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데이터 거래소 개방 기념식이 열렸다. (사진=신민경 기자)
금융 데이터거래소에 올라오는 데이터들이 통계성 정보에 그쳐 당초 거래소 취지인 '신규 비즈니스 창출'의 실효성이 제한적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11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금융 데이터거래소 개방 기념식의 모습. [사진: 신민경 기자]
금융 데이터거래소의 데이터 거래 과정. [이미지: 금융보안원]

[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포털, 통신, 유통 등 비금융회사의 '금융 데이터거래소' 합류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상품 대다수가 개인정보들을 익명화한 '통계성 데이터'에 그치고 있어 금융 데이터거래소의 출범 취지인 데이터 기반의 신규 비즈니스 창출까지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 데이터거래소란 금융회사들이 데이터를 서로 사고 팔 수 있는 플랫폼으로 금융보안원이 간사기관을 맡고 있다. 참여기업은 주로 금융회사지만 최근 이종 데이터간 활성화를 이유로 유통과 통신 기업들이 데이터 제공사로 속속 참여하고 있다. 국내 최대 빅테크 기업 네이버가 대표적이다. 

네이버는 최근 금융 데이터거래소에 '온라인 쇼핑 트렌드 데이터'와 '지역 비즈니스 데이터' 등 검색 데이터 상품 2개를 등록했다. 올라온 데이터들은 특정 지역 내 네이버 사용자들이 많이 검색한 비즈니스 키워드와 특정 분야에 대한 성별·연령대별 검색 정보다. 은행과 카드회사 등 금융권과 데이터와 시너지를 꾀해 새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네이버 측 설명이다.

하지만 당장 금융회사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기대한 만큼 데이터에 세분화된 항목이 제공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의 빅데이터센터 총괄 담당자는 "올라오자마자 샘플 데이터를 봤는데 일부 데이터는 기존 네이버 빅데이터 포털인 '데이터 랩'에서 조회할 수 있는 통계 데이터인데다 항목들도 간소한 편"이라며 "당장 이 데이터들만 봤을 땐 실효성이 적어 보인다"고 했다.

통계성 데이터에 머물러 있기는 금융권 데이터들도 마찬가지다.

금융 데이터거래소에 올라오는 데이터는 개인을 완전히 알아볼 수 없게 조치한 '익명정보'와 즉시 식별은 어렵지만 마케팅에 필요한 주요 데이터는 취할 수 있는 '가명정보' 등 2가지로 분류된다. 거래소 등록 상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통계성 데이터'가 대표적인 익명정보다. 업종별 소비 동향이나 상권별 번화가 유형 특성 등에 테마를 입혀 판매하고 있다. 반면 가명화된 데이터 상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익명정보에 비해 등록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 산정의 기준이 여전히 모호하기 때문이다.

가명·익명정보의 개념과 활용가능 범위. [이미지: 금융보안원]

한 금융지주의 CDO(최고디지털책임자)는 "통계성 데이터는 거래시 큰 무리가 없고 등록 절차도 쉬운 반면 로우 데이터를 올리려면 활용 목적을 따져봐야 하고 데이터 전문기관을 통해 가명 처리 적정성을 확인 받아야 하는 등 번거로운 측면이 많다"며 "데이터를 가명 처리해 금액을 '협의'로 올려 둬도 얼마를 받을지 명쾌하지 않은 부분도 심도 있는 데이터를 올리지 않는 주된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이에 벌써부터 업계 일각에서는 금융 데이터거래소가 당초 취지를 살릴 수 있을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거래소는 올 5월 출범 당시 '창업 기업의 신규 비즈니스 기회 창출'과 '이종 분야 혁신 서비스 개발 활성화' 등을 기대효과로 꼽았다. 하지만 익명정보가 주를 이루는 탓에 신규 서비스를 창출할 만큼 양질의 데이터가 공유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협회 임원은 "가명정보는 익명정보보다 활용도가 높고 금융·비금융 회사들 사이에서 수요도 높다"면서도 "데이터거래소를 통한 수익에 기대를 거는 금융회사들이 많지 않아서인지 데이터 전문기관에 정보집합물 결합이나 가명·익명 처리 적정성 평가를 의뢰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했다.

실제로 21일 금융보안원에 따르면 지난달 초 데이터 전문기관이 출범한 뒤로 현재까지 접수된 결합 사례는 3건이다. 금융 데이터와 외부 데이터를 결합해 새로운 정보를 산출한 사례가 거래소에 등록된 500여개 데이터 상품 중 1%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이 임원은 "거래소에 등록되는 파일들이 대부분 엑셀 형식이라 회사마다 가져다가 자사 시스템에 맞게 데이터 용어 등을 표준화하는 작업을 거쳐야 하는 애로가 있다"며 "고급 데이터가 원활하게 거래되기 위해선 금융보안원이 데이터를 API 형태로 바꿔서 제공하는 등 기존의 중개 역할에서 나아가 적극적인 데이터 융복합의 역할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