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금융규제가 3400건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규제 해소, 개선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6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무조정실이 운영하고 있는 규제정보포털에 등록된 금융위원회 관련 규제가 약 3400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규제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각 중앙행정기관에 규제 내용을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각 기관들이 등록한 규제 내용을 규제정보포털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포털에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소관 35개 법령 관련 규제들이 각 법령당 최소 1건에서 최대 1177건에 달하고 있다.
법령별로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관련 규제가 1177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보험업법 규제가 380건, 은행법 규제가 286건, 여신전문금융업법 규제가 206건으로 집계됐다. 핀테크 혁신 금융과 관련된 전자금융거래법 규제도 164건이나 등록돼 있다. 반면 오히려 규제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관련 규제는 16건에 불과했다. 금융회사별로 수백건,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하는 금융그룹은 수천 건의 규제를 받고 있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금융회사와 금융 서비스를 추진하는 빅테크 기업들 간 갈등과 상호 차별 논란이 여기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한다. 금융회사들인 금융위 소관 법령에 따라 수백, 수천건의 금융규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빅테크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규제를 덜 받으면서 금융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규제 내용 중에는 변화된 현실과 반영하지 못한 내용들이 있다. 가령 서비스 오류를 통보할 때 ‘문서, 전화 또는 전자우편(이메일)’로 해야 한다는 내용이 그렇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 홈페이지, 모바일 앱으로 금융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데 문서, 전화, 이메일로 통보 방식을 한정하고 있는 것이다. 카카오톡 등으로 오류 정보를 통보하면 불법이 될 수 있다.
더구나 포털에 공개된 금융규제는 법, 시행령, 시행규칙에 명시되거나 관련된 것들이다. 금융당국이 요청하는 규범과 조치 그리고 다른 부처 소관 금융규제는 포함되지 않았다. 음지에 조성된 규제를 포함할 경우 금융규제는 3400건 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법령 이외에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각종 규정, 가이드라인, 조치, 규범 등이 많다”며 “법령을 기반으로 등록된 규제는 실제 금융규제의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금융규제를 개선하고 있다고 선전해왔다. 금융위는 4월 28일 1차 규제입증위원회 회의를 시작으로 7월까지 5차례 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이를 통해 102건(2차 21건, 3차 26건, 4차 17건, 5차 38건)의 규제를 개선했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금융위가 개선하고 있는 건수가 수천건의 금융규제들 중 새발의 피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현재 추세대로 매년 100여건의 규제를 개선한다고 가정하면 수천건의 규제를 개선하는데 오랜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금융규제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허용되는 것들만 나열하고 이에 포함되지 않는 것을 규제하는 포지티브(Positive) 규제를 채택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네거티브(Negative) 규제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네거티브 규제는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방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금융혁신을 위해 규제를 개선한다고 하지만 개선이 언제 완료될지는 알 수 없다. 또 현 금융규제 상황에서 금융회사들과 핀테크, 빅테크 기업의 차별 논란이 해소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며 “금융규제의 패러다임 전환을 생각해봐야할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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