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IBM에 입사해 처음으로 부딪힌 난관은 엄청난 양의 줄임말과 전문용어였다. 그런 것들에 익숙해지면 과장이 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문제가 순식간에 해결이 됐다. IBM이 로터스를 인수한 후 사내 채팅 프로그램에 봇 시스템을 연동해 사전을 만든 것이다. 

요즘 한국도 봇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20년 전 IBM이 얼마나 앞서 있었던 것인지 실감이 난다. 봇은 소프트웨어 로봇으로 대화가 가능한 지식 창고 정도로 보면 된다.

인공지능(AI) 기술과 융합되면서 봇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스스로 학습을 하는 기능을 내장한 챗봇이 이미 등장했다. 기업 콜센터로 전화하면 일단 챗봇과 먼저 대화를 하도록 연결하는 것이 한 사례다. 하지만 학습능력을 갖췄다고 해도 아직 봇이 사람들을 대체할 수준에 이른것은 아니다. 아직은 한계가 있다. 기업들은 콜센터 인력을 대체할 목적으로 챗봇을 투입하고 있지만 챗봇을 관리하고 교육시키는 인력을 추가로 필요해지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챗봇 도입이 성공했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른감이 있다. 

김동철 전 티맥스소프트 대표
김동철 전 티맥스소프트 대표

하지만 콜센터를 통해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최근의 상황으로 챗봇 고도화에 대한 필요성은 더욱 높아졌다. 콜센터를 넘어 인사, 재무, 마케팅 등 보다 다양한 기업 업무를 지원하는 챗봇 시스템에 대한 관심도 늘었고 실제 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챗봇이 중요해지기는 IT부서도 마찬가지다. IT 부서 생산성 강화에 챗봇이 나름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화면을 자동으로 생성해주는 UI봇, 프로그램 소스코드를 자동으로 생성해주는 코딩봇, SQL을 자동으로 생성해주는 DB봇 등을 활용하면 IT부서 개발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IT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IT부서 인원이 전체 직원의 절반이 넘는 경우라면 인공지능을 활용한 봇은 더욱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생각이다.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가 진화하면서 미래에는 개인들도 필요한 일을 대신 해주는 아바타를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일년 동안 세금 관련 자료를 모아 연말 정산을 하는데, 굳이 사람이 필요할까? 여러 경로에 분산돼 기록돼 있는 한달 간의 일정을 달력에 정리하는 일도 아바타가 매일 밤 해 놓으면 그만이다. 이러한 각종 봇들과 아바타들은 어디에 있을까? 거대한 데이터 센터나 클라우드 속에 존재하면서 24시간 내내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스마트폰 뒷면에는 주변 상황을 상당히 인지할 수 있는 센서들이 붙어 있다. 개인들의 하루 자료는 지정된 병원 헬스케어 봇과 연결되어 이상징후를 발견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 이러한 상태를 욕실 거울에 보여주는 것도 기술적으로 이미 가능해졌다. 일정기간 모아진 이러한 자료를 분석하면 종합 검진 내용을 작은 부분이나마 대체할 수 있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개인이나 병원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데이터3법 통과로 마이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데, 개인 건강 정보를 모아 실시간 국민 건강데이터로 이용할 수 있다면, 어느 지역 시민들의 체온이 상대적으로 어떻게 다른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봇들의 세상에서 사람들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자리는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의 종류가 변화하는 것이라고 본다. 기계가 출현하고 자동화의 심화로 대량 생산이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일자리는 늘어나고 있다. 봇들의 세상에서는 개인화된 소량 생산을 추구하면서도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본다. 청바지를 사려고 매장에 가면,고객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디자인 봇이 추천해주고 로봇이 즉석에서 만들어주는 방식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 유통마진과 브랜드 가치를 제외한다면 청바지 가격은 원래 광부가 입던 시절로 돌아갈 수도 있다.

이제 '봇맹'이 되는 것을 피해야 할 것이다. 각종 봇과 대면하고 일을 처리하는 세상은 이미 시작된 미래의 단면이다. 세상은 이러한 움직임을 4차산업혁명이라 부르고 있다. 변화는 피할 수 없다. 규제는 풀리고, 투자는 확대되고 일거리는 늘어날 것이다. 세계 시장을 바라본다면 봇 시스템에서 앞서가는 것이 한국에게 얼마나 큰 이득일지에 대한 보다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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