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전송요구권 대상이 되는 주문내역 정보의 범위를 논의할 예정이었던 신용정보법 시행령 개정 관련 2차 회의가 사실상 반쪽에 그쳤다. 전자상거래 업계 대부분이 "논의 주제부터가 잘못됐다"며 불참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정부가 신용정보 범위를 둘러싼 쟁점들의 매듭을 짓지 않은 채 이커머스 업계 설득에만 힘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 금융회사와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주문내역 정보 공유에 대한 절충안을 찾지 못하고 기존 입장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금융위 관계자는 "회의에 참석한 금융회사들은 상품명과 금액 정도는 공개해 줄 수 있지 않느냐는 입장을, 전자상거래 업체는 정보 제공을 최소화하겠단 입장을 보였다"며 "금융회사가 상세내역을 원하는 건 아닌 만큼 주문내역 정보 범위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 추가적으로 열릴 회의를 통해 합의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날 회의의 최대 화두는 '주문내역 정보'였다. 하지만 회의에는 금융회사와 빅테크 업체 관계자만 참석하고 해당 정보를 가진 전자상거래 회사 다수를 비롯해 인터넷기업협회, 한국온라인쇼핑협회 등 유관 협회는 빠졌다. 전자상거래 업체로는 롯데멤버스와 SSG닷컴 등만 참석했다. 주문내역 정보 공개에 따른 타격이 가장 큰 업종 대표들이 없는 상태에서 회의가 강행된 셈이다.
이커머스 업계가 주장하는 논리는 '형평성 위반'이다. 주문내역 정보는 통신판매업을 하는 사업자만 갖고 있다. 따라서 금융회사와 핀테크 업체 등 여러 전자금융업자들 가운데 통신판매업을 겸업하는 회사만 전송 요구권 대상이 된다. 신용정보법상 주문내역 정보는 개인의 신용을 평가하기 위한 자료가 될 수 없다는 점도 지적한다.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음식을 시켜먹는지가 그 사람의 신용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냐는 것이다.
이날 한국온라인쇼핑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금융위는 입법예고안과 다른 안을 공포하면서도 주요 협의부처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협의하지 않았다"며 "시행령 별표1의 주문내역 정보 삭제가 전제되지 않는한 더이상의 금융위 주재 회의는 의미가 없다고 보고 참석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김재환 인터넷기업협회 실장은 "회의 주제가 '주문내역 정보의 범위'인 것 자체가 주문내역 제공 의무를 업계 협의 없이 못 박았은 것"이라며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정부가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다"고 지적했다.
이커머스 업체 한 관계자도 "금융회사는 많은 것은 바라지 않고 상품명 등만 원한다고 했지만 반대로 금융회사와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상품명을 갖고 있느냐고 묻고 싶다"며 "통신판매업을 영위하면서 보관하게 되는 소비자들의 개인정보를 금융회사들과 공유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커머스 업계의 충분한 합의 없이 마이데이터 사업 논의만 진전시키려 한다고 보고 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주문내역 정보 범위를 논의하기 전에 '주문내역 정보를 신용정보에 포함시켜야 하는지'가 먼저 관련 업계 사이에서 다뤄졌어야 한다"며 "업계 대부분이 보이콧을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의를 진행하는 건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추후 부수적인 논란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먼저 신용정보 개념을 분명히 규정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 "주문 내역도 신용정보"...개정 신용정보법 후폭풍 거세다
- 주문내역도 신용정보라고? 신용정보법 시행령 '무리수' 논란
- 네이버 마이데이터 기반 서비스 구체화...'마이카' 10월 출시
- '마이데이터 테스트베드' 구축 첫삽...내년 3월 본격 가동
- SSG닷컴, 오픈마켓 진출...12월 서비스 오픈
- 네이버 "빅테크 진출로 금융시장 경쟁 활성화될 것"
- 빅테크·금융사 '데이터 공유방안' 나올까...12일 디지털금융협 주목
- 롯데멤버스, ‘딥애드’ 플랫폼에 DSP 탑재...애드테크 시장 진출
- 쇼핑정보 주랴 금융위 눈치보랴...이커머스 업계 불만 팽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