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블레이드 & 소울 2', 8월 26일 출시[사진: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 '블레이드 & 소울 2', 8월 26일 출시[사진:엔씨소프트]

[디지털투데이 최지연 기자] 엔씨소프트가 연이은 흥행 부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출시한 신작들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주가가 바닥을 치는 가운데, 게임 이용자들도 엔씨소프트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며 신작들을 외면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다양한 신작 출시를 예고했다. 상반기 트릭스터M을 출시하고 하반기 블레이드앤소울2(블소2)과 리니지W를 연이어 출시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트릭스터M과 블소2가 출시 이후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면서 후에 출시될 리니지W의 흥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상반기 출시된 트릭스터M은 출시 초기 매출 3위까지 올라갔지만 이후 한달도 안돼 20위권 밖으로 밀려나면서 반짝 흥행에 그쳤다. 당시 이용자들은 과금 구조가 리니지와 똑같다고 지적하며 ‘외향만 귀여워진 리니지’라고 혹평했다.

이후 엔씨소프트는 하반기 신작으로 블소2를 출시했다. 출시전 블소2는 국내 최다 사전예약자수 746만명을 기록하며 기대를 받았다. 엔씨소프트 또한 과금 구조를 개선했다고 밝히며 흥행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블소2는 출시한 뒤 혹평을 받으며 이용자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 이용자들의 실망은 엔씨소프트 주가에도 드러났다. 블소2 출시 이후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3일 연속 23% 하락하며 시가총액 약 4조원이 증발했다.

이용자들은 블소2의 ‘영기’ 아이템을 지적하며 거부감을 드러냈다. 영기시스템은 시즌으로 구매 가능한 유료 아이템이다. 이 아이템을 구매해야지만 게임을 하는 동안 추가 경험치나 아이템 등을 얻을 수 있다. 즉 게임에 돈을 쓰지 않는 무과금 이용자들은 게임 내에서 아이템을 획득할 수 없는 구조다.

심상치 않은 이용자들의 반응에 곧바로 엔씨소프트는 공식 사과와 과금 요소를 줄이는 서비스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출시 하루 만에 빠르게 대응한 것으로 보아 이용자들의 냉랭한 반응에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용자들의 블소2를 향한 부정적 시선은 여전하다. 영기 외에 ‘소울’과 ‘수호령’ 등도 확률형 아이템을 그대로 답습했다는 지적이다. 게임 이용자들은 ‘블소2도 리니지로 만들었다’며 원작의 작품성이 사라졌다고 혹평했다. 일각에서는 엔씨소프트의 게임을 더이상 즐기지 않겠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용자들의 엔씨소프트에 대한 반감은 더욱 확산되는 추세다. 유명 게임 유튜버 ‘난닝구TV’는 엔씨소프트의 게임을 홍보했다가 이용자들에게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후 유튜버 난닝구는 해당 영상을 내리고 사과 영상을 게재했다. 이밖에 엔씨소프트의 게임을 홍보한 영상에는 비추천과 거센 비난의 댓글들이 가득한 상황이다.

리니지 이용자들이 진행하고 있는 트럭시위 현장 [사진:인벤 커뮤니티 갈무리]
리니지 이용자들이 진행하고 있는 트럭시위 현장 [사진:인벤 커뮤니티 갈무리]

이용자들이 엔씨소프트에 분노한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와 다수의 이용자는 그동안 쌓였던 불만들이 블소2를 계기로 폭발한 것이라고 평했다.

올해 초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에 일어난 ‘문양 업데이트 사건’으로 불매운동에 시달렸다. 당시 리니지M 이용자들은 문양에 사용된 과금 등을 환불해달라 요구했지만, 엔씨소프트가 게임내 재화로 이를 보상하면서 불매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후 불매운동은 확률형 아이템 이슈와 함께 트럭시위 등으로 번져나갔다.

또한 트릭스터M, 블소2가 리니지식 과금 구조를 그대로 답습하면서 이용자들의 외면도 더욱 커진 것으로 보인다. 한 게임 이용자는 “원작 블레이드앤소울을 즐겁게 했기에 이번 블소2를 기대했는데 출시 후 실망감을 느꼈다”며 “리니지M을 답습하는 게임 구조에 피로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리니지를 오래 즐겼던 한 게임 이용자는 “트럭시위와 불매운동 등에도 엔씨소프트는 이용자들과 소통하려는 모습조차 취하지 않았다”며 “확률형 아이템, 지나친 과금 유도 등도 문제지만 일방적인 엔씨소프트의 태도에 지친 이용자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단순한 과금 구조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이용자들의 모습은 카카오게임즈 ‘오딘:발할라 라이징’의 흥행에서 볼 수 있다. 오딘은 4년 동안 1위를 유지하던 리니지M을 밀어내고 모바일 게임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초기 오딘은 리니지와 과금 구조가 비슷하다는 평을 받은 바 있다. 한 게임 이용자는 "리니지 대신 오딘을 하면된다"고 말했다. 

이에 엔씨소프트가 출시할 신작 ‘리니지W’에 눈길이 쏠린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W를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리니지W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마지막 리니지’라고 언급한 게임으로, 지난 24년 동안 이어진 리니지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IP 의존도가 높은 기업이다. 이에 리니지 IP 의존도를 낮추고자 최근 신규 IP를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릭스터M, 블소2에 이어 리니지W 마저 흥행에 실패할 경우 엔씨소프트의 근본적인 기업 가치가 흔들릴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아직 블소2가 출시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7일 영기 시스템을 개편한 이후 매출이  조금씩 올라섰기 때문이다.  현재(1일 기준) 매출 4위를 유지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도 블소2의 게임 개편안을 연이어 내놓으면서 이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총력을 펼치고 있다. 1일 엔씨소프트는 '보스  및 필드 보상 시스템'을 개선했다. 영기 시스템 개편에 이은 추가 조치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게임의 전반적인 난이도 조정 및 보상 개선을 통해 조금 더 수월하게 게임을 즐기고 성장할 수 있도록 업데이트했다”며 “이용자분들이 건의해주시는 불편사항들에 대해 꾸준히 경청하고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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