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에 있어서 CIO로 대변되는 IT담당 부서는 초기에는 비용만 엄청 들어가고 돈은 벌어오지 않는 계륵 같은 존재였다. 회사가 어려움에 직면하면 우선적으로 비용감축을 해야 하는 어려움 속에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을 도입하며 현재에 이르렀다. 

지금은 상황이 정반대로 바뀌어서 IT만 잘 정비되어 있으면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상황이고, 비용도 우선적으로 집행되어야 할 보호받는 집단이 되었다. 기업 내부를 크게 2가지 집단으로 분류하면 직원과 관리자, 영업과 비영업, 현장과 지원부서 등으로 나누어 볼 수도 있지만 IT와 타부서로 구분도 가능하다. IT부서는 다른 영역에 비해 기술이 빠르게 바뀌므로 IT직원과 타부서 디지털 격차는 점점 커지는 것이 당연하다. 

김동철 티맥스소프트 대표
김동철 공학박사, 유비케어 사외이사.

비대면 기술이 발달하고 사회도 점차로 비대면에 대한 요구가 절박해지면서 조직 전체가 동일한 수준의 IT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시점이 됐다. 모든 부서는 IT 서비스로 연결돼 있고, 협업하는 동료나 영업 대상인 고객 조차도 비대면으로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아직도 지난 세상과 중첩되는 과도기적인 부분이 상당하므로 인쇄된 종이로 소통하는 일들도 수두룩하다. 관리 역량 부재로 아직도 근무 환경이 모바일을 지원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직원들에 대한 평가는 정량 보다는 정성적인 평가가 앞서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인사 관리자는 대면으로 보고를 받는 직원이 10명 정도가 넘으면 제대로 관리하기 어렵다는 것이 통념이다. 금융권에서는 종이통장과 플라스틱 카드를 없애고도 고객을 놓치지 않는 방법이 없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러한 종합적인 과제를 담당하는 직종이 최근에 새로 생긴 CDO(Chief Digital Officer)이다. 전사적인 디지털혁신을 담당하는 중역으로 대기업 위주로 신설되고 있는 추세이다.

중장기 IT 전략을 세우듯이 CDO의 역할은 운영의 효율화와 디지털혁신을 위한 전략으로부터 시작한다. 시중에 사례로 알려진 것들은 우선 비용 절감이다. 회사 IT를 전부 아마존 클라우드에 아웃소싱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고객 주문 처리 상황을 모바일로 알려주는 서비스도 하나의 사례다.

의사결정을 하기위한 승인을 받는 단계가 15단계이고, 최종 승인을 받기까지 일주일이 걸리는 작업을 운영 효율화를 거쳐 하루만에 끝낼 수 있게 된다면 회사는 남게 되는 인력을 줄이거나 성과 창출이 시급한 부서로 재배치할 수 있다. 여기에 관련되는 기술이 인공지능, IoT, 모바일, 빅데이터이다. 데이터를 최대한 이용해 고도의 모델링을 한다. 머신러닝과 딥러닝을 이용하여 예측된 내용들은 더 이상 단순 참고자료가 아니다. 고객관리, 생산관리, 재고관리 분야에서 중요한 조절 변수로 사용된다. 회사 운영 주기는 일별 관리 체계가 가능해져 내부 업무 보고에 시간을 많이 들일 필요가 없게 된다.

지금부터 10년 정도가 흐른 뒤 세상은 어떨까? 회사는 모든 디지털 혁신이 완료되어 업무별 봇(Bot)들이 즐비하고, 고객과 접점은 대면 보다는 비대면의 비중이 확연히 성장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들은 경제적 쇼크나 회사의 잠재적 리스크가 발생한다고 해도 과거의 쓰라린 경험으로 체득한 내용이 있을 것이므로 덜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신제품 출시에 필요한 모든 프로세스는 고객 요구, 경쟁분석과 가격 결정 등 모든 요소들이 엄청난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의 보고서로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 만들어질 것이다. 당장은 시험적 과도기이며 해야 할 일들이 도처에 널려 있어서 앞만 보고 달려도 탈진할 정도로 업무량이 과도할 것이다. 그래봤자 운영 효율화나 디지털 혁신의 주된 결과는 비용 절감이고, 회사의 근본적 목표는 매출과 이익의 극대화이다. 

CDO는 디지털 혁신으로 매출 확대에 기여하라는 압박을 받게 될 것이 자명하다. 영업적인 마인드로 매출에 기여할 수가 있다면 CEO가 될 수도 있지만, 기술적인 면에 몰입해서 기업의 외형에 기여하지 못한다면 CIO에 흡수되거나 또는 반대로 될 것이다. 큰 비용을 들인 디지털 혁신이 단기적인 비용절감에도 성공하지 못한다면 CDO의 생명은 그리 길지 못할 것이다. 디지털 혁신은 양방향 혁신이므로 CDO는 혼자서 일하고 혼자서 성공할 수 없다. 따라서 기술적인 부분을 조직의 문화로 정착시킬 수 있도록 소통하고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초기 혁신은 과거에 PI를 진행하듯 업무를 모르는 사람이 과감하게 추진하고, 고도화 기간에는 PI의 마스터 같은 기량의 직원이 생겨나면 되는 것이다. 인공지능이나 머신러닝의 경우는 일반 직원이 배워서 하기에는 수학적 또는 통계학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으니 전문가를 영입해서 충성도 있는 직원으로 키우는 것도 바람직하다.

디지털 혁신은 데이터를 모으고 이용하는 것이다. 비단 회사의 업무적인 부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모든 생태계에서 적응해 본다면 IoT는 미래의 열려 있는 분야이다. 기계나 프로세스 중간에 나오는 데이터가 지금까지의 IoT영역이라면 이제부터는 생명으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하는 분야가 대단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사람이나 동식물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한다면 현재까지의 데이터 크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것이다. 디지털 세상으로 가는 길에 변화가 상당하기 때문에 혁신이라 표현한다. 머지 않아 디지털 이후의 세상도 다가 올 것이다. 현재에 충실한 사람과 조직이 포스트 디지털 세상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CDO라는 직종이 그 때에도 존재하려면 CIO와 CEO틈새에서 어느 한쪽으로 전략적인 방향을 잡아야 할 것이다. 미래의 CEO는 CDO의 능력을 겸비한 사람이 나타날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애플 등등은 모두가 성공한 디지털 기업들이고 더욱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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