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오른쪽)와 김유원 네이버파이낸셜 데이터랩 책임리더가 28일 서울 역삼동 네이버파트너스스퀘어에서 열린 '네이버 서비스 밋업'이 끝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신민경 기자]

[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네이버가 자사 데이터의 공유와 활용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내놨다. 연내 자체적으로 구축한 데이터 활용 플랫폼 '데이터 샌드박스'를 가동하고 금융당국이 꾸린 '데이터 거래소' 참여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진행한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디지털 뉴딜 사업에 발 맞춰 데이터를 개방할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던 한성숙 대표의 발언에서 한 단계 나아간 행보다. 

◆개방부터 판매까지...네이버파이낸셜이 직접 꾸린 '데이터 샌드박스'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28일 서울 역삼동 네이버파트너스스퀘어에서 열린 '네이버 서비스 밋업'에서 "자사가 축적한 데이터를 움켜쥘 생각은 없다. 오히려 적극 개방해 스타트업과 연구계가 접할 수 있도록 하려 한다"면서 "일환으로 데이터 개방부터 공유, 판매, 인큐베이팅(창업 지원) 등이 한 곳에서 이뤄지는 '데이터 샌드박스'의 연내 구축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데이터 샌드박스는 네이버가 직접 만드는 데이터 공동 인프라다. 네이버파이낸셜을 포함한 자사 데이터를 비식별처리한 뒤 인공지능(AI) 기술로 분석·가공해 클라우드로 제공하는 형태다. 스타트업과 AI 관련 학계와 연구계가 제공 대상이다.

아울러 최 대표는 네이버가 데이터 사업에서 개방 데이터 범위를 미리 한정하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그는 "다른 곳이 좋은 AI 알고리즘과 혁신적 모형을 내놓았으면 하는 생각에서 아낌 없이 데이터 개방을 할 계획"이라며 "상거래 데이터든 검색 데이터든 공개 범위를 미리 제한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다만 그는 "네이버는 회사 특성상 고객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개인정보 무단 도용과 오남용 등의 문제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며 "이용자의 사적 영역이 침해되지 않는 선에서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금융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역차별 논란'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여진다. 다음달 5일 마이데이터 사업이 도입되는 가운데 은행·카드·보험회사 등은 보유 데이터를 오픈API(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 형태로 핀테크 업체 등 다른 마이데이터 사업자에 개방해야 한다. 반면 IT회사인 네이버는 금융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의 데이터만 내놓으면 된다. 핀테크 업체와 금융회사 간 공유되는 데이터의 질 격차가 클 것이란 우려가 나온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데이터 샌드박스. [사진: 네이버파이낸셜 서비스 밋업 발표자료]

◆'데이터 거래소' 데이터 등록도 곧... 일각선 '정보 질 격차' 우려

네이버파이낸셜은 이날 정부 사업인 '데이터 거래소'에 활발히 참여하겠다고도 밝혔다. 금융 데이터 거래소란 금융회사들이 데이터를 서로 사고 팔 수 있는 거래소 플랫폼이다. 금융위가 지난해 6얼 내놓은 '금융분야 빅데이터 인프라 구축 방안'에 포함됐던 정책이다. 

최 대표는 "정부의 데이터 경제 선진화 정책에 적극 협력할 예정"이라며 "공공의 이익에 부응하는 네이버·네이버파이낸셜의 보유 데이터를 거래소에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네이버는 데이터 거래소 참여기업 76곳 중 한 곳으로 이름을 올린 상태다. 아직까지 판매 데이터를 등록하지는 않았지만 하반기 중으로 주요 데이터를 게시할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네이버파이낸셜 관계자는 "소상공인 상품 경향 파악 데이터와 지역별 판매 데이터 등 유의한 데이터이면서 스마트스토어 사업자들이 오프라인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데이터 위주로 올릴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데이터 샌드박스'와 '데이터 거래소'에 올라오는 데이터 질의 격차가 커질 수 있단 점을 우려하고 있다. 두 사업의 취지는 '데이터 공유'로 같지만 운영 주체가 다르다. 전통금융과 핀테크 기업 등 잠재적 경쟁업체에게 판매할 데이터 거래소보다는 자체 구축한 플랫폼에 양질의 데이터가 몰릴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로 네이버파이낸셜은 데이터 샌드박스에 참여하는 스타트업 에 투자하거나 상품과 서비스를 공동 출시하는 등 사업협력을 꾀할 예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데이터 분석과 가공에 전문인력을 보유한 네이버파이낸셜이 향후 판매까지 염두에 둔 사업을 시작하는데, 사업 노하우가 담긴 데이터를 거래소 플랫폼에 올릴 것 같진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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