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은행 창구에서 타행 계좌 조회와 이체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대면 오픈뱅킹의 연내 도입이 무산될 분위기다. 대면 오픈뱅킹에서 금융사기 가능성이 엿보이는 데다 은행간 과당 경쟁으로 인한 소비자 보호 문제가 우려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6일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디지털금융연구센터장은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금융위원회 주최로 열린 '오픈뱅킹 도입성과와 발전방향' 세미나에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시중 은행 창구에 오픈뱅킹 서비스를 들이는데 대한 소비자 수요가 높지 않은데다 영업직원의 금융사기 여지가 포착됐다"며 "소비자 입장에서 채널 확대가 반드시 필요한 정책인지 재논의를 하는 등 대면 오픈뱅킹 도입안에 대해선 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 은행의 요구로 금융위가 유력하게 검토해오던 오픈뱅킹 채널 확대방안이 원점에서부터 재검토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오픈뱅킹이란 금융 서비스의 다양한 실험이 가능해지도록 각 은행들이 갖고 있는 고객 계좌정보를 다른 은행과 핀테크 업체들에 개방하는 정책이다. 앱 1개만으로 모든 은행의 계좌를 이용할 수 있어 소비자 편의를 높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방식을 시중 은행의 오프라인 창구로 옮겨오면 대면 오픈뱅킹이 된다. 도입 땐 고객이 은행 영업점에 들러 영업점 직원의 단말기를 통해 다른 은행의 계좌 잔액을 조회하고 송금 업무를 볼 수 있게 된다. 금융 접근성을 개선해 모바일 뱅킹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을 주요 고객층으로 흡수할 수 있다. 오픈뱅킹 수수료가 ATM 수수료보다 적을 경우 금융비용이 감소한다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잡음도 꾸준히 있어 왔다. 추진 정도와 이해관계가 각사마다 달라 도입 시기를 맞추기 어렵고 은행들의 과당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단 우려다. 직원의 업무 권한이 늘면서 모럴헤저드로 이한 금융사고 가능성도 빼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용자들도 대면 오픈뱅킹 도입으로 인한 수혜보다 정보 유출 등 개인정보 보안에 대한 불안이 더 크다는 의견이다. 금융연구원이 오픈뱅킹 서비스 이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서비스 사용시 우려되는 점'을 조사한 결과 '보안 우려'가 57.9%로 가장 많았다.
올 2월 금융위가 '오픈뱅킹 지속성 및 확장성 확보를 위한 고도화 방안 연구'란 주제의 연구용역을 금융연구원에 발주한 것도 여러 이견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오픈뱅킹의 대면채널 서비스 허용 필요성과 오프라인 창구 도입으로 발생 가능한 리스크를 분석하기 위한 취지에서다.
다만 금융연구원은 이번 용역에서 대면 오픈뱅킹 도입의 순기능보단 역기능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서정호 연구센터장은 "금융당국의 결정에 제언을 보태는 것뿐이지만 당장으로선 은행권 내 과당경쟁과 금융피해가 우려돼 연내 도입을 하는 것은 무리로 보인다"며 "은행 공동 영업점을 운영한다든가 영업점 축소를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는다는가 등 여러 대체 정책수단이 고려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참석한 토론자들 가운데 '대면 오픈뱅킹 도입이 과당경쟁을 키우는지'를 두고는 이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패널 토론에서 정인철 신협중앙회 디지털금융본부장은 "온라인 채널만이 개방을 촉진하고 오프라인에선 과당경쟁이 우려된다는 금융연구원의 발표가 납득되지 않는다"며 "텔레뱅킹부터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을 거쳐 오픈뱅킹으로 오기까지 오프라인의 역할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금융혁신이 대부분이다. 대면 오픈뱅킹이 시급히 도입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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