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금융당국의 사모펀드 감독 강화 관련 행정지도를 두고 금융권에서 ‘해도 너무하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책임 발생 시 판매사가 모든 책임을 지는 것도 모자라 이제 점검까지 도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아예 펀드를 판매하지 않는 편이 수익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푸념도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마련한 ‘사모펀드 감독 강화 및 전면 점검 관련 행정지도’안이 다음달부터 본격 시행된다. 주된 내용은 사모펀드 판매사와 수탁기관이 운용사에 대한 감시, 견제 기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사모펀드 판매사는 운용사가 제공하는 투자설명자료를 투자자에게 제공하기 전 사전검증을 해야 한다. 주요 검증사항은 집합투자규약과 투자위험설명의 적정성 등이다. 또 판매사는 사모펀드 운용과 설명 자료상 주된 투자전략이 일치하는지에 대해 점검해야 한다. 만약 투자전략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판매사는 운용사에 운용 행위의 철회 및 변경 등을 요청할 수 있다.
수탁사도 마찬가지로 운용사의 위법·부당행위를 감시해야 할 책임이 부여된다. 수탁기관은 매달 1회 이상 운용사와 펀드재산 목록 등 펀드의 자산보유내역을 비교해, 이상이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판매사와 수탁사 모두 펀드 내용에서 특이사항이 발생한 경우에는 즉시 금감원에게 보고해야 한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너무 지나치다는 반응이다. 금융당국이 발표한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 100% 전액 보상안부터 사모펀드 전수조사까지 모두 금융회사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 판매액을 100% 보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미 계약 체결시점에 98%에 달하는 손실이 난 상황에서 운용사가 투자 제안서의 핵심정보를 허위로 기재해 판매했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펀드 판매사 4곳(우리은행, 하나은행,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대우)은 배임을 이유로 수락 여부 결정을 미룬 상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라임 사태는 판매사들도 손해가 나고 있어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는 사건으로 책임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며 “보상이 진행되면 외국인 주주를 중심으로 반드시 배임문제가 불거질 것이다. 이 문제가 다른 펀드로 확산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설명했다.
행정지도안에 대해서도 불만은 계속된다. 우선 대부분의 판매사들은 금융당국이 바라는 수준까지 사모펀드 관련 점검을 하기 위해서는 현재 인력의 3배 이상을 확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사모펀드 관련 집합투자규약이나 투자전략 등을 검증하는 작업은 쉽지 않다. 집합투자규약이 워낙 폭넓게 표기하고 있고, 투자전략의 정합성 등을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확한 책임규명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만약 판매사들이 운용방식에 대해 시정을 요청할 경우 주문자표시생산(OEM) 펀드로 취급될 가능성도 있다. 판매사와 운용사가 합작해 만든 펀드로 소비자에게 오해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펀드 운용사와 '같은 편'이 아닌 '피해자'임을 주장하고 있는 판매사 입장에선 더욱 억울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해외 운용사로부터 들여온 사모펀드는 상황이 더욱 복잡하다. 판매사와 수탁사는 물론 국내 운용사까지 정확한 부실을 따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펀드의 경우 판매사가 기초자산을 여러번 실사한 끝에 부실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운용사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은 상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판매사와 운용사 모두 인력 충원을 해야한다는 점이 가장 골칫덩이다. 현재의 인력으로는 정해진 기간동안 제대로된 점검을 하기 어렵다”며 “결국 인력을 더 뽑아 운용사를 점검하라는 내용인데, 이 비용에 대한 부담이 없을 수 없다. 이마저도 현재 구조상 운용사가 마음먹고 속이면 알아채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왜 판매사와 수탁사에게만 책임을 강조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사고 발생시 포괄적 감독책임이 적용돼 판매사에게 문제를 떠넘길 수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이런 이유로 금융권에서 사모펀드를 팔아도 손해라는 인식이 번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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