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는 속담이 있다. 그런 속담이 만들어졌을 시절에 사람들의 입소문이 퍼지는 상황을 이야기 한 것이다. 결국 데이터의 이동 속도는 걸음 속도이거나 말을 타고 가는 정도의 속도였을 것이다. 지금의 데이터나 정보는 사람의 입소문을 사용한다고 하여도 차량의 속도나 비행기의 속도를 넘어서 빛의 속도로 이동한다. 모든 정보가 이렇게 다 전파될까? 마케팅을 하는 입장에서는 어떻게 입소문을 빨리 내서 효과를 볼 수 있을까 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그렇다면 입소문에 잘 적응되지 못하는 정보는 쓸모없는 것인가?

입소문을 내기 위해서 전략적으로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기도 한다. 입소문의 몇 퍼센트가 온라인에서 발생할까?

김동철 공학박사(유비케어 사외이사)
김동철 공학박사(유비케어 사외이사)

하루 종일 컴퓨터앞에서 생활하거나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입소문은 7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나의 마케팅관련 경험으로도 불특정 다수에게 보내는 이메일에 응답하는 경우는 1퍼센트가 채 되지 않는다.

그러나 현대의 마케팅에서는 그러한 수치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며 마케팅 비용을 기꺼이 집행한다. 아울러 기발한 아이디어들을 활용한 온라인 입소문들은 점차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데이터를 엮어서 스토리를 만들고 가치가 있는 정보로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스스로 발이 달린 것처럼 사람들이 알아서 입소문을 내주게 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가정용 믹서기를 만드는 블랜드텍의 마케팅 책임자인 조지 라이트는 마케팅 비용 50달러로 유리구슬, 골프공, 쇠갈퀴 등을 구매했다.

그리고는 그것들을 하나씩 믹서기에 넣고 돌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이것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에 올려 놓고 시장의 반응을 기다렸다. 일주일만에 동영상 조회수가 600만 회를 기록하는 대성공을 이뤘다. 무엇이든 갈리는 튼튼한 믹서기라는 마케팅이 성공을 거두는 순간이었다.

라이터, CD, 형광봉, 아이폰 등 닥치는 대로 믹서기에 넣고 갈아보는 실험이 계속되었고, 이것도 갈릴까요?(Will It Blend?)라는 실험 동영상이 3억회 이상의 조회수를 올리는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다. 당연히 매출도 동영상 공개 이후 2년만에 700 퍼센트가 증가했다고 한다. 입소문이 빛의 속도로 달린 엄청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3억명에게 광고 효과가 순식간에 발생한 것이다. 일반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자기 돈으로 광고를 만들어 올렸으니 창의적 발상에 혀를 내두를 뿐이다.

트렌치코트의 대명사이지만 한물간 것 같던 버버리도 기발한 디지털 입소문 마케팅으로 부활했다. 버버리는 웹사이트에 버버리를 입은 사진을 올리는 콘테스트를 진행하였다. 자신의 사진이 선택되어 전세계에 특별히 전시된다면 얼마나 큰 영광일까?

뉴스에 나올 만한 사건이다. 여기저기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간절하겠는가. 현재 버버리 웹사이트에는 전세계 100여 개국의 버버리 코트 사진이 전시되어 있으며, 덕택에 매출이 50 퍼센트 이상 늘었다고 한다.

명품을 사거나 새 차를 사거나 혹은 좋은 장소에 갔을 때 사람들은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어한다.그와 비슷한 논리로 사람들은 비밀스런 이야기를 듣게 되면, 남들과 공유하고 싶어한다. 그렇게 함으로서 나의 사회적 가치가 높아진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펜실베니아 대학의 와튼 스쿨 마케팅학 교수인 조나 버거는 이런 것을 소셜 화폐라고 하였다.

자신의 좋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 비밀스런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은 소셜 화폐를 이용하는 것이다. 내가 어떠한 입소문을 전달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좋은 이미지를 위해 긍정적인 이야기는 더 많이 말로 표현하는 반면 부정적인 이야기는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친구에게 걸려온 전화를 바꿔 주면서 좋은 이야기는 축하해주거나 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덧붙이지만 나쁜 소식이라면 말없이 전화를 건네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키는 소문도 많이 나돌고 있다. 조나 버거는 입소문을 잘 타는 성질을 각성과 연관 지었다. 내용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내용은 입소문을 잘 타는 것들이다. 그래서 입소문은 자극적일 수 밖에 없다.

입소문의 이동은 데이터와 정보의 이동이긴 하지만 여러 사람을 거치면서 변질되는 성질이 있다. 몇 단계를 거치면서 내용이 완전히 거꾸로 바뀔 수도 있다. 입소문을 내고 퍼뜨리는 입장과 그 내용을 듣고 영향을 받는 입장은 해석에 있어서 다를 수 있다.

요즘에 청소년들의 금연 캠페인 광고가 노담이라는 줄임말과 함께 공중파를 타고 있다. 청소년들이 담배의 유혹을 과감하게 뿌리치게 하자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정작 청소년들에게 어떠한 메시지로 해석되는지, 실제로 금연의 효과가 나고 있는지는 종단연구가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청소년들이 대부분 담배를 피우고 있어서 나도 피워봐야겠다는 식으로 해석되어 실제로 의도와는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입소문도 IT의 혜택으로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동시에 전세계에 퍼지는 힘을 갖기도 한다. 전략적 입소문은 의도한 바를 저비용으로 달성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세계적으로는 한국적인 내용이 가장 각성을 일으키는 내용이 될 수도 있다. 중국에서 아무리 한복과 김치가 자기 거라고 우겨도 한복과 김치로 세계를 각성시킬 만한 콘텐츠는 한국에서 나오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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