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텀스케이프

[디지털투데이 김현우 인턴기자] 2020년은 테슬라(Tesla)의 해였다. 테슬라의 주가는 한 해동안 700% 이상 폭등했고, 일론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1위 부호 자리에 오르며 전기차의 상업성을 전 세계에 입증했다.

작년 하반기에는 테슬라만큼이나 전기차 배터리 스타트업 퀀텀스케이프(Quantum Scape)도 주목을 받았다. 전고체 배터리라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23달러에 거래되던 컨텀스케이프의 주가는 불과 한 달 만에 130달러를 넘었다.

그러나 퀀텀스케이프의 전성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불과 사흘만에 상승세는 멈췄고 이내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전고체 배터리는 분명 혁신적인 유망산업이지만 상용화에 이르기까지는 여전히 넘어야할 산이 많다.

빠른 충전 성능과 안전성 지닌 전고체 배터리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 본사를 둔 퀀텀스케이프는 2010년 설립됐다. 200여개의 배터리 관련 특허를 보유하는 등 배터리 기술에 특화된 기업이다. 2012년부터 '전고체 배터리'를 집중 개발해 왔으며 최근에는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을 공개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에 전기차에 사용되던 리튬이온 배터리의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바꾼 차세대 2차 전지다. 기존 리튬 기반 배터리의 약점으로 지적돼 온 안전성과 배터리 열화 현상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제품이다. 컨텀스케이프는 자사의 전고체 배터리가 15분만에 80%를 충전할 수 있고, 800회 충전 후에도 용량의 80% 이상을 유지하는 등 높은 안전성과 품질을 지니고 있다고 발표했다.

퀀텀스케이프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와의 합병을 통해 지난 11월 뉴욕 증시에 상장한 뒤 주가가 폭등했다. 공모가는 23.5달러(약 2만5000원)였지만, 12월 22일 한때 132.73달러(약 14만6000원)까지 치솟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테슬라를 따라잡을 기업'이라는 헤드라인으로 퀀텀스케이프를 소개하기도 했다.

퀀텀스케이프가 독일의 폭스바겐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에게 투자를 받은 사실도 투자자에게 매력으로 작용했다. 폭스바겐은 세계 최고 수준의 완성차 업체로, 서드파티 입장에선 최고의 사업파트너다. 빌 게이츠 같은 공신력있는 인물이 선택한 기업이라는 점도 투자 가치를 상승시켰다. 퀀텀스케이프의 이사회에 JB 스트라우벨(JB Straubel) 테슬라 공동창업자와 브래드 버스(Brad Buss) 전 테슬라 이사가 있다는 사실 또한 투자 가치를 높이는데 한몫했다.

그러나 퀀텀스케이프 주가는 오래가지 못했다. 빠르게 오른만큼 내려가는 것도 빨랐다. 퀀텀스케이프 1월 초 40달러 수준으로 조정됐고, 현재는 50달러대에서 횡보 중이다.

퀀텀스케이프 본사 정문 [사진: 셔터스톡]

과대포장된 기업 가치…수익모델 부재, 기술적 장애물도 산재

'삼일천하'로 끝난 퀀텀스케이프의 주가 잔치는 결국 수익모델 부재라는 한계가 작용했다.
폭스바겐은 퀀텀스케이프와 독점 계약을 맺고 2025년부터 퀀텀스케이프의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출시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말을 반대로 해석하면, 2025년 전까지는 이렇다 할 수익모델이 없다는 얘기다.

현재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인 토요타, 삼성SDI 등과 달리 퀀텀스케이프는 전고체 배터리 이외의 사업 모델이 전무하다. 때문에 지금 퀀텀스케이프에 투자하는 것은 사실상 기업이 아닌 연구소에 투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극복하기 어려운 기술적 장애가 산적하다. 리튬 금속의 폭발 가능성, 덴드라이트(Dendrite), 양극 팽창에 의한 접점 불안정 등 전고체 배터리는 앞으로 극복해야할 문제점들이 많다. 전고체 배터리를 실제 전기차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기온 변화와 차량의 운동에너지 의한 충격을 버틸 수 있어야 하는데 이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미국 주식정보 전문업체 시킹알파(Seeking Alpha)의 분석에 따르면, 퀀텀스케이프의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 역시 여러 기술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퀀텀스페이크의 전고체 배터리는 제조 중에 양극(Anode)를 만들지 않는다, 방전 시 음극(Cathode)과 세라믹 분리막만 가지고 있지만, 충전시 전해질을 통해 이동한 이온에 의해 세라믹 분리막위에 음극이 생겨나는 구조다. 이로 인해 부피를 줄이고 에너지 밀도를 높였다는게 퀀텀스케이프의 설명이다.

