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페이'로 카드사들을 위협해 온 핀테크 업체들이 이번에는 '○○통장'으로 은행을 정조준했다. 은행권은 '○○페이'로 결제 관행을 신용카드에서 모바일 간편결제로 바꿔놓은 것처럼 '○○통장' 출시가 은행 주거래 통장 시장을 위협할 것으로 보고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8일 네이버파이낸셜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와 손 잡고 만든 비대면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통장인 '네이버통장'이 이날 오후 6시 서비스를 시작한다. 신규 가입부터 통장 개설·관리가 모두 앱 안에서 이뤄진다.
네이버통장은 예치금 수익에 더해 포인트 적립도 가능한 새로운 개념의 금융상품이다. 전월 결제액을 기준으로 100만원까지 세전 연 3% 수익률을 보장한다. 통장으로 페이 포인트를 충전해 네이버 쇼핑과 예약 등에서 결제하면 최대 3%까지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다.
같은 날 핀크의 'T이득통장'도 출시됐다. T이득통장은 핀크와 SK텔레콤이 KDB산업은행과 협력해 내놓은 자유입출금 금융상품으로 핀크 앱에서 신분증으로 비대면 인증을 거쳐 가입할 수 있다. 그 뒤로도 별도 은행 앱을 깔지 않고 핀크 앱에서 입출금 관리를 하면 된다.
T이득통장은 금리 2%(기본금리 1%+우대금리 1%)를 앞세웠다. 통상 돈의 유동성이 높은 예금은 이율이 낮은 점을 감안하면 이는 자유입출금 통장으로는 이례적인 혜택이다. SK텔레콤 이동통신 회선을 유지하고 KDB산업은행 마케팅 정보 활용에 동의한 고객은 예치금 200만원까지 연 2% 금리를 적용받게 된다.

이날 나온 '하나 카카오페이 통장'도 은행과 핀테크 업체의 결합 상품이다. 카카오페이 앱이나 카카오톡에서 비대면으로 신규 개설이 가능한 이 통장에서는 모바일·인터넷 뱅킹과 하나은행 자동화기기 수수료 면제 혜택을 제공한다.
주요 핀테크 업체들이 금융사, 통신사 등과 함께 통장 상품 출시에 매진하면서 시중은행들도 긴장 속에 향후 서비스 운영 방향을 주목할 수밖에 없게 됐다. 예·적금과 대출 등 과거 은행 창고에서만 가능했던 여러 금융 업무가 하나둘씩 모바일로 전환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쏟아지는 '핀테크 통장'이 이 흐름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한편 은행들보다 앞서 핀테크의 침투를 받은 곳은 카드업계. 카드사들의 오프라인 결제액은 간편 결제의 득세와 코로나19 여파에 따라 올해 들어서 꾸준한 감소세다.
지난 5월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업 카드사 8곳(신한·삼성·KB국민·현대·BC·롯데·우리·하나)을 조사한 결과 지난달 오프라인 신용카드 사용액(44조8235억원)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6.9% 줄었다.
반면 '○○페이' 열풍을 주도한 토스와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업자는 저마다 호실적을 받아들었다. 네이버페이는 1분기 들어 처음으로 거래액 5조원을 넘어섰다. 카카오는 부진한 포털 광고 매출을 카카오페이 매출액 등으로 메우며 전년보다 219% 증가한 영업이익 882억원을 기록했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도 지난달 서비스 개시 5년 만에 첫 영업이익 월간 흑자를 달성했다.
카드업계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 은행권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실적이나 이용자 수 측면에서 전통 금융과 핀테크의 뚜렷한 대비가 나타나고 있지 않느냐"며 "대형 핀테크 업체들이 줄 지어 '○○통장'을 내놓을수록, 우리로선 예금 등 은행만이 영위하던 고유 업무를 침투 당하고 기존 고객들을 뺏긴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다른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은행이 단독으로 상품을 출시하려면 가입자 유치 등 마케팅 비용을 전담해야 하지만 대형 IT업체와 통신사 등과 제휴할 경우 비용을 절감해 2%대 고금리 상품 구상이 가능하다"며 "은행권과 핀테크 업계의 전략적 제휴는 이제 트렌드가 됐다. 여러 핀테크 통장의 사업성과 서비스들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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