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수 서정대 교수(전 YTN 사장)

기업에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는 부담인가 기회인가?

답은 기업이 하기 나름이다. 규제로만 보고 ESG에 소극적인 기업은 나중에 낭패를 당할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거나 투자자들의 외면으로 주가가 내려가고 자금 조달 금리도 올라갈 수 있다.

ESG 우수 기업은 반대 상황을 향유할 수 있다. 무엇보다 새 사업 기회를 ESG에서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ESG 같은 비재무적 요소의 중요성이 왜 이렇게 커지게 됐을까?

무엇보다 기업의 ESG 준수 여부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투자자들은 전통적인 재무 분석을 통해 탐지되지 않는 기업의 리스크를 ESG 요소에서 확인하는 게 가능하고 이것이 결국 재무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인권 침해나 뇌물 제공 등 의심스러운 내부 관행이 있는 기업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이것이 문제가 돼 기업 경영이 흔들리고 기업 가치가 하락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르웨이 정부 연금펀드는 환경 훼손이나 부패 등에 책임이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게 금지돼 있다.

세계적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의 행보는 이런 점에서 특히 주목을 받고 있다.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와 ESG를 적극 전파하고 있는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투자기업에 보낸 서한에서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투자의 핵심 요소로 보겠다고 선언하고 연말까지 기후 변화 등에 대한 기업의 대응 내용을 공시할 것을 촉구했다. 올해 초에 보낸 서한에서는 기후 관련 리스크를 공시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경영진의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이런 점에서 ESG는 기업에 규제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관점을 바꾸면 ESG는 기업 스스로 리스크를 줄이고 새 성장 기회를 포착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예컨대 기후 변화는 더 이상 기업과 무관한 '남의 얘기'가 아니다. 환경 기업인 세레스의 연구 결과를 보면 지난 2017년에 S&P500 기업 중 50개가 넘는 기업이 기후 변화가 수익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고 공시했다.

또 공급체인에 혼란이 생긴 업체가 2012년에서 2019년 사이에 29%나 늘어났다. 앞으로 기후 변화에 잘 대응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은 실적에서 커다란 격차를 보일 것임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사진: 셔터스톡]

ESG 경영은 기업에 동기 부여가 될 수 있을까? 답은 '그렇다'이다.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기업은 경영 성과도 더 좋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200개에 이르는 기존 연구 사례를 종합 분석한 한 연구 결과를 보면 ESG는 재무 성과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이는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대 증시 관련 지수 산출 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ESG 관리 수준이 높은 기업은 위험도가 낮아 수익성도 높고 기업 가치 평가도 더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또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초중반 약세장 속에서도 ESG 주식 펀드는 다른 펀드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특히 ESG는 기업이 새 시장에 진입하거나 기존 시장을 확대하는 성장 기회를 제공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영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ESG로 기업 신뢰도가 올라가면 정부 사업을 수주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진단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롱비치는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지속가능경영 평가가 좋은 기업에 발주를 했다.

ESG는 소비자 수요를 증가시키기도 한다. 유니레버는 물을 훨씬 덜 쓰는 식기 세척 세제인 선라이트(Sunlight)를 개발해 시판했는데 시장에서 호평을 받으며 물 사용을 절약하는 다른 제품까지 매출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ESG는 앞으로 좋은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가리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을 보호하고 사회와 잘 소통하는 투명한 기업이 풍성한 성장의 열매도 맺는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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