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코로나19 상황으로 IT인프라 패러다임이 클라우드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로 대표되는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들이 이같은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전통적인 IT인프라 회사들의 반격도 거세지는 양상이다.

데이터베이스(DB)로 유명한 오라클도 AWS 등을 상대로 클라우드 올인을 선언하고 반격에 나선 '올드가이'들 중 하나. 기존 업체들이 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구글 클라우드가 선점한 현재 클라우드 판세를 뒤집기는 이미 늦었다고 보는 이들도 많지만, 오라클은 추격전은 여전히 현실적으로 가능한 시나리오라 강조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클라우드화되지 않은 기존 IT인프라 시장 정조준

클라우드 시장에서 오라클은 아직 마이너 위치다. 시장 조사 업체 시너지 리서치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구글 클라우드 빅3가 전체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의 60% 이상을 틀어쥔 상황이다. 오라클 점유율은 2%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럼에도 오라클은 현재 판세를 흔드는 것은 아직도 늦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기업 IT인프라 중 85%가 여전히 클라우드화되지 않은 만큼 경쟁사와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한다면 승산이 있다는 설명이다.

오라클 클라우드 전략의 1차 목표는 DB와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등 기존 오라클 간판 솔루션을 쓰는 기업들을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OCI) 퍼블릭 클라우드로 끌어들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오라클 e비즈니스 스위트, 퓨전 미들웨어, JD에드워드, 피플소프트, 자율 운영 데이터베이스 고객들이 1차 타깃이다.

오라클 클라우드 전략을 총괄하는 클레이 마고요크(Clay Magouyrk) 부사장은 CRN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들 워크로드는 OCI 플랫폼에서 잘 돌아간다. 이들 가치를 이해시키기 위해 고객들과 협력하고 있다. "면서 "이들 애플리케이션 워크로드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고객들은 파트너들이 추가 클라우드 서비스들도 판매할 수 있게 해준다. 이에 채널 프로그램도 지난해말 이미 클라우드 퍼스트 중심으로 바꿨다"고 강조했다.

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 시장 공략과 관련해 오라클이 강조하는 메시지 중 하나는 가격 대비 성능이다. 마고요크 부사장은 "가성비는 주요 경쟁 업체들이 따라올 수 없을 것"이라며 "실제 클라우드 비용으로 비교하면 OCI는 모든 경쟁업체들보다 50~75% 가량 저렴하다"고 치켜세웠다.

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 시장 공략을 위해 오라클은 AWS와 경쟁보다는클라우드로 전환할 수 없었던 기존 온프레미스(직접 구축형) 워크로드들이 클라우드로 쉽게 넘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승부는 여기에서 갈릴 것이란 이유에서다. 마고요크 부사장은 "기업들에게 온프레미스 인프라를 다루는 것과 비교해 OCI가 제공할 수 있는 커다란 가치를 보여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오라클이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강조하는 것도 이 같은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다. 오라클은 지난 7월 자사 퍼블릭 클라우드가 제공하는 모든 기능들을 온프레미스 환경에 담은 전용 리전 클라우드앳커스터머(Dedicated Region Cloud@Customer) 솔루션을 공개했다.

아마존 아웃포스트나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스택 같은 경쟁사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솔루션은 퍼블릭 클라우드 일부만 제공하지만 클라우드앳커스터머는 OCI과 똑같이 쓸 수 있다는게 오라클 설명. 기업 방화벽안에서 퍼블릭과 같은 클라우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오라클은 주특기인 데이터베이스가 클라우드 역량 강화에 여전히 차별화 포인트라는 점도 강조한다. 마고요크 부사장은 "하이퍼 스케일(대형 인터넷 서비스) 경쟁자들은 기존 오픈소스 DB를 개조해서 클라우드에 쓰지만 오라클은 여전히 관계형 DB 영역을 혁신하는 유일한 회사"라고 말했다.

