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프레미스(내부에 IT를 직접 구축하는 방식)가 세상을 지배하던 때에는 컴퓨터 장비와 프로그램을 파는 것이 주요 비즈니스였다. 글로벌 벤더들은 좀더 큰 컴퓨터와 자사의 시스템에서만 작동이 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팔았다. 지금의 IT 세계에서 하드웨어와 시스템 소프트웨어는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제는 빌려 쓰는 IT시대가 되어버렸으며, 시스템 소프트웨어들은 개방형으로 무료를 지향하고 있다. IT도 서비스라는 큰 흐름속에서 이제는 그러한 시스템속에 저장되어 있는 데이터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연히 데이터에 대한 개념도 무한대로 확장되었다.

데이터를 가공하거나 분석해서 가치를 갖게 하는 것은 어렵지만 특정분야에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개인의 금융자산 관련 자료들을 이용해서 신용평점을 만들어내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김동철 티맥스소프트 대표
김동철 공학박사

빅데이터를 만들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엄청난 가치를 창출한다. 전국의 실시간 교통 흐름 정보와 교통사고 정보는 자동차 네비게이션에 없어서는 안될 정보이다. 최근의 운전자들은 네비게이션이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하는 정도가 과거와는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데이터가 고급 정보로 바뀌거나 서비스화 되어 제공되는 형식은 상당부분 시간도 많이 필요하고 사람의 개입을 많이 요구한다. 

미래의료학자인 최윤섭 박사의 저서 디지털 헬스케어(2020)에 의하면 기술의 발달에 따른 산업의 변화로 인해 소비자가 생산자로, 숙박객이 숙박업자로, 시청자가 방송인으로 바뀐다. 공장이 없는 제조업이 생기고, 교실 없는 학교가 생기고, 운전자 없는 운송업체가 생긴다. 이러한 과격한 변화속에서 데이터 주변에는 어떠한 일이 발생할까?

스마트폰에 있는 각종 건강관련 앱들은 평소에 건강을 지키거나 증진시키기 위한 정보를 제공한다. 그러나 공짜는 없는 법이다. 대신 스마트폰의 사용자들은 본인의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 그러한 앱을 사용하는 조건에 동의 하는 과정에서 나의 데이터를 사용해도 좋다는 허락을 했을 것이다. 한사람의 데이터는 그다지 큰 가치를 갖지 않지만 백만명의 데이터라면 계산은 달라진다. 

전통적인 한국의 IT회사들은 비즈니스를 인력에 의존하므로 수익률이 잘 오르지 않는다. 자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팔거나, 데이터를 팔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마땅한 아이디어와 그에 따른 추가의 투자가 망설여진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한 사례로 페이션츠라이크미(PatientsLikeMe)라는 회사는 2800가지 질환에 대해 60만명 이상의 환자들이 모여 있는 SNS를 운영한다.

소위 환자들의 페이스북이라고도 불린다. 환자들은 본인과 유사한 질병의 환자들과 교류하면서 SNS상에 데이터를 남긴다. 제약사가 신약을 출시후에 실제로 부작용을 알아볼 수 있는 이러한 자발적인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소중함을 따지기 어렵다. 다른 경로로는 얻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페이션츠라이크미의 주요 사업 모델은 이렇게 익명으로 모은 데이터를 사노피나 머크 같은 글로벌 제약사에 판매하기 위함이다. 환자들에게 소통의 장을 제공하면서 공짜로 데이터를 얻는다는 발상은 미국판 봉이 김선달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미국 실리콘밸리의 개인 유전 정보분석회사인 23앤드미(23andMe)는 병원을 거치지 않고 고객의 타액을 우편으로 받아 각종 건강과 유전적인 분석을 제공하며 2019년에 이미 천만명의 고객을 돌파한 바 있다. 23앤드미는 유전 정보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개인의 정보를 인류를 위한 연구용으로 기부할 것을 요청한다. 이러한 데이터는 글로벌 제약사의 신약개발과 임상시험에 큰 도움이 된다. 제넨택과 화이자는 신약개발 목적으로 23앤드미의 데이터를 구매하기도 하였는데 제넨택의 경우는 6000만달러에 계약되었다고 한다.

B2C비즈니스를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B2B비즈니스를 하는 이러한 모델은 신기술에 기반한 것이므로 순이익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기술이 있어도 한국에서는 불법이라니 참으로 아쉽다. 필요한 경우 한국 사람들의 유전자 정보는 미국에서 사와야 할 것이다.

조금 더 황당한 사례는 구글의 베이스라인 프로젝트이다. 모든 의학연구는 정상이 아닌 상태를 대상으로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어떠한 상태가 완전히 정상인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 지지 않았다는 것이 구글의 주장이다. 구글은 4년동안 1만명에 대해 스마트 워치를 제공하고 대학병원에서 개별적인 검사를 진행한다. 하버드 의대교수 출신인 제시카 메카 박사는 이 프로젝트를 건강에 대한 구글 지도를 만드는 것이라 표현한다.

세상에 어디에도 없는 건강 지도는 개인들의 건강 유지, 질병의 예방과 예측, 치료에 이르기 까지 중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구글의 철학은 “모든 데이터를 일단 모아 놓고 본다”이다. 이중에서 야심 찬 문샷 프로젝트 중 하나가 바로 인간의 건강을 다루는 것이다. 당장은 돈이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언젠가 구글 건강지도를 사려고 전세계의 모든 의료기관들과 제약사들이 줄서는 날이 있을 수도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나 데이터에 관한 한 한국은 패스트팔로어에도 끼지 못하는 실정이다. 앞서 거론한 사례들은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기술력도 없고 불법이기도 하지만, 해외의 기업들은 왜 저러한 일들을 하려고 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시장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 아무도 가지않았다. 저러한 기업들은 막대한 이익을 실현할 것이며, 동시에 세계적으로 천문학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기업의 회장들이 의지만 있다면 사회공헌을 통해 의미 있는 일을 하기도 할 것이다. 그들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실행력에 감탄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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