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황치규, 정유림 기자] 지난 5일 발표된 신용정보법 개정안 시행령이 이커머스 업체들, 특히 통신 판매 및 통신판매 중개업과 인터넷 결제 등 전자금융업을 겸업하는 업체들 사이에서 느닷없이(?) 대형 변수로 부상했다.

신용정보법 개정안 시행령에 쇼핑 주문 내역 정보도 신용정보라는 내용이 포함됨에 따라 오픈마켓을 포함해 일부 이커머스 회사들은 사용자 쇼핑 정보를 마이데이터 사업자 등에 제공해야할 처지에 몰렸다. 

이런 가운데 관련 업계가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가 최초 입법 예고에 없던 주문내역 정보를 포함한 전자지급수단 관련 정보를 시행령 별표1에 추가했다고 주장하며 시행령 개정을 촉구하고 나서면서 논란은 점점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커머스 회사들이 예민해 하는 까닭은?

신용정보법 개정안에는 신용정보주체가 본인에 관한 개인신용정보를 본인 및 본인 신용정보관리회사 등에 전송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개인신용정보 전송요구권이 도입됐다.

전송 요구권 적용 대상은 금융회사, 전자금융업자, 전기통신사업자 중 기간통신사업자, 한국전력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등으로 정해졌고 행사 범위는 금융거래내역, 국세 및 지방세 납부정보, 고용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 국민건강보험 등 보험료 납부 정보, 통신료 납부정보 등이다.

이 같은 규정을 근거로 개인들은 법에 명시된 기관들을 대상으로 관련 정보를 본인, 금융회사, 개인신용평가 회사 및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 제공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이 부분이 일부 이커머스 업체들에 예민한 이슈로 부상한 까닭은 쇼핑 정보가 신용정보에 포함되면서 전송요구권  적용 대상이 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시행령으로 인해 일부 이커머스 회사들은 사용자 동의를 받은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에게 해당 사용자 쇼핑 정보를 내줘야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법에 따르면 전송 요구권 적용 대상은 금융회사, 전자금융업자, 전기통신사업자들이지 통신 판매 및 통신 판매 중개업으로 분류되는 쇼핑몰은 예외다. 하지만 이베이코리아 등 일부 오픈마켓 플랫폼들은 자체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통신판매 중개업과 전자금융업을 겸업하고 있다. 이럴 경우 이커머스 회사들도 전송 요구권 적용 대상이 된다.

네이버나 카카오처럼 결제 서비스와 커머스 사업이 별도 회사로 분리돼 있다면 커머스 부문은 계속해서 전송 요구권 적용 대상에서 예외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베이코리아나 11번가처럼 결제와 커머스 겸업이면 적용 대상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마이데이터 제도 시행을 앞두고 기존 금융권에서 네이버, 카카오로 대되는 빅테크 기업들과의 역차별을 주장하고 나서자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쇼핑 정보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여러 분야 기업 관계자들과 논의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에는 오픈마켓  회사들까지 논의 테이블에 참석했고 이후 시행령에서 구매 내역 정보가 결제 정보로 분류돼 신용 정보에 포함됐다는 내용이 논란이 됐다.

이에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와 한국온라인쇼핑협회는 19일 공동 성명을 내고 "최초 입법 예고를 했을 때 발표에 없었던 내용인데다 마이데이터 사업 참여를 희망하지 않는 관련 기업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행정 절차법 제41조 제4항에 따라 입법예고 후 예고 내용에 중대한 변경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해당 부분에 대한 입법예고를 다시 해야 할 의무도 있었지만 금융위는 이에 대한 고려 없이 입법예고 이후 임의로 전자지급수단 관련 정보를 갑자기 추가해 공포했다. 이는 시행령 제정 과정에 있어서 절차적인 하자"라고 비판했다. 이어 "금융위는 법 체계에 맞도록 전송요구 대상 신용정보를 명확히 할 것과 정보 주체 금융 주권을 확보하겠다는 마이데이터 사업 도입 취지에 맞는 정책을 추진해 줄 것"을 촉구했다.

전자금융업과 통신판매 중개를 겸업하면서 마이데이터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오픈마켓 플랫폼들은 신용정보법 시행령으로 상당한 부담을 떠안게 됐다고 호소하고 있다. 업체 한 관계자는 "정보 제공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도 부담일 뿐더러 주문 내역 정보를 신용정보에 포함시킬 경우 제도 시행 과정에서 앞으로 더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 업계는 주문 내역 정보가 신용 정보에 포함된 것을 놓고 금융위가 기존 금융권의 역차별론을 어느 정도 반영한 결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기존 금융권의 역차별론은 마이데이터 등 디지털 금융 정책이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대기업들을 포함한 핀테크 회사들에 혜택을 주는 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을 하지 않는 오픈마켓 플랫폼들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시행령은 상대적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에 참여할 계획이 아직 없고, 쇼핑몰과 결제 서비스를 겸업하는 오픈마켓 플랫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주문 내역 정보 디테일 놓고 애매함 여전

전송 요구권에 적용되는 주문 내역 정보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는 아직은 애매모호하다. 논의가 좀더 필요해 보인다.

네이버파이낸셜 관계자는 “주문내역 정보라고 하면 상품 금액뿐만 아니라 품목, 이를 주문한 이용자의 주소 등 여러 가지가 광범위하게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구체적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신용정보법 개정안 시행령에 포함시킨 개인신용정보 전송요구 관련 규정 시행일은 2021년 2월 4일이다. 아직 시간이 좀 남아 있는 만큼, 인터넷기업협회와 온라인쇼핑협회는 시행령 자체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주문 정보를 포함시킨다고 해도 그 범위가 최소한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정부 정책은 금융 정보의 독점을 해소하려는 방향으로 이뤄졌는데, 시행령을 보면 다시 금융사가 금융과 비금융 정보를 독점해 정보 소유의 비대칭성이 오히려 심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자 신청을 준비 중인 모 업체 한 관계자는 "금융정보와 비금융 정보가 섞여 데이터가 금융, 비금융 영역에서 각각 역할을 하고 발전하는 기회가 사라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앞서도 마이데이터 워킹그룹을 운영 중인 신용정보원이 오픈마켓 사업자와 자리를 가지고 관련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데이터 개방 범위에 대해서는 쟁점이 많아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보인다. 우선은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업계 의견을 반영해 나갈 수 있도록 논의할 예정”이라는 정도로만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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