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의 부문별 월평균 대출 현황 [자료: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올해 초 확산되기 시작한 코로나19가 경제 전 부문에 충격을 주고 있다. 금융권도 코로나19의 영향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다른 산업에 비해서는 영향이 적은 상황이다. 하지만 하반기는 기업, 가계 등의 부채가 증가하고 파산하는 사례가 늘어날 경우 악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면 코로나19로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디지털 금융, 핀테크 등은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보인다. 특히 8월 마이데이터 사업이 시행되고 하반기 중 전자금융거래법 개정도 추진되면서 훈풍이 예상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 카드, 증권사, 보험사 등 금융업권별로 코로나19에 따른 영향을 다르게 받고 있다.

은행들은 선방을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은행들의 순이익은 3조2000억원을 달성했다. 단순히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7000억원(17.8%)이 줄어든 것이지만, 이는 특수은행을 포함하고 있다. 일반 은행의 1분기 순이익은 2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00억원이 늘었다.

카드사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신한카드, KB국민카드, 삼성카드, 하나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우리카드 등 7개 전업 카드사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521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3% 증가했다.

반면 증권업계와 보험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금감원에 따르면 1분기 증권사들의 당기순이익은 5274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50.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보험사들의 1분기 순이익도 1조46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65억원(26.1%) 줄었다.

1분기가 코로나19가 완전히 반영되지 않은 측면도 있지만 2분기 상황도 유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상황이 4월, 5월 최악이었지만 6월부터는 일부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회사들이 코로나19의 영향을 받고 있지만 그래도 다른 경제 부문에 비해서는 아직까지 상대적으로 영향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하반기는 상황을 낙관하기 어려워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해 기업, 가계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코로나 이후 금융시장 환경 변화와 자금흐름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월평균 1조8000억원이었던 중소기업 대출이 올해 1월~5월 사이 월평균 4조5000억원으로 급증했다. 대기업의 경우도 지난해까지 대출금을 상황하던 기조에서 올해 다시 대출을 받는 상황으로 전환했다. 대기업 대출은 지난해 월평균 2000억원씩 상황됐는데 올해는 5월까지 월평균 5조5000억원씩 대출을 받았다. 

개인사업자의 경우도 지난해 월평균 2조1000억원이었던 대출 규모가 올해 월평균 5조2000억원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7월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중 금융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6월 은행 가계대출은 8조1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2004년 한은이 속보치를 작성한 이후 6월 수치로는 가장 큰 증가폭이다. 올해 5월 5조원과 비교해도 3조원이나 늘어났다.

물론 여기에는 코로나19로 어려움에 빠진 기업, 가계 등을 지원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작용했다. 문제는 하반기에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된다면 대출 규모가 계속 늘어날 수 있다. 파산하는 기업, 가계들이 늘어날 경우 금융권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7월 9일 ‘한계기업 동향과 기업구조조정 제도에 대한 시사점’ 보고서 통해  최근 한국의 한계기업이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한국에서 저성장과 생산성 저하로 인해 한계기업이 늘고 있는데 코로나19 악재를 만나면서 기업들이 줄도산하는 등의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사회적으로 활동이 줄어들면서 소비 감소세가 뚜렷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발행한 경제동향 7월호에 따르면 소매판매액지수가 올해 1분기 -2.9, 4월 -2.2, 5월 1.7을 기록했다.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난해 소매판매액지수 2.4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비가 줄면 카드, 여신 등 부문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보험 가입자가 줄어들면서 보험업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코로나19의 비상상황으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고 있는 것도 금융권에는 부담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5월 역사상 가장 낮은 0.5%로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하반기 중 더 낮출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금융회사들의 이자를 통한 수익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금융권은 하반기 상황을 긴장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7월 7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정보보호의 날 기념 금융회사 최고경영자 초청 세미나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금융위원회]

비대면 시대...디지털 금융·핀테크 날개 달 듯

디지털 금융, 핀테크 등은 하반기 오히려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직접 은행 창구를 방문하던 고객들도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 등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특수 상황에 따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금융IT와 관련된 각종 규제를 풀어주고 있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상황에서 한시적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코로나19가 지속될 경우 상시적으로 변할 가능성도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핀테크 분야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19년 4월부터는 혁신 금융서비스를 테스트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했다. 12월에는 은행의 송금, 결제망을 표준화시키고 개방해 하나의 앱으로 은행들의 계좌 조회, 결제, 송금 등을 할 수 있는 오픈뱅킹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하반기에도 핀테크, 디지털 금융 확산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오는 8월부터는 마이데이터 사업이 시행된다. 약 120개 기업들이 마이데이터 사업에 참가를 희망하고 있다. 마이데이터는 은행 계좌와 신용카드 이용내역 등 금융데이터를 금융회사가 아니라 개인이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개념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이 시행되면 다양한 디지털 금융 서비스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규제 샌드박스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스몰 라이센스 도입에 대한 연구도 진행한다. 특정한 부분의 금융 서비스에 대해 금융업 라이센스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기존에 카드사를 하려면 금융당국의 각종 요구를 충족해야 했다. 그런데 부분적으로 인허가를 하게 되면 핀테크 기업들의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금융당국은 올해 연말까지 스몰 라이센스 도입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하반기 전자금융거래법 개정도 추진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7월 7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정보보호의 날 기념 세미나에서 변화된 시대 상황에 맞춰 전자금융거래법을 전면 개정할 뜻을 밝혔다. 

은 위원장은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은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전인 2007년 시행된 이후 큰 변화 없이 아날로그 시대의 규제체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제 마이페이먼트(MyPayment), 종합지급결제 사업자 등 편리하고 혁신적인 결제서비스를 새로 도입하면서 금융보안은 대폭 강화하고 한 단계 높은 이용자 보호체계를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7월 중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을 발표하고 3분기 중 개정안을 마련하며 4분기 중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의 방침에 따라 기존 IT기업들이 핀테크 부문에 진출하고, 금융회사들은 혁신 서비스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금융권이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디지털 금융, 핀테크 부문은 성장과 발전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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