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센터가 전망한 2020년 하반기 경기 시나리오 [자료: 국제금융센터]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올해 하반기 글로벌 경제·금융 상황은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 예상된다. 코로나19의 2차 확산 여부에 따라 경기 회복과 침체가 반복되는 지그재그 형태로 경제·금융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악의 상황은 하반기 중 국가, 기업의 신용등급 하락이 본격화하고 부채가 상승하는 가운데 홍콩 보안법 등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 11월 미국 대선까지 겹치면서 혼란이 가중되는 것이다. 반면 최선의 전망은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조속히 개발되고 미중 갈등이 적당한 선에서 봉합돼 경기가 회복세에 진입하는 상황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국제금융센터,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금융연구원 등이 코로나19 이후와 올 하반기 경제·금융 분야 전망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연구기관들이 보는 올해 하반기 경제·금융 분야의 최대 변수는 역시 코로나19 상황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공개한 ‘코로나 이후 금융시장 환경변화와 자금흐름 점검’ 보고서에서 코로나19의 경제적 영향이 점차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어 1930년대 세계 대공황에 버금하는 충격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전염병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대체로 V자형 또는 U자형으로 회복되지만 2차 유행에 따라 지그재그 형식의 W자형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제금융센터도 최근 발표한 ‘2020년 하반기 글로벌 경제·금융 주요 이슈 및 전망’에서 현재 진행형인 코로나19 팬더믹(대유행)의 정점을 아직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센터는 현재 코로나19 1차 팬더믹이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과 2차 팬더믹이 시작됐다는 주장이 공존하고 있지만 불명확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국제 경기회복 형태에서 대해서도 V자형, U자형 등 예측이 오락가락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센터는 ‘활동재개-> 경기반등-> 감염증가-> 재봉쇄-> 경기하락’ 사이클이 반복되는 지그재그 형식의 경제가 흔들릴 것으로 우려했다.

코로나19 여파에 불확실성이 큰 것은 백신, 치료제 개발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는 백신, 치료제가 경제·금융 부문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하면서도 낙관론을 경계했다. 센터는 전 세계적으로 138개 백신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고 16개는 임상에 착수했지만 상용화 시기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백신의 연구, 임상, 제조, 유통에 13~16년이 소요됐고 빠른 상용화를 추진해도 9개월~2년이 걸린다는 것이다. 여기에 성급한 개발이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상황이 이처럼 심각하고 예측하기 어렵다보니 일각에서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할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코로나19 이후 변화와 관련해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도입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 연준은 코로나19로 인한 전례 없는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각종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제로금리를 당분간 유지할 뜻을 밝히고 있다. 미국 연준은 마이너스 기준금리 도입에 부정적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 일부 관계자들은 마이너스 기준금리 도입에 우호적인 상황이다.

미국의 마이너스 기준금리 도입은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로 실제로 도입될 경우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단기간 내 도입이 어려울 것으로 관측하면서도 소폭의 마이너스 기준금리 도입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올해 하반기 국가, 기업들의 신용등급 하락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올해 상반기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신용등급을 강등한 건수가 1836건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6배 늘어난 수치다. 센터는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영국, 캐나다, 이탈리아 등의 신용등급이 강등됐다고 전했다. 센터는 국가, 기업 부채 증가와 신용리스크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제금융센터가 꼽은 2020년 하반기 경제·금융 부문의 긍정적 전망과 부정적 전망 [자료: 국제금융센터]

미중 갈등, 미국 대선 또 다른 변수로 우려  

코로나19로 인해 국제 경제·금융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미중 갈등까지 우려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2019년 무역 갈등으로 대립하다가 타협하는 것으로 보였다. 미국은 중국과 무역의 불균형을 주장하며 관세를 부과하고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을 견제했다. 중국이 미국 농산물 구매를 약속하는 등 관계가 다시 회복될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 홍콩 사태가 격화되면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더 격화되고 있다. 중국은 미국, 영국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홍콩 국가보안법을 만들어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미국은 중국의 조치에 홍콩에 대한 특례 등을 축소, 폐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영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등이 중국의 홍콩 보안법이 일국양제(1국가 2체제)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중국은 내정 문제라며 강력히 반발하는 추세다.

이에 대해 국제금융센터는 홍콩 이슈가 헤게모니 싸움으로 미국, 중국이 경제적 손실을 보면서도 대립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은 경제적 손실을 감내하면서 홍콩 보안법을 강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도 중국, 홍콩과 무역에 손실을 감수하면서 대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사이에서 홍콩의 국제금융허브 기능은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금융센터는 11월 미국 대선 이후에도 미중 갈등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돼도 대북 강격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는 설명했다. 바이든 후보가 중국 견제를 치우선 외교안보 정책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 근거다. 

미중 갈등은 화웨이 등 중국 기업에 대한 규제와 기술패권 경쟁으로 비화될 것이라고 국제금융센터는 예상했다. 나아가 미국과 중국이 각각 국제적 공급망 구축에 나서면서 어느 편에 설 것인지 선택을 강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중 갈등과 관련해 홍콩발 금융 혼란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연구원은 지난달 말 ‘홍콩의 통화위원회제도 붕괴 우려’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홍콩 당국은 홍콩 달러를 미국 달러에 대한 일정 환률로 가치를 고정하는 환율제도인 통화위원회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금융연구원은 홍콩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될 경우 홍콩 통화위원회제도가 붕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최악의 경우 미국이 홍콩 달러와 미국 달러 간 거래를 제한하거나 차단할 경우 제도 운영이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이 조치는 홍콩에서의 자본유출과 홍콩 달러 가치 하락을 가져올 수도 있다. 중국과 홍콩의 아킬레스건인 것이다.

홍콩은 국제금융허브로 홍콩의 금융시스템은 전 세계 금융시장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홍콩 당국은 이런 관계 때문에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경제적 실익보다 정치적 목적을 중시하면서 홍콩 정책을 강행할 경우 최악의 상황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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