충·방전 시 팽창, 수축을 반복하는 퀀텀스케이프 배터리, 아래쪽이 음극(Cathode) [동영상: 퀀텀스케이프]
충·방전 시 팽창, 수축을 반복하는 퀀텀스케이프 배터리, 아래쪽이 음극(Cathode) [동영상: 퀀텀스케이프]

문제는 퀀텀스케이프의 분리막에 사용되는 세라믹 소재가 깨지기 쉽다는 것이다.
세라믹은 도자기의 소재로 취성이 강하다. 그러나 연구실에서의 충격테스트와 실제 도로에서 움직이는 자동차의 운동에너지를 받아내는 것은 완전히 다른 얘기로, 얇은 세라믹 소재의 분리막은 차량을 운전할때 가해지는 충격을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퀀텀스케이프 전고체 배터리 셀은 크기와 용량이 너무 작다.
배터리 셀은 70x85mm 크기의 단층 파우치형 셀로, 용량은 190mAh에 그친다. 반면 이보다 훨씬 작은 애플워치 배터리셀은 205mAh, 아이폰12 프로의 배터리셀은 3768mAh에 달한다. 자동차의 배터리로 쓰일 배터리셀의 용량이 손목시계에 들어가는 것보다 작은 것이다.

퀀텀스케이프의 전고체 배터리로 아이폰을 작동시키려면 20개의 셀을 연결해야하고, 전기차를 구동하려면 10만개 이상의 셀이 필요하다. 이렇게 작은 크기의 셀을 무수히 쌓고 연결해 전력을 생산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불안정할 수 밖에 없고, 실용적이지 못한 제조 공정과 단가를 요구하게 된다. 증권사 번스타인의 마크 뉴먼 애널리스트는 "단층에서 다층으로 옮겨가려면 배터리 제조는 기하급수적으로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퀀텀스케이프가 자랑하는 빠른 충전속도는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배터리 개발의 난관 중 하나인 덴드라이트가 고속 충전 시 더욱 쉽게 생성되기 때문이다. 덴드라이트는 용융금속이 응고할 때 작은 핵을 중심으로 하여 금속이 규칙적으로 퇴적되어 생성되는 결정이다. 덴드라이트는 배터리의 내부에서 생성되는데, 이것이 점점 커지면서 양, 음극을 분리하는 분리막을 손상시키면 단락(쇼트)가 발생하게 되어 화재나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비용이다. 
퀀텀스케이프는 자사가 개발한 전고체 배터리 제조 비용이 타사에 비해 낮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론 원재료 중 가장 저렴한 것 중 하나인 흑연이 제조 공정에서 빠졌을 뿐이다. 분리막으로 사용되는 얇은 세라믹을 소결하는 공정에도 추가적인 비용이 들게 된다. 추후 양산을 시작한다 하더라도 제조 단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배터리 데이 기조 연설 중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 유튜브 갈무리]
배터리 데이 기조 연설 중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 유튜브 갈무리]

전고체 배터리 아직 시간 필요...테슬라는 '회의적'

전기차용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는 이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토요타가 가장 앞서있는 것으로 알려져있지만, 대량 생산은 2025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퀀텀스케이프는 아직 단층 배터리셀에 머무르고 있지만, 또 다른 미국의 배터리 스타트업인 솔리드파워는 아미 다층 전고체 배터리를 만들고 있다. 삼성, 현대자동차가 투자한 솔리드파워는 2026년께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일각에선 전고체 배터리를 전기차에 바로 투입하기 보단 웨어러블 기기에 먼저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고체 배터리는 플렉서블(Flexible, 휘는) 형태로 제조가 가능하기에 인간의 신체 구조에 맞는 형태를 갖춰야 하는 웨어러블 기기에 적용하기 좋기는 얘기다. 게다가 웨어러블 기기의 경우 소모 전력이 적어 다층 구조로 제조할 필요가 없어 기술적 난이도가 낮은 편이다. 퀀텀스케이프가 전기차 이전에 웨어러블 같은 응용분야에 먼저 진출한다면 시장 예상보다 빠른 시간안에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된다.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검토한 바 있는 테슬라는 더 비관적이다. 
일론 머스크 CEO는 지난해 9월에 열린 배터리데이 행사에서 전고체 배터리에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전고체 배터리를 만드는 것은 간단해보일 수 있지만, 정말 어려운 일이다. 아직 거쳐야 할 과정이 많다"며 "양극을 제거하는 것이(용량을 키우는 데) 알려진 것 만큼 그렇게 대단하지는 않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박막 배터리 전문가로 알려진 네덜란드 국영 응용과학 연구소의 톤 반 몰 박사는 "전고체 배터리가 전기차 시장을 혁신으로 이끌 것이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전고체 배터리를 전기차에 장착해 상용화할 수 있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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