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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핀테크 업체들이 대안 신용평가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대안 신용평가란 비금융 데이터를 토대로 고객의 신용도를 매기는 것으로 소비자들에겐 여러 대출조건을 받아볼 수 있는 기회를 터준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파이낸셜은 올 하반기 중 자체적으로 구축한 대안 신용평가 시스템(ACSS)을 내놓는다. 금융 거래 이력이 거의 없어 시중은행에서 제대로 된 신용등급을 받지 못했던 소상공인을 지원하려는 취지다. 

ACSS 구축에는 네이버 오픈마켓 플랫폼인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판매자들의 데이터가 주된 역할을 한다. 판매자들의 매출 흐름과 개별 신뢰도, 단골 이용자 비중, 상품 배송 신속성 등이 실시간으로 ACSS에 적용된다. 

점포의 규모와 매출, 세금 등으로 대출 여부를 판단했던 기존 금융권의 방식을 차용하지 않아 전년도 매출이나 매장 이력이 없는 판매자들에게도 대출 기회가 생긴다. 김유원 네이버파이낸셜 데이터랩 박사는 "네이버파이낸셜 ACSS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1등급 대상자가 기존 신용평가(CB)등급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고 했다.

당장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사업자 25만명을 위한 서비스로 내놨지만 향후 시스템 고도화 작업을 거쳐 적용 대상을 네이버페이 가맹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보다 앞서 하나금융과 SK텔레콤의 합작 핀테크 업체인 핀크는 지난해 5월 '대출 비교 서비스'를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 받아 그해 11월 출시했다. 통신료 납부 정보를 비롯해 가입기간·로밍·통화건수·소액결제 정보를 활용한 새 신용평가 방식인 'T스코어'를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대출상품을 중개하는 게 골자다. 현재 BNK경남은행과 한국씨티은행, 유진저축은행 등 10곳과 제휴한 상태이며 올해 안으로 제휴 기관을 누적 20곳까지 늘릴 계획이다.

올 3월에는 SK플래닛이 '온라인 대출 비교 모집 플랫폼'으로 혁신금융 서비스 지정을 받았다. 고객들의 전자상거래 이용 실적을 바탕으로 여러 금융기관 상품을 비교해 맞춤형 대출조건을 제공한다.

핀테크 업체들이 대안 신용평가 시장에 나서는 것은 보유한 데이터로 1300만명에 달하는 대출 소외 계층을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파이낸셜과 SK플래닛은 상거래 정보를, 핀크는 통신 정보를 써서 신용 등급을 매긴다. 모두 온라인과 모바일에 익숙한 젊은층의 소비 경향이 녹아 있는 데이터다. 네이버파이낸셜에 따르면 스마트스토어 신규 판매자의 70% 가량이 2030세대다.

일부에서는 기존 CB사에서 벗어나 독립된 신용평가회사를 만드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데이터3법이 시행되는 올 8월 5일부터는 비금융거래 정보 특화 CB사 설립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현재는 핀테크 업체들의 경우 기존 CB사와 제휴를 맺고 대안 신용평가 모델을 내놓고 있다. 비금융 데이터의 신뢰성을 입증하기 어려워서다. 네이버파이낸셜·SK플래닛(나이스평가정보)과 핀크(KCB)는 CB사의 전통적인 신용평가 방법론에 자사의 새 방법론을 오버라이드 방식으로 결합하고 있다.

여기서 나아가 통신 데이터 기반 신용평가 방식에서 가능성을 본 핀크는 T스코어를 고도화해 전문 CB사를 설립할 계획까지 검토하고 있다. 권영탁 핀크 대표는 "기존의 신용평가 모델이 소외 받는 고객층을 포용할 수 없으니 누군가는 나서서 시장을 바꿔야 하지 않겠느냐"며 "이번에 비금융 CB업 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다른 핀테크 업체 대표는 "빅테크와 규모 있는 핀테크 업체들이 나서서 대안금융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며 "마이데이터 시행을 계기로 제도적인 허들이 사라져 전문 CB업을 영위하는 업체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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