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림 테크노마트 현장. 핸드폰을 구매하는 고객들의 모습. [사진:최지연 기자]
신도림 테크노마트 현장. 핸드폰을 구매하는 고객들의 모습. [사진:최지연 기자]

[디지털투데이 최지연 기자] 번호이동을 하면 '전환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시행된지 이틀이 지났다.  

번호이동을 하면 갤럭시S24(일반형 256GB)를 공짜로 살 수 있을까? 직접 가보니 갤럭시S24는 이미 전환지원금 없이도 공짜로 살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

달라진 단통법 D+1...시행되지 않던 전환지원금

15일 오전 9시경. 기자는 오프라인 '성지'라고 불리며 휴대폰을 가장 싸게 살 수 있다는 신도림 테크노마트로 향했다. 번호이동을 통해 '전환지원금'을 받고, 갤럭시S24를 '공짜'로 살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앞서 13일 정부는 가계비 인하 정책 일환으로 추진한 단통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14일부터 시행된 단통법은 통신사간 번호이동 경쟁을 촉진시켜 '전환지원금(최대 50만원)'을 이용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론상으로는 '공시지원금(최대 50만원)+전환지원금(최대 50만원)+추가지원금(15%)=최대 115만원'을 받을 수 있다. 

'띵똥- 9층 입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도착한 신도림 테크노마트는 생각보다 한산했다.  많은 점포들이 한 층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 마자 "찾으시는 폰 있어요? 상담하고 가세요"라며 휴대폰 매장 담당자들 목소리가 똗아졌다.

몇발짝 걸어 한 매장에 도착해 갤럭시S24를 구매하러 왔다고 말했다. 신규 가입과 기기 변경, 번호 이동 중 어느 것을 원하느냐는 말에 가장 큰 혜택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당연히 번호이동이겠지 싶었는데 통신사별로 다르다는 답변이 나왔다. 조건에 따라 기기변경이 좋기도 하고 번호이동이 낫기도 하다는 것. 번호이동을 하겠다고 말하며 전환지원금에 대해 물어봤다. 바뀐 단통법이 시행된지 이틀 차, 변화가 있었을까?

"전환지원금이요? 시행된다고는 하는데 관련해 지침이 내려온 건 아직 없어요. 정부는 하라고 하는데, 통신사끼리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는 거죠. 시간이 좀 걸리지 않을까 싶은데... 또 달라질게 있나 싶네요. 기존 지급되는 보조금이 전환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변경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되는데요"(판매점 A씨)

A씨는 갤럭시S24를 번호이동으로 한다면 기계값이 없다고 말했다.갤럭시S24 일반형 256GB 출고가격은 115만 5000원이다. 공시지원금 50만원에 추가 지원금과 판매장려금 65만5000원이 더해져 공짜로 구매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대신 9만9000원 요금제를 6개월 유지하고, 2~3개 부가 서비스를 내는 조건이 달렸다.  

다른 곳들도 둘러봤지만 대게 비슷했다. 기자는 한 통신사를 3년간 사용해 약정이 없는 상태다보니 번호이동을 한다면 갤럭시S24 단말기값은 공짜에 가까웠다. 어떤 통신사로 이동하느냐, 요금제가 9만9000원이냐 10만원대냐, 부가서비스가 있냐 없냐, 있다면 어떤 종류가 추가되느냐 등의 세부조건만 달랐을 뿐이다.

아직 전환지원금이 시행되기 전이어서일까? 먼저 전환지원금을 물어보지 않으면, 전환지원금을 안내해주는 곳은 없었다.

한 판매점 B씨는 "뉴스를 통해 전환지원금을 들은 소비자들 몇분이 전환지원금을 물어보긴 하는데 많지는 않다"며 "내일 전환지원금이 나온다고 하는데 어떻게 나올지는 저희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신도림 테크노마트 현장. 핸드폰을 구매하는 고객들의 모습. [사진:최지연 기자]
신도림 테크노마트 현장. 핸드폰을 구매하는 고객들의 모습. [사진:최지연 기자]

전환지원금 고작 10만원 수준...받으면 '바보'란 얘기까지

전환지원금 지급이 첫 시행되는 주말 16일 오전 10시경 다시 신도림 테크노마트를 찾았다. 주말이라서 그런지 전날보다 사람들이 북적였다. 바로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 소비자들이 어떤 휴대폰을 구매하는지, 주로 어떤 질문을 하는지를 살폈다. 귀동냥으로 들은 내용들을 종합하면 고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휴대폰은 갤럭시S24였고, 아이폰을 찾는 목소리도 종종 들렸다. 또 가격과 지원금 여부를 묻는 질문이 많았다. 

그 중 간간히 전환지원금을 물어보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반응은 별로였다. 지원금이 턱없이 적은 데다, 차라리 안 받는게 훨씬 났고, 전환지원금을 받으면 바보라는 목소리도 들렸다.

이날 통신 3사가 책정한 번호이동 전환지원금은 3~13만원 내외다. 통신사 중에선 유일하게 KT만 갤럭시S24 시리즈에 8만원 전환지원금을 제공했다. SKT는 ▲갤럭시Z 플립5·폴드4 ▲갤럭시 퀀텀4 ▲갤럭시A24 ▲아이폰SE 3세대 등에, KT는 ▲아이폰14 시리즈 ▲갤럭시S24 시리즈 ▲갤럭시Z 폴드4·플립4 ▲갤럭시 점프3 등에, LG유플러스는 ▲갤럭시Z 플립5·폴드5 ▲갤럭시A24 ▲아이폰15 프로 등에 전환지원금을 제공했다.

한 판매점 C씨는 "어제 휴대폰을 구매한 고객들이 전환지원금 소식을 듣고 오늘 와서 개통 취소를 요청했다가 다들 그냥 돌아갔다"며 "전환지원금 몇만원 받았다고 요금제가 24개월로 묶이는데 누가 이걸 하겠나 싶다. 차라리 안받는게 낫다"고 말했다.

유통 시장 분위기를 보면 단통법이 바뀌었다고 달라진 것은 많지 않아 보인다. 실제 전환지원금을 물으며 왔던 다수 고객은 판매장려금을 받으며 휴대폰을 변경했다. 기자가 이날 알아본 갤럭시S24는 번호이동의 경우 공시지원금(50만원, 9~10만원대 요금제 6개월 사용)에 판매장려금을 받으면 공짜폰이 됐다. 기종과 조건에 따라 조금 다르겠지만 갤럭시S24 외에 아이폰15 기본형, 갤럭시Z플립5 등의 다른 기종들에서도 공짜폰은 있었다.

한 판매점 D씨는 "전환지원금이 시행되어서 혜택을 보는 이들이 있다면 지방에 살거나, 정보가 어두운 노년층 고객들 정도일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처럼 지원금이 적게 나온다면 비싼 요금제를 24개월 사용해야 하기에, 이를 선택하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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