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센터는 코로나19 확산들으로 은행들의 디지털 전환이 시대적 흐름이라고 지적했다. [사진: 은행연합회]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은행들의 디지털 전환이 시대적 흐름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이 실제로 디지털 전환을 하기까지는 핀테크 기업과의 협력, 디지털 인재 확보와 배치, 데이터 활용 등 다양한 요인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국제금융센터는 ‘은행권 디지털 전환의 도전과제와 실현동력’이라는 제목의 은행산업분석 보고서를 내놨다.

센터는 은행권이 디지털 전환이 시대적 흐름이라는 인식에는 큰 이견이 없지만 실제로는 디지털 활용의 이점을 최대한 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센터는 미국 은행들의 경우 79%가 디지털 전환에 대해 전략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디지털 뱅킹 서비스 사용자도 늘어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디지털 전환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과 관련해 센터는 4개 외부 과제, 5개 내부 과제 등 총 9가지 원인을 꼽았다.

센터는 외부 요인으로 우선 지분 구조가 복잡한 은행일수록 투자자들의 상이한 기대 수준으로 인행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기존 대형 은행 투자자, 주주들의 경우 핀테크 기업 투자자들에 비해 리스크에 대한 내성이 적고 안정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은행들이 디지털 전환을 추진할 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센터는 은행들이 디지털 전환과 관련해 공시를 할 때 투자자, 주주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센터의 설명처럼 은행 주식을 사는 사람과 스타트업 핀테크 기업 주식을 사는 사람의 성향이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은행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안정성에 중점을 두고 있고, 핀테크 기업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상대적인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높은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은행이 핀테크 기업과 같은 서비스, 사업을 추진할 경우 투자자, 주주들의 문제 제기와 이탈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센터는 일관되지 않은 데이터 체계도 은행들의 디지털 전환에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은행들이 대량의 고객, 거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 수정해야할 부분이 많고 다른 기관들과 협력 시 데이터 체계가 달라서 변환을 위한 부담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권에서는 은행들이 보유한 데이터가 많지만 활용이 가능한 데이터는 아직 한정적이라고 보고 있다. 데이터 활용과 상호교환 등을 위해서는 넘어야할 장벽이 아직 많은 상황이다.

센터는 은행들과 핀테크 기업들 사이의 가치관 차이도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은행들이 디지털 전환 등을 위해 핀테크 파트너를 찾을 때 은행의 가치관, 비전이 핀테크 기업의 것과 다를 수 있다. 이런 차이는 비즈니스에 대한 기대치의 불일치로 이어져 은행과 핀테크 기업의 파트너십이 실패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센터는 은행들이 받고 있는 규제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봤다. 은행들이 스타트업, 핀테크 기업에 비해 엄격한 규제와 감독을 받고 있어 디지털 전환에 불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이 핀테크 기업들을 위한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하고 규제를 완화하면서 기존 금융회사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핀테크 산업과 서비스를 육성하고 활성화하겠다는 것에는 동의한다”면서도 “현재 진행되는 규제 개선과 관련해 기존 은행, 금융회사들이 역차별을 받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은행들이 디지털 전환과 관련해 4개 외부 과제와 5개 내부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했다. [자료: 국제금융센터]

은행 기존 업무 절차와 문화 디지털 전환에 장벽

센터는 5가지 내부 요인도 분석했다. 우선 디지털 인재의 확보와 관리가 은행들의 과제라는 지적이다. 센터는 은행이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중앙 집중식으로 디지털 부서를 두는 것으로 충분하기 않고 임원부터 일선 직원들, 개발부터 고객 서비스 부문까지 조직 전반에 디지털 인재가 배치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만큼 우수한 인재를 많이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들이 핀테크 기업과 비교해 민첩성, 조정 능력 등이 부족하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은행이 위험 평가, 규정 준수, 법적 검토 등 내부 승인 절차가 많기 때문에 신속하고 유연한 대응이 어렵다는 것이다.

은행 내부 문화와 직원들의 사고방식도 디지털 전환에 영향을 준다고 센터는 분석했다.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은 다양한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설계돼 규율, 통제, 예측 가능성 등을 운영에 중심 사항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반면 디지털 전환, 핀테크에는 어느 정도 실험정신과 불확실성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기존 은행 관계자들이 거부감을 나타낼 수도 있다고 센터는 설명했다.

이런 문제는 은행 등 금융회사와 협력을 추진했던 핀테크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미 나오고 있는 불만이다. 은행 IT부서에는 핀테크 기업과 협력해 새로운 것을 추진하려고 하는데 다른 부서에서 반대하거나 거부감을 나타내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센터는 은행이 실적 중심의 단기성과를 목표 운영되는 상황에서 경영진이 중장기 과제인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센터는 은행들이 외부 규제 뿐 아니라 내부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규제, 규정도 디지털 전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센터는 이런 과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도 제안했다. 

우선 은행들이 어느 특정 부문에서만 디지털 전환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은행장(CEO)을 비롯한 조직 전체가 디지털 전환을 위한 미션을 공유하고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 센터는 은행들이 위험 회피적이고 보수적인 성향의 기존 조직문화에서 벗어나 민첩하고 유동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센터는 외부와 협업, 소통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센터는 은행들이 디지털 전환을 추진할 때 규제당국, 파트너, 투자자 등과 적극적으로 협업, 소통하고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비금융기관인 핀테크 기업 등과 협업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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