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수 서정대 교수(전 YTN 사장)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중시하는 ESG가 최근 국내외에서 '핫이슈'다. 무엇보다 ESG를 바라보는 시선이 확연하게 바뀌고 있다.

그동안 ESG는 기업 입장에서 평판 관리를 위해 '하면 좋은' 정도의 과제였다. 지금은 '반드시 해야 하는' 필수적 조건이 돼가고 있다.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고 자금 조달을 하기 위해서는 꼭 입어야 하는 '드레스코드' 같은 일이 됐다.

ESG는 지난 2006년에 제정된 UN책임투자원칙(PRI)에서 나온 개념이다. PRI는 6개 원칙으로 구성돼 있는데 절반인 3개 조항이 ESG를 언급하고 있다. 투자에 대한 의사 결정을 할 때 ESG를 반영하고 기업이 이를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SG의 세가지 요소 중 '환경(E)'은 기후 변화에 대한 기업의 정책, 공기와 수질 오염, 폐기물과 위험물질 관리, 재생에너지 등을 평가 대상으로 한다.

'사회(S)'는 지역 사회와 소통, 인권, 근로 관행, 제품의 안전성, 고객 관계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기업이 다양한 이해 관계자와의 관계를 적절하게 관리하고 있는지를 주시한다.

'지배구조(G)'는 이사회 구성, 투명성, 뇌물과 부패, 주주 관계 등 리더십과 내적 통제를 평가한다. 한마디로 경영과 생산 과정 전반에서 환경 문제에 잘 대응하고 충분한 사회적 기여를 하며 지배구조가 건전한 기업이라야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는 '자격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 셔터스톡]

세계경제포럼(WEF)의 다보스 선언 2020은 ESG에 대해 중요한 언급을 했다. WEF는 기업의 성과는 주주에 대한 수익뿐만 아니라 환경, 사회, 지배구조 목표를 달성했는지에 의해서도 측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ESG가 '권고'에서 '의무'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는 이유가 뭘까?

먼저 팬데믹을 계기로 인류의 생존을 위해 환경 보호를 강화할 필요성이 커졌다. 둘째, 지구 온난화를 이대로 두면 커다란 재난이 닥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주주 이익 극대화만을 추구해 심각한 양극화를 가져온 주주 자본주의에 대한 반성으로 고객, 근로자, 거래기업, 지역사회 등을 존중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 변화를 반영해 각국 정부는 팬데믹으로 망가진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대규모 재정 자금을 친환경적인 그린 뉴딜에 투자하기 시작했으며 다른 관련 정책도 잇따라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일 취임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트럼프가 탈퇴한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각국 정부는 오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중국은 2060년)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ESG에 가장 적극적인 EU는 친환경 재정 지출이 전체 경기부양 대책의 37%를 차지하고 있으며 기업들이 2021년 재무제표를 작성할 때 인권과 노동, 환경, 경영 투명성 등 비재무적 성과를 공시하도록 했다.

국내에서도 ESG 대응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025년부터 일정 규모 이상 코스피 상장사에 대해, 그리고 2030년부터는 모든 상장사에 대해 ESG 정보 공시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이 일정이 너무 늦다며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SK그룹을 비롯해 현대자동차, 포스코, KB금융그룹, 네이버, 카카오 등 기업이 적극적으로 ESG를 경영에 반영하겠다고 밝히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관련 조직을 가동하고 있다. 탄소중립을 약속하고 필요 에너지의 100%를 신재생 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RE100'에 참여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ESG는 이제 기업 경영의 '액세서리'가 아닌 '본류'로 부상하고 있다. 2021년은 ESG가 경영의 핵심축이 되기 시작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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