AWS와 다른 접근 방식으로 진검승부

오라클은 AWS와 OCI 간 클라우드에 접근하는 방식의 차이도 적극 강조하는 모습이다. AWS 출신인 마고요크 부사장에 따르면 오라클과 AWS는 출발 지점이 다르기 때문에, 클라우드 개발 접근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AWS는 클라우드 인프라를 먼저 개발하고 플랫폼에 스택을 올린 뒤 애플리케이션에 발을 담그기 시작했다. 반면 오라클은 AWS와는 반대 코스를 밟았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시작해서 인프라 영역으로 확장했다. 전사적자원관리(ERP)와 인사관리시스템(HCM) 등을 클라우드로 가져오는데 많은 투자를 한 후 인프라로 영역을 넓혔다.

최근 오라클은 OCI에 서버리스나 쿠버네티스 같은 클라우드 네이티브 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VM웨어 워크로드 이전도 지원하고 신규 보안 서비스도 내놓은 등 OCI 역랑 강화에 점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라클은 3년전에만 해도 10개 미만이던 글로벌 클라우드 리전도 올해말까지 36개로 늘릴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AWS보다 많은 리전을 보유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의 경우 작년 5월 서울에 1호 리전을 오픈한 데 이어 올 5월 춘천에 2호 리전을 열었다. 한국오라클은 "독립적인 리전 2개가 복수 지역에 설립된다는 것은 국내 시장에서 오라클 클라우드에 대한 기본 수요가 있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에 대한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는 OCI에 대해 대형 워크로드를 위해 개발됐고 오픈소스나 경쟁 기술에 대해 상대적으로 개방적이라는 것을 특징으로 꼽고 있다. 비용도 경쟁사 대비 절반까지 저렴하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딜로이트의 제프 데이비스 CCO(Chief Commercial Officer)는 "파트너들을 위한 쉬운 진입로는 OCI에서 오라클의 막대한 애플리케이션, 데이터베이스, 미들웨어 포트폴리오를 돌리는 것이다. 이것은 합리적이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개발 우선 순위도 AWS와 오라클은 다르다는게 딜로이트 설명. 딜로이트에 따르면 AWS의 경우 놀라운 속도로 기능들을 개발하고 있지만 AWS에서만 쓸 수 있는 반면 오라클은 전용 클라우드 서비스 보다는 ERP와 같은 비즈니스 솔루션 개발에 무게가 실렸다. AWS 데이터베이스는 또 AWS인프라에서만 돌아가지만 오라클 DB는 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구글 클라우드 모두에서 쉽게 돌릴 수 있다는 점도 차이점으로 꼽혔다.

오라클은 엔터프라이즈 SaaS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기반으로 지난 몇년간 인프라 비즈니스에 공격적으로 투자해왔고 나름 성과도 내고 있다. 

경쟁 업체들로부터 핵심 인재들도 영입한데 이어 IaaS와 서비스형 플랫폼(PaaS)을 통합하는 전략에도 적극적이다. 이를 기반으로 가트너 매직쿼드런트에서 5위권에 진입했고 줌(Zoom)과 8x8, 닛산과 피아트 등 굵직굵직한 신규 레퍼런스도 확보해 나가고 있다. 한국의 경우 HMM과 하나은행, 삼성SDS 외에 주요 클라우드 전환을 완료한 복수 금융권과 통신 고객사 등도 확보하고 있다고 회사측은 강조했다.

OCI는 AWS 등과 비교해 엔터프라이즈 대형 워크로드에 최적화됐다는 오라클의 슬로건이  확실하게 연착륙할지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워크로드를 클라우드로 옮기려는 기업들 사이에서 오라클은 여전히 AWS나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구글 클라우드 대비 아직은 인지도가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오라클은 이제 예전의 오라클이 아니라 클라우드 퍼스트 회사가 됐다고 강조한다.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온프레미스 인프라 시장에서 반격의 기회를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보여줄 거리가 더 많아질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했다. 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구글 클라우드 빅3 구도를 깨고 오라클이 클라우드 시장 역학 관계를 재편하는 진원지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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