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우 위즈돔 대표

[디지털투데이 정유림 기자] 모빌리티 서비스 업계를 주도하는 모델은 택시다. 하지만 경쟁도 그만큼 치열하다. 그러다 보니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을 만들기도 쉽지 않다. 틈새형 모빌리티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는 이유다. 10년차 기업 위즈돔도 틈새형 모발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 중 하나다. 위즈돔이 주목한 틈새는 전세버스다.

위즈돔은 전세버스 공급 중개 플랫폼이다. 출퇴근 버스를 필요로 하는 일반 이용자를 모아 노선을 설계해 전세버스를 탈 수 있도록 공급한다. 국내 주요 기업들에도 통근 버스용으로 전세버스 중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전세버스를 기반으로 B2B와 B2C를 모두 아우르는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는 셈이다.

2009년에 설립된 위즈돔은 국내 모빌리티 산업의 변화를 직접 경험해왔다. 지금이야 모바일이 대세이지만 위즈돔 창업 당시만 해도 서비스의 중심은 PC였다. 위즈돔도 PC 기반 웹서비스로 시작했다. 이용자 집 주소, 직장 주소, 이동시간만 모아 노선을 짜고 있기 이를 바탕으로한 통근버스 서비스인 e버스를 내놨다.

한상우 위즈돔 대표는 “창업 당시에는 회원 가입을 할 때 이용자들이 10만원을 내도록 했다. 노선을 짜야 하기 때문에 허수를 줄일 목적으로 매긴 것인데 웹사이트 방문자의 30% 돈을 내고 가입을 할 만큼 나름 수요가 몰렸다"고 전했다.

산뜻한 출발을 보였지만 e버스는 곧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규제와의 충돌이 핵심이었다. 광역버스부터 마을버스까지, 운영되는 모든 버스는 노선 설계와 관련해 정부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아 운영되는 만큼, 이용자들의 수요에 따라 노선을 만들고 전세버스를 공급하는 위즈돔 사업은 사실상 대중교통 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졌다.

기존 운송 업계도 e버스를 성토하고 나서면서 위즈돔은 결국 서비스를 중단했다. 한 대표는 그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e버스 사업 모델이 불법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례를 찾아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고 지역구 의원들로부터도 지원을 받아 2011년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을 이끌어내는데 영향을 미쳤다. 2013년에는 정부로부터 한정면허를 받은 모빌리티 기업 1호가 됐다.

한 대표는 위즈돔을 창업전 변호사로 활동했다. 그는 “값은 싸지만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대중교통, 편리하지만 비용 부담이 높은 자가용 사이에 빈틈이 있다고 보고 e버스를 구상하게 됐다”며 “당시에는 e버스 같은 서비스가 없었기 때문에 버스 100대만 모아도 사업이 되겠다는, 단순한 셈법으로 시장에 뛰어들었는데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전세버스 시장에서 할 것이 많다는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전세버스 분야는 개인 소유 버스를 법인 명의로 등록하는 ‘지입’이 관행으로 여겨져 왔다. 운수회사에 일정 비용을 내고 회사로부터 일감과 소정의 보수를 받는 것이다.

지입은 사실상 불법이지만 정부나 업계에는 운앵되는 전세버스 중 80~90%는 이같은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신규 버스 유입도 많지 않아 시장이 정체되어 있다 보니 전세버스 차량이나 기사 운영, 관리 모두 열악한 환경이라는 것이다. 이에 위즈돔은 기술을 활용해 운영 관리  효율성과 질적 수준을 높이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내걸고 있다.

위즈돔은 B2C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현재 수요는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지역 축제, 페스티벌 등 이벤트에서 버스 대절 수요가 상당한데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당장은 규모를 키우기 어려운 처지다.

이에 한 대표는 위즈돔이 앞으로 주력할 분야로 B2B 부문을 꼽았다. 현재도 SK그룹, CJ그룹 등 주요 기업 계열사에 통근버스 제공을 중개하고 있는데 앞으로 제휴처를 늘리는데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지난 6월 인천공항과도 업무협약을 맺어 통근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기업이나 기관을 대상으로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중개하고 네트워크가 쌓이면, B2C 서비스를 키울 기반도 커질 수 있다는게 회사측 입장이다.

위즈돔이 강점 중 하나로 강조하는 것은 통합 관제 시스템 아이보스(AIBOS, 진보형 통합버스운영시스템)다. 버스 운영 일정 등 전반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형태라 수요처 요구에 맞게 애플리케이션(앱)을 제작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기업 통근버스의 경우 회사 전용 앱을 제공하길 원하기 때문에 아이보스는 B2B 부문 역량을 강화하는데 있어 핵심 경쟁력이 됐다. 기사 입장에서도 아이보스 기반 기사 전용 앱을 통해 배차, 정산 등을 관리할 수 있다.

위즈돔은 앞으로 전세버스에 필요한 백업 시장에도 주목해 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백업 사업 확대는 기사들이 비용을 들여 차량을 관리하기 만만치 않다는 현실에 밑바탕을 깔고 있다.

위즈돔은 플랫폼으로써 전세버스를 대량으로 모으고 차량 관리를 지원하는 업체로부터 보다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위즈돔은 이미 한국타이어와 협력해 상용차 타이어 케어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는데, 앞으로 백업도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BM)로 키울만한 부분이 많다고 보고 있다.

한 대표는 “위즈돔은 그래서 대체 뭐하는 기업이냐고 물어봤을 때 관제 시스템 역량을 갖추고 이를 통한 전세버스 서비스 운영 전반을 괸리하는 곳이라고 이야기해 볼 수 있다”며 “현재 위즈돔 플랫폼을 이용하는 전세버스는 1만5000대 정도로 전체 4만3000대 중 3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사업 확장을 통해 점유율을 늘려 전국 전세버스 절반이 이용하는 서비스로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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