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이달 들어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관련 법 개정안이 연이어 발의되고 있어 대응 강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개정안은 금융위원회에 전문 대응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부터 금융회사 의무강화, 범죄자 처벌 강화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전자금융사기 대응 강화를 위한 법 개정에는 여야 의원들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25일 국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9월 7일부터 18일까지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5건이나 집중 발의됐다. 5건 중 3건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했으며 2건은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발의했다.
각 개정안의 세부 내용은 다르지만 전자금융사기 대응을 강화한다는 방향성은 모두 같다.
우선 9월 7일 이주환 의원(국민의힘) 등 14인이 제안한 법 개정안은 전기통신금융사기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주환 의원측은 제안 이유에 대해 “현행법이 전기통신금융사기를 전기통신을 이용해 타인을 기망, 공갈함으로써 자금을 송금, 이체하도록 하거나 타인의 개인정보를 알아내어 자금을 송금, 이체하는 방법으로 재산상의 이익을 얻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며 “그런데 최근 전화로 피해자에게 접근해 계좌의 예금을 인출하도록 한 뒤 피해자를 직접 만나 자금을 건네받는 수법이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전화 등을 통해 피해자가 인출 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전자통신금융사기로 볼 수 있지만 현행법상으로는 전자통신금융사기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범죄에 이용된 전화번호에 대한 제재를 요청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직접 대면해 자금을 건네받는 행위도 전기통신금융사기로 규정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9월 8일 한병도 의원(더불어민주당) 등 13인은 금융당국의 역할을 강화하는 내용을 개정안에 담았다. 한 의원은 개정안 제안 이유를 통해 정부로 하여금 관계 기관 간 협업체계를 구축하도록 하고, 전기통신금융사기 대응 관련 정책의 수립 및 관계 기관 간 업무 협의를 위해 금융위에 전기통신금융사기대응위원회를 설치하도록 규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법을 위반한 금융회사에 대한 과태료 부과 수준을 상향 조정해 전기통신금융사기 대응에 대한 금융회사의 의무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강민국 의원(국민의힘) 등 11인은 9월 11일 금융회사가 계좌를 개설하는 고객에게 금융거래 목적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최근 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대포통장 개설을 막기 위해 신규 계좌를 만드는 고객들에게 금융거래 목적을 확인하기 위한 서류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강 의원에 따르면 자금세탁행위 및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금융거래 목적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전자통신금융사기 방지에 관한 내용은 없다고 한다. 때문에 은행 창구에서 고객들이 항의를 하고 금융거래 목적 확인에 응하지 않아도 대응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강 의원은 법 개정을 통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고객이 전자금융거래를 위한 계좌의 개설을 신청하는 경우 금융회사가 그 금융거래의 목적을 확인하도록 법률에 규정할 계획이다.

9월 14일 김민철 의원(더불어민주당) 등 14인은 전기통신금융사기 처벌을 강화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제안 이유에서 “보이스피싱 범죄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그 수법도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어서 선량한 시민이 심각한 물질적 피해와 이루 말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자살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까지 종종 발생할 정도로 사회적 병폐가 극심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의원은 전기통신금융사기에 대한 벌칙을 현행법에 규정돼 있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서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대폭 상향하려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김 의원의 지적처럼 보이스피싱 등 피해가 극심하지만 처벌이 피해에 비해 미약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김민철 의원은 또 개정안에 ‘해당 범죄행위로 인해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가액’의 2배 이상 10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을 반드시 병과하도록 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담았다.
9월 18일 송재호 의원(더불어민주당) 등 13인은 피해의심거래계좌를 선제적으로 대응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송 의원은 제안 이유를 통해 현행법이 피해의심거래계좌를 선제적으로 발견하도록 하는 의무를 금융회사에 부여하고 있지 않으며, 이에 대한 처벌 규정도 마련하고 있지 않아 금융회사가 전기통신금융사기에 소극적으로 대처한다는 지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최근 이용이 증가하고 있는 간편송금서비스를 이용한 전기통신금융사기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이들 간편송금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에 대한 의무가 현행법에 규정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개정안에 금융회사 및 간편송금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피해의심거래계좌를 발견하기 위해 상시적으로 자체 점검을 실시하도록 의무를 규정했다. 또 금융감독원이 전자금융거래 제한대상자를 지정한 경우 그 사기이용계좌 및 거래내역에 관한 사항을 법무부, 경찰청 등에 통지하도록 해 금융범죄로 인한 피해 방지를 위해 금융회사 및 관계 기관의 적극적 조치 의무를 명시했다.
5건의 개정안은 방법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보이스피싱 등 범죄를 예방하려는 목적에서 발의됐다. 이는 그만큼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올해 8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파악한 보이스피싱 피해가 2017년 3만420건에서 2018년 4만8116건으로 증가했다. 또 2019년에는 4만9597건으로 5만건에 육박했으며 올해 1분기에만 7288건이 발생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보이스피싱을 비롯해 신종 금융사기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 국회도 이런 우려를 감안해 연이어 대응 법안을 발의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5건의 법안 세부 내용 중에는 민감한 내용도 있어 어느 사안이 실제로 개정될지 주목된다. 금융회사의 책임과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은 금융권 규제 강화로 인식될 여지가 있다. 금융위에 대응 위원회를 만드는 것도 조직, 위원회를 늘리는 사안이기 때문에 행정안전부 등과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법 개정 사례를 볼 때 전기통신금융사기방지법 개정안들이 함께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논의 과정에서 일부 내용이 빠지고 들어가고 수정되는 방식으로 여야 통합 개정안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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