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큰 피해를 겪고 있다. 유럽에서는 경제 위기 뿐 아니라 은행들의 부실 위험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은 유럽의 코로나19 확산 모습  출처: 존스홉킨스의대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코로나19로 유럽발 경제 위기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유럽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 악화와 높은 기업 금융 비중 등으로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은행들도 비슷한 고민에 직면하고 있어 유럽의 상황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과 국제금융센터 등이 유럽발 경제위기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최근 한국은행 조사국 미국유럽경제팀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로지역 리스크 점검' 보고서를 통해 “유로지역은 최근 코로나19의 빠른 확산으로 실물경제가 심각하게 위축되고 있다”며 “유로지역 경제적 리스크 심화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낙관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보고서는 “일부 남유럽 국가들의 은행들은 자국국채 보유 비중이 높아 국채금리 상승시 평가손실 위험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며 “주요국 은행들 간 상호 익스포져(위험노출액)가 큰 상황이어서 한 국가의 부실이 다른 나라 은행들에 연쇄적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국제금융센터도 최근 ‘코로나 19 이후 유럽은행 리스크 점증’ 보고서를 공개하고 유럽 은행들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유럽 은행들의 주가가 올해 47%나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에 비해 은행들의 주식 가격이 반토막 났다는 것이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 은행들의 주가가 39%, 아시아 은행들의 주가가 22% 하락한 것과 비교해 높은 하락세다.

센터는 올해 4월 신용평가사 피치(Fitch)가 독일, 영국, 스웨덴 등의 10개 은행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는데 유럽권 은행들에 대한 추가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인 무디스(Moody's)도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등 은행권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양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센터는 코로나19가 전 세계 은행권에 압박을 주고 있지만 유럽 은행들에 경우 문제가 격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센터는 유럽 은행들이 이런 위기에 직면한 이유가 수익성 악화와 높은 기업 금융 의존도, 포화된 금융 시장 등에 따른 금융 환경 변화를 꼽았다. 이같은 상황은 국내 은행들 역시 직면하고 있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센터는 유럽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과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국가들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실시하면서 은행들의 수익성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센터가 지적한 유럽 은행들의 NIM은 2019년 3분기 기준으로 1.43%였다.

그런데 지난 5월 13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1분기 국내 은행들의 수익성 분석에 따르면 1분기 국내 은행 순이자마진(NIM)은 역대 최저 수준인 1.46%를 기록했다. 국내 은행의 NIM은 2018년 1.67%에서 2019년 1.56%로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 NIM은 1.54%였는데 4분기에 1.48%로 0.06%포인트 하락했다. 올해 1분기 다시 0.02%포인트 하락한 1.46%를 기록한 것이다. 이는 유럽 은행들의 NIM과 비슷한 수준이다.

앞으로 국내 은행들의 NIM은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 16일 연 1.25%의 기준금리를 0.75%로 인하해 처음으로 0%대 금리시대에 돌입했다. 제로금리 상황은 올해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분기 최저 수준이었던 NIM이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한국은행이 앞으로 금리를 더 인하할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점차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이 유럽 은행들만의 상황은 아닌 것이다.

유럽 기업 부실로 은행들 위험 가중 우려

또 국제금융센터는 미국 기업들이 회사채, 주식 발행 등으로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비중이 높은 반면 유럽 기업들은 신용의 2/3 이상을 은행 대출로 조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도산하거나 부실이 발생할 경우 유럽 은행들의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어려운 상황이다.

센터는 이탈리아의 경우 은행들이 향후 상환 가능성이 낮음에도 코로나19로 인한 당장의 위기를 넘기기 위해 많은 기업들에게 신규 대출을 대량으로 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며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항공, 여행, 유통 등 분야 뿐 아니라 전 영역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에서도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금융지원을 독려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올해 3월 발표한 ‘2019년 4분기 중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예금취급기관의 산업별(기업) 대출금 잔액은 1207조8000억원으로 전 분기말 대비 24조1000억원(전년 동기 대비 7.7%) 증가했다. 올해 1분기, 2분기에는 급격히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로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급격한 대출 증가는 은행 부실을 늘릴 수 있다.

한 국내 은행 관계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 대출을 크게 늘리게 되면 그만큼 부실도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면서도 “하지만 당장 기업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지원을 하지 못해 도산하는 기업이 속출하면 그 부실을 부담해야하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국제금융센터는 또 유럽 은행산업이 포화상태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NIM 하락과 기업 금융 시장의 어려움을 타개할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센터는 독일 등의 경우 은행들이 과도하게 많기 때문에 경쟁이 심화되고 오랜 기간 동안 수익을 내지 못하는 은행들도 많다고 지적했다.

센터는 유럽 은행들의 상황을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가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을 강타했는데 그 여파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는 유럽 실물 경제에 타격을 주고 다시 그것이 은행에 영향을 줄 것으로 센터는 내다봤다. 또 은행들의 IT 업무 비중이 늘어나면서 데이터유출 사고, 사이버공격 등 리스크도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은행들의 경우도 유럽 은행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지만 계속 악화되는 수익성과 경기 침체 등의 여파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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