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한 지점에서 내점 고객에 대한 체온측정 방침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강진규 기자]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시중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은행들은 3단계가 발령될 경우 본점 직원들에 대한 재택근무 비율을 늘릴 방침이지만 영업점은 그대로 운영할 예정이다. 영업점 인력들을 금융서비스 제공을 위한 필수 인력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 신한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시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3단계 격상 가능성에 대비해 본점 재택근무를 어떻게 할지, 또 영업점을 어떻게 운영할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은 공통적으로 3단계 격상시 순환근무와 재택근무 등을 병행해 본점의 근무 인력을 대폭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영업점은 그대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본점은 재택근무를 강화할 것”이라며 “그러나 영업점 직원들은 필수 인력으로 영업점 문을 닫을 수는 없다. 영업점 방역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현재 본부 직원의 20% 수준에서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으며 본부 직원의 15%가 분산 근무를 하고 있다. 3단계로 격상되면 재택근무 비율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1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전 영업점에서 방문 고객을 대상으로 체온측정을 하고 있으며 고객들이 마스크도 착용하도록 안내한다고 밝혔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3단계 방침이 내려오면 거기에 맞춰서 할 것이다. 현재 2단계임에도 거의 3단계 수준으로 강화해서 운영하고 있다. 재택과 분산근무를 4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3단계로 바뀌면 거기에 맞추겠지만 현재 현장 지점은 재택근무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직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현재 본점 차원에서 부서별로 이원화, 재택근무를 운영하고 있다. 3단계로 격상되면 이원화, 재택근무 비중을 30% 수준으로 높일 방침이다. 그러나 영업점 운영은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방역을 더 강화하겠지만 현재 지점을 안 열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도 본점 차원에서는 재택근무를 진행하고 있지만 영업점의 경우는 그대로 유지할 예정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영업점의 경우 전 인력이 다 필수 인력이다. 방역을 강화는 방법뿐이다”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올해 4월부터 전 지점에 칸막이를 설치하고 소독제를 비치하고 고객들이 승낙하는 경우 체온측정도 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들에 따르면 영업점은 금융서비스의 특성 그리고 전산 시스템, 보안 문제 등에 따라 그대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개인, 기업들에게 대출연장, 대출심사, 무역업무를 해줘야 하는데 만약 영업점이 문을 닫으면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 영업점이 문을 닫게 되면 실물 경제가 마비되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은행 창구 직원들은 고객 개인정보를 다뤄야하는데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면서 그렇게 할 수는 없다”며 “현재 은행 시스템에서는 창구에 나와서 일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은행들이 인력, 지점 등을 축소하고 효율화하면서 순환근무도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은행 지점에서 운영되는 인력이 최적화된 인원이기 때문에 직원의 1/2, 1/3씩 순환근무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3단계 격상에도 영업점에 나와야 하는 은행원들의 불만과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본부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하는 것과 비교해 영업점 직원들은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방역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될수록 직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대부분 은행들은 영업점에 손소독제를 비치하고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창구 직원과 고객 사이에 칸막이도 설치했다. 내부 시설과 기기에 대해서도 수시로 소독을 하고 있다. 고객들의 체온을 측정하는 지점도 늘고 있다.

그럼에도 은행원들은 수많은 사람들을 대면해야 하기 때문에 코로나19 스트레스가 커지고 있다. 한 은행 직원은 “고객에게 마스크를 쓸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일부 고객들은 이를 거부하기도 한다. 은행원 입장에서 고객에게 마스크 착용을 강요하거나 싸울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일부 은행들에서는 영업점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휴가를 쓰도록 하거나 또는 고객들에게 인터넷, 모바일 뱅킹 사용을 독려해 영업점 방문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출퇴근 시간을 피해 은행 영업 시간을 조정, 축소하는 방안도 있지만 이는 금융당국, 정부의 허가가 필요한 상황이다. 올해 3월 대구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됐을 때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은행 영업시간을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3시30분으로 변경 운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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