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한국은행이 8일 '거스름돈 계좌입금 서비스'를 시작하며 동전 없는 사회 실현에 발벗고 나섰다. 이날 편의점 미니스톱은 업계 처음으로 거스름돈 계좌입금 서비스를 시작했다. 소비자는 원할 경우 현금 계산시 발생하는 거스름돈을 은행 계좌로 받는 식이다.
계좌로 잔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입·출금이 가능한 실물 신용·체크카드를 IC카드 단말기에 꽂는 방식이다. 그러면 카드와 연결된 계좌로 거스름돈이 적립된다. 다른 하나는 모바일 현금카드를 통해 생성된 QR코드나 바코드에 매장 단말기를 대는 방식이다. 모바일 현금카드는 은행 계좌를 갖고 있다면 누구나 은행 공동 앱인 '모바일 현금카드'를 통해 발급 받을 수 있다.
◆"잔돈은 계좌로 주세요"... 앱만 내밀면 '입금 끝'
푼돈을 주머니 대신 계좌로 쏠리게 하는 건 매력적인 발상이다. 하지만 널리 쓰일 수 있을지는 다른 문제다. 새로운 자금이체 방식이 전국의 편의점주와 대형마트 직원들의 손에 익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관건은 소비자들의 호응이다. 한은이 추진 중인 계좌입금 서비스가 취지를 인정받고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직접 이용해 봤다.
먼저 모바일 현금카드를 발급 받기 위해 공동 앱을 깔았다. 계좌번호와 계좌 비밀번호 등 연결하려는 계좌의 정보를 입력하고 간편결제 비밀번호를 설정하니 발급이 끝났다. 약 1분이 걸렸다.
인근의 미니스톱에 가서 물건을 골랐다. 모두 합해 3950원이어서 점원에게 현금 4000원을 건넸다. 그리고 나서 공동 앱을 켜서 보여주며 "거스름돈 50원은 계좌로 받을게요"라고 했다. 아까 발급받은 모바일 카드 측면의 '잔돈적립' 단추를 누르면 바코드가 뜬다. 점원은 바코드를 찍고 수동으로 거스름돈 50원을 입력한 뒤 입금 버튼을 눌렀다. 곧바로 휴대전화 알림으로 '잔돈적립이 완료됐다'는 메시지가 떴다.

절차는 의외로 쉽고 간단했다. 물건을 살 때 현금을 주로 쓰는 소비자들은 반길 서비스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편의점 결제수단 중 현금이 차지한 비중은 25%다. 해마다 감소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높은 비율이다. 적지 않은 소비자들이 이 서비스의 수혜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저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봉투값 20원을 내느라 거슬러 받은 10원짜리 동전들은 보관하기 성가셔서 집에 도착하면 아무 곳에나 둘 때가 많았다. 하지만 계좌 적립을 통하니 차곡차곡 돈이 모이는 것을 확인하는 재미가 있다.
수수료가 저렴해 유통업체 등 가맹점 입장에서도 이득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카드 수수료율은 신용카드가 2.07%, 직불카드가 1.48%다. 반면 현금카드 수수료는 이보다 0.3~1% 가량 낮다.
◆점포별 대응 달라 소비자 혼란 가능성... 공동 앱 시너지 고민도
하지만 상용화까지는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순이익 기준 은행권 1위인 KB국민은행의 불참은 아쉬운 대목이다. KB국민은행은 한은이 주도하는 모바일 현금카드 서비스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해당 계좌를 이용하는 고객은 서비스 이용이 불가능하다. 대신 12월께 자체 앱인 KB스타뱅킹에 '잔돈 적립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점원의 숙지 정도가 다른 점도 한계다. 이날 방문한 다른 점포에선 점원이 서비스의 개념과 절차를 몰라 10분 넘게 서서 기다려야 했다. 결국 기자가 설명해 이체는 마무리했지만 점원은 "새로운 서비스가 너무 자주 생겨나서 공문이 내려와도 정확히 익히기 힘들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점주들의 대응이 제각각인 만큼 가맹점 비율이 높은 편의점은 서비스의 빠른 정착이 어려울 수 있다.
공동 앱 내 서비스들 간의 시너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 현재 공동 앱에선 잔돈적립 말고도 결제와 가맹점·ATM기 인출 등 여러 기능을 제공하고 있지만 소비자 사용률은 저조하다. 수많은 간편결제 사업자가 이미 결제와 송금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 공동 앱인 모바일 카드서비스는 휴대전화만 있으면 ATM기에서 즉시 인출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결제 시에는 0.5% 캐시백도 제공한다"며 "이번에 개시한 거스름돈 계좌서비스도 앱의 경쟁력을 높이는 기능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했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 편의점 미니스톱, 업계 첫 '거스름돈 계좌입금 서비스' 도입
- [핀테크핫이슈] 디지털 전환에 인재·기술 쏟아붓는 은행들
- 모바일 속으로 들어온 '은행 현금카드' 서비스 사용해보니
- 편의점·마트·백화점서 거스름돈 계좌입금... 올 9월 도입
- 페이 '웃고' 카드 '울고'...코로나發 결제 시장 지형도 변화
- 페이팔 창업자 맥스 레브친, 왜 나온지 60년 된 신용카드 혁신에 베팅했나
- 거리두기 강화에 카드결제 횟수 넉달 만에 감소
- 간편결제 시장 지형도 바뀌나...금융 대기업 진출 본격화
- 미니스톱, 카카오페이와 '미니스톱 멤버십' 출시
-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 "가맹점 수수료 합리적 재산정 노력"
- 카드 포인트 통합 서비스 이틀째 버벅...속도 지연·접속 불가
- '카드포인트 통합이체' 일주일새 778억 찾았다
- "카드사, 빅테크와 경쟁서 이기려면 파괴적 혁신 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