 테스트 결과에 따라 연말 배당 규모를 은행들과 협상을 통해 결론 짓겠다는 계획이다. 내년 1월 배당이 시작되는만큼 이달 내로 대략적인 은행 금융지주의 올해 결산 배당 규모를 확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지난 7일 윤석헌 금감원장은 “스트레스 테스트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지 우선 점검하고, 그에 따라 은행권과 협조해 나름대로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지주사들은 난처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금융지주사들의 배당성향은 KB금융 26%(2210원), 신한금융 25%(1850원), 하나금융 25.6%(2100원) 우리금융 26.6%(700원) 수준이다. 배당성향은 순이익 중 배당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에도 역대 최고의 수익을 거두면서 여력이 높아졌다. 구체적으로 신한금융과 KB금융은 올 3분기 누적 순이익 각각 2조9502억원과 2조8779억원을 기록했다. 금융권 최초로 분기별 1조원대 수익을 나란히 거뒀다. 하나금융과 농협금융도 3분기 누적 순이익이 각각 2조1061억원과 1조4608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3.2%와 4.8% 늘어났다. 우리금융의 경우 1조1404억원으로 전년보다 줄었다.
늘어난 수익만큼 연말 배당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연말은 고배당주로 꼽히는 금융주에 매수세가 크게 유입되는 시기다. 배당수익률이 5% 이상일 경우 고배당주로 분류되는데, 지난해 배당금 기준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배당수익률은 모두 5%를 상회했다. 0%대를 기록하고 있는 기준금리를 감안한다면 5%의 수익률은 매력적인 투자라는 평가다.
떨어진 주가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연말 배당 필요성이 높아진다. 올해 금융지주사들은 호실적에도 연초보다 주가가 3~30% 가량 떨어진 상태다. 자사주 매입 등 적극적인 방법을 통해 주가를 부양하려고 했으나, 예상과는 달리 주가의 변동이 적었다. 최근 연말 배당 기대감으로 소폭 상승하던 금융지주사 주가는 금융당국의 ‘배당 축소령’으로 다시 하락하는 분위기다.
당장 소액 주주들은 반발하고 있다.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금융주 연말 배당 축소를 반대합니다'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에는 배당축소를 강요하는 것이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 금융권은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비상상황인 것에는 동의하지만 주주가치 훼손 등 다른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우선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연말 배당을 유지할 것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꼭 배당을 축소할 필요는 없지만 라임사태와 관련된 제재심 등이 내년초 예정돼 있어 무시하기도 어려운 입장”이라며 "막상 배당 축소를 논의하더라도 가이드라인 없어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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