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12년은 정답이 있는 교육제도이다. 학생들의 능력 향상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오랫동안 사용되어 온 방법이다. 그러나 대학에 들어가는 순간 정답은 사라진다. 사회에 나오면 극도의 혼란이 아무런 여과 장치 없이 넘쳐난다.

진짜뉴스와 가짜뉴스를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열쇠는 사실에 근거하고 있지만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요즘은 알 수 없는 사실을 '깜깜이'라는 단어로 통칭해서 사용하는 사례도 있다. 이공계의 엔지니어링 기법은 복잡한 문제를 모델링이라는 프로세스로 풀어내지만 사회적 현상을 엔지니어링하는 것은 범위를 벗어나 보인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은 엔지니어링과 사회현상을 연결하는 훌륭한 방법론이자 매개체이다. 원래 세상은 데이터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는 것이 궁극적인 빅데이터의 가치이다. 초기단계이지만 인공지능은 이러한 데이터를 정보로 바꾸는 단계에 있다.

김동철 티맥스소프트 대표
김동철 공학박사(베스핀글로벌 사외이사)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아직도 저장되고 있지 않은 데이터는 엄청날 것이다. 반대로 저장되어 있는 데이터 중에는 쓸모 없는 것들도 상당할 것이다. 데이터도 마땅히 라이프 사이클이 있는 것이니 때가 되면 폐기되어야 한다. 이러한 일들은 사람이 정해 놓은 규칙에 따라 인공지능이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인공지능의 한계는 어디일까?

식탁에 사과와 포도가 담겨있는 접시가 있다. 인공지능은 접시위에 사과 1개와 포도 1송이라고 인지할 것이다. 그러나 누가 먹으려고 놔둔 것인지 아니면 정물화의 대상으로 가짜 과일을 놓은 것인지 알려주지 않는다. 빅데이터를 정보로 바꾸는 것을 넘어선 정황이나 맥락까지는 알기 어렵다. 인간이라면 어린애들도 쉽게 알 수 있는 정보이지만 인공지능 측면에서는 어려운 것이다. 빅데이터는 인과관계보다는 상관관계에 의지한다. 그러므로 말도 안되는 상황을 추론해내서 분석가들을 당황하게 만들곤 한다. 

세계 빈민 구호 단체는 어려운 상황을 찾아내고 최소한의 도움이라도 주고자 한다. 자금을 모으는 활동부터 실제 물품을 제공하고 봉사활동을 하는 것까지 세밀하게 기획하고 실행한다. 그리고 결과에 대한 보고서를 만들어 활동에 대한 효과를 보도한다.

이러한 일의 사전 단계에는 사회학자나 경제학자들의 사전 예측도 포함되게 되는데, 인공지능에게 결과를 물어볼 수 있을까? 맥락을 예측하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지금보다 수준이 높아진 인공지능이라도 답을 하지 못할 것이다. 실제로 아프리카 어린이 노동력 착취를 근절하기 위해서 세계는 어린이 노동력 착취로 만들어진 제품의 불매운동을 벌였다. 과연 어린이들의 삶은 나아졌을까? 결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타났다. 어린이 노동력 착취 기업이 어려워지면서 거기서 일하던 어린이들은 그나마 일자리도 없어져서 더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게 되었다. 이 사건은 사람도 잘 못 예측했지만 맥락을 모르는 인공지능이라면 불매운동을 하면 안된다고 하기 어렵다.

귀신도 모른다는 주가를 알아 맞히느라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연결하는 각종 알고리즘이 쓰인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연결해주고 있다. 그러면 1992년에 일어난 유럽의 통화 단일화로 유로가 탄생한 후 일어난 하나의 사건을 생각해 보자. 유럽의 나라들은 자국의 입장에 따라 환율 등의 서로 다른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었다.

독일은 높은 금리로 자국통화에 무게를 두려고 하지만, 영국은 저금리와 불황에 독일과 같은 정책을 펼 여력이 없었다. 지금 수준의 인공지능이 그때에 있었다면 영국의 파운드화가 폭락하는 1992년 9얼 12일의 검은 수요일을 예측할 수 있었을까? 잘 알려진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는 이런 상황을 예측하고 파운드를 대거 공매도 하는 방법으로 영국의 중앙은행 파산을 유도하고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인 일화가 있는데, 거시경제의 교과서에 나올 법한 사례이다. 그 후로도 전세계적인 주식의 큰 변동이 몇 차례 더 있었는데, 이제는 이런 일들도 수년에 한번은 나올 수 있다는 가정이 통하는 불확실성의 세상이 되었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다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에 의존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취직을 위해 프로그래밍만을 전문으로 배운 세대들과 무작정 데이터를 분석의 대상으로 보는 공격적인 분석가들은 인문학적인 가치관과는 동떨어진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결과의 적합성과 해석의 여부는 대중에게 맡기는 무책임함이 뒤따른다. 지금까지의 기술 발전으로 미루어보건대 인공지능은 현존하는 모든 기술과 언어를 습득하고도 남았을 시간을 썼지만 현실과는 큰 괴리가 있어 보인다. 고도의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투자 상품들이 국민들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도구로 사용된 사례들도 있다. 

복잡한 계산은 컴퓨터와 시간이 해결해준다. 알고 싶은 답을 구하는 일은 알고리즘을 잘 짜면 해결이 가능하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은 IT기술과 인류의 지혜를 합해서 새로운 차원으로의 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알파고는 바둑의 10단을 넘어선 새로운 차원을 제시했지만, 바둑밖에 모른다는 한계는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인류의 지혜는 인문학에서 찾아야 한다.

책방에 즐비한 세계적인 석학들의 책속에서 지금까지의 수많은 사례들은 재조명되고 재해석되고 있다. 인문학의 눈으로 본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은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우리나라는 그저 사용자 입장에만 머무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최악의 시나리오는 누군가가 던져준 답이 없는 혹은 의미 없는 문제에 몰입해서 소중한 자원을 낭비하는 것이다. 인사이트와 맥락이 없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은 자금과 시간을 먹는 하마일 수도 있다. 리더가 아니라면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성이라